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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소득분배 개선' 정부 주장 검증했더니 나온 결과

조회수 2020. 8.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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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재분배 지표의 착시 현상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가계 동향’을 보면 2분기를 기준으로 상위 20% 가구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4.23배를 기록했다. 상위 20%의 평균 소득이 하위 20% 평균 소득의 4.23배란 뜻이다.


이 비율을 작년 2분기 4.58배와 비교하면 0.35배 낮아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소득 분배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는 재난재원금 효과일 뿐 실제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은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더 비비드
재난지원금 접수 상황실


◇재난지원금의 상대성


재난지원금이 소득 격차를 줄인 것은 상대적인 비율의 차이 때문이다. 같은 100만원의 지원금도 월급 1000만원인 사람에겐 10% 비율에 그치지만, 월급 200만원인 사람에겐 50% 비율에 이른다. 이에 따라 100만원 지급 전후 소득 배율을 보면 5배(1000만원 나누기 200만원)에서 3.67배(1100만원 나누기 300만원)로 내려가게 된다. 일시적인 지원금이 잠시나마 소득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금 효과가 사라지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실제 지난 2분기 소득 통계를 보면 하위 20% 저소득층의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의 월평균 소득은 1003만8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2.6% 늘었다. 같은 금액의 재난지원금이 하위 20% 소득은 크게 올린 반면, 상위 20% 소득은 작게 올린 것이다. 이에 따라 소득 배율이 4.58배에서 4.23배로 낮아지게 됐다.


하지만 2분기 저소득층 소득에서 재난 지원금 효과를 빼면 처참한 민낯이 드러난다. 재난지원금 같은 정부 지원금 등을 ‘이전소득’이라고 하는데, 하위 20% 저소득층은 지난 2분기 이전소득이 월평균 99만6000원에 이르렀다. 전체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어 56%에 이른다. 소득 가운데 직접 번 돈보다 외부에서 받은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출처: 더 비비드
코로나 사태 초반 썰렁하던 재래시장


◇하위 20% 근로소득은 급감


정부 지원을 빼놓고 보면 하위 20% 저소득층의 2분기 월평균 근로소득은 48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 급감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위축되면서 서비스 일용직 같은 일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실업자 수를 보면 113만8000명으로 7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2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환위기 때 버금갈 정도로 어려운 고용상황의 충격은 대부분 저소득층에 집중됐고, 결국 근로소득이 급감하고 말았다.


반면 상위 20% 고소득층의 근로소득은 690만2000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만 놓고 보면 상하위 계층간 소득 재분재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현금 복지로 16조4000억원을 지출했다. 이 중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4조3000억원을 썼다. 그 결과 소득분배 상황이 개선된듯한 착시 현상만 생겼을 뿐 실질적인 분배 상황은 더 악화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고용 확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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