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상위 100곳 동학개미들이 외면한 두 종목, SK하이닉스 그리고?

조회수 2020. 8. 22. 10: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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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운동
5개월의 기록

코로나 확산세가 수시로 고개를 들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자산 시장의 선전은 한국 경제 버팀목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 근간에는 ‘동학개미운동’이란 말까지 낳은 개미투자자들이 있다. 기관과 외국인이 경쟁적으로 주식을 팔아치울 때, 개미들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믿고 계속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한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에서 주가가 가장 크게 오른 나라가 됐다. 코로나 사태로 증시가 바닥을 친 지 정확히 5개월 째가 되는 지난 8월 19일을 기준으로, 지난 5개월 간의 동학개미운동을 정리했다.

출처: 조선DB
코로나 직전보다 더 오른 주가


◇최저점 대비 66%, 세계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


코로나 확산으로 주가가 바닥을 친 것은 지난 3월 19일. 사태 이전 2000포인트를 훨씬 웃돌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1457.63까지 떨어졌다. 한 달 넘게 기관과 외국인이 무섭게 코스피에 상장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식을 팔아치운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매도세에도 개미들은 묵묵히 주식을 사모았고 그 효과는 3월 20일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우리나라 중앙은행이 미국 중앙은행에 원화를 주고 그에 해당하는 달러를 언제든지 약속한 한도까지 들여올 수 있는 계약, 외화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효과가 있다.) 계약이 체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부터 주가는 급반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부터 기존 개인 투자자 외에 다른 개인까지 주식 매집에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주가 상승이 전개됐다. ‘동학개미운동’이 대확산된 것이다. 개인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기본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주식을 사들였고, 결국 외국인과 기관도 그 흐름에 동참하면서 5개월이 8월 19일 종합주가지수는 2400선을 넘어섰다. 5개월여 만에 1000포인트나 뛰어오르며 증시에서만큼은 완벽한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 주가를 회복한 것은 물론, 2018년 6월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과 비교해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8월 19일 기준 우리나라 주가는 연중 최저점 대비 66% 상승했다. 특히 코스닥은 연저점 대비 두배 넘게 폭등했다. 이를 외국과 비교하면 미국 S&P500 지수(50%),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28%), 일본 닛케이 지수(37%) 등 다른 나라 연중 최저점 대비 상승률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대만 ‘가권지수’의 연저점 대비 상승률(약 47%)과 비교해도 우리나라가 높다.

출처: 더비비드
한국거래소 주가 현황판


◇12배 가까이 오른 신풍제약이 1위


5개월(3월 19일~8월 18일) 간 주요 종목 가운데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종목을 찾기 위해 시가총액 100위 안에 드는 주요 기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5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GS 단 한 곳 뿐이었다. 나머지 기업 99곳은 모두 주가가 10% 이상 씩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높은 기업들은 바이오·배터리·언택트 연관 기업들이었다. 주가 상승률 1위는 제약 회사인 신풍제약(1163.24%)이었다. 5개월간 주가가 무려 1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2위는 두산퓨얼셀이었다. 5개월 동안 주가가 813.88% 폭등했다. 이 회사는 수소연료 전지를 만드는데, 정부가 태양광·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한다는 내용의 그린뉴딜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이어 SK케미칼이 568.43% 오르면서 3위를 차지했다. 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대주주란 점이 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밖에 한화솔루션(234.74%), LG화학(200%), SKC(194.47%), 한미사이언스(186.07%), 카카오(182.09%) 등 주가가 급등했다. 모두 코로나 이후 주목받는 바이오·배터리·언택트 관련 사업을 배경으로 하는 회사들이다.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큰 역할


이런 주가 급등에는 대규모 유동성(현금)도 한몫 했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금리도 크게 낮추면서, 시중 통화량(M2)은 6월 3077조1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30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초 2927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150조원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유동자금이 늘었는데, 저금리로 인해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0%대에 머물자 갈 곳을 잃은 투자금은 부동산 외에 주식시장으로도 향했다. 그러면서5개월 간 국내 시장에서 거래된 총 주식 거래 대금은 2500조원에 육박했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거래 대금 합계액(2287조6000억원)을 5개월만에 크게 웃돈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 계좌에 담아둔 대기 자금은 5개월만에 38조원에서 50조원으로 급증했고, 주식을 사기 위해 빚을 낸 돈을 뜻하는 신용공여 잔여액은 16조원을 돌파했다. 또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 예탁금’은 50조원을 넘어섰다.

출처: 조선DB
국군 장병들


◇동학개미 이어 병정개미도 등장


이렇게 동학개미운동이 활발해지자 병사들 사이에서도 주식 투자가 유행하게 됐다. 개미투자자에 빗대어 ‘병정개미’란 신조어까지 생겼다. 부대 밖에서 ‘동학개미’가 활약하는 동안, 부대에서는 ‘병정개미’가 활동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1~6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주요 7개 증권 앱을 설치한 20대 남성은 44만9643명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26만8899명)의 1.7배 규모다. 이 인원의 상당수가 군인일 것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군인들의 주식 투자가 활성화된 것은 군대 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된 이후 부터다. 이전에는 휴가 때 한두 번 사고 파는 게 고작이었는데, 작년 4월 일부 군부대를 시작으로 올해 7월부터는 전체 군부대에서 일과 시간 후(오후 6~9시) 스마트폰 사용이 허용됐다. 스마트폰에 증권사 앱을 깔고 수시로 투자하는 데 문제가 없게 된 것이다.


출처: 더 비비드
증권회사가 밀집한 서울 여의도 전경


과거에 비해 월급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줬다. 병장 월급은 2016년 19만7000원에서 올해 54만900원으로 올랐다. 정부는 2025년 96만3000원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병사 월급만으로도 충분히 주식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면서 투자 열풍이 불게 됐다. 외박·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월급 쓸 일이 줄어들자, 투자 여력이 더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주식 투자 커뮤니티마다 현역 병사들의 종목 추천을 구하는 글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엇갈리는 앞으로 주가 전망


앞으로 주가 전망은 전문가들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초저금리로 계속 풀리고 있는 돈이 부동산 규제로 인해 주식시장에 더욱 몰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코스피는 지난 2018~2019년 동안 글로벌 상승장에서 소외돼 있었는데, 최근 상승 발동이 걸려 그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종목 별로도 반도체 대형주 외에 바이오·배터리·인터넷 등 덩치가 급격히 불어난 성장주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긍정적 요인이 있다. 시가총액 50조원을 넘는 초대형주가 5종목을 넘어서면서 안정적으로 투자금이 들어와서 빠져나가지 않을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아직 진정되지 않는 데다 미·중 갈등 심화 등 대형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가 짧은 기간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코스피가 곧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진한 실물경제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올라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주가 상승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해 부진한 경기에 비해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고, 결국 끼었던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경고다.

출처: 조선DB
코로나 사태 초기 당시 검진 모습


실제 지난 5개월 간 주가 추이를 보면, 유통·호텔·화장품주 등 실물 경기와 관련된 종목은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저조했다. 시가총액 100위권 종목 가운데 지난 5개월 동안 유일하게 주가가 하락한 GS가 대표적이다. GS는 핵심 계열사인 GS칼텍스의 2분기 매출액이 석유 수요 감소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40% 가까이 급감하면서, 주가가 2.95% 하락했다. 또 아모레퍼시픽(10.66% 상승), 호텔신라(13.65%), BGF리테일(18.35%), 이마트(21.67%) 등이 지난 5개월 동안 시가총액 100위권 가운데 가장 부진한 상승률을 보였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이 기간 코스피가 1000포인트 넘게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부진한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또 SK하이닉스는 20일 주가가 4.27% 하락하며 2017년 3월 이후 3년 5개월간 지키고 있던 코스피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모두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로, 실물 경기 부진을 그대로 반영한다. 


8월 말 이후 주가는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코로나 재확산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경기 흐름과는 상관없이 상승해 왔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실적 개선 기대감이 꺾이면서 당분간 증시 하락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주가 등 자산 가격이 너무 빨리 오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변수가 되고 있다. 언제든 전세계적으로 조정 움직임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추가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아서 전문가들과 충분한 상담 후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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