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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만둔 창업자의 연매출 100억원의 의외로 평범한 아이디어

조회수 2020. 7. 30.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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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끈 구성 직접 디자인하는 조립식 샌들로 특허

유통회사 출신, 내 브랜드 갖고 싶어 창업

스포츠웨어 유통하다가 샌들 개발

유명 스타트업 CEO들은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출신의 기술적 배경을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창업을 꿈꾸다가도, 유명 CEO들의 약력 앞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창업이 꼭 좋은 학벌과 아이디어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창업기를 소개하는 ‘나도 한다, 창업’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여러분들의 창업에 진짜 도움이 되는 피부에 와닿는 실전 교훈을 얻어 보십시오.

덥고 비가 많은 여름, 샌들은 필수 용품이다. 한 두개로는 충분히 멋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스타트업 ‘어반패션’은 다양한 밴드(끈)로 100가지 넘는 색과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는 패션 샌들을 만든다. 신세계백화점 출신의 변재일 대표가 창업했다. 조립 방식으로 특허를 받았고 해외 수출도 한다.

출처: 어반패션
변재일 어반패션 대표


◇101가지 연출이 가능한 조립식 샌들


어반패션의 ‘토오트 DIY(Do It Yourself) 샌들’은 끈(발등을 감싸는 부분)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샌들이다. 온라인몰 등에서 제품을 주문하면 밑창을 뜻하는 아웃솔, 깔창을 뜻하는 인솔, 10개의 끈이 배송된다. 아웃솔엔 양쪽 가장 자리 5개씩 구멍이 뚫려 있다. 어느 부분에 어떻게 끈을 끼우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샌들이 나온다. 원하는 대로 끈을 끼운 후, 인솔을 덮어서 신으면 된다. 온라인몰(https://bit.ly/3hGCFiY)에 판매하고 있다.


“끈 색깔은 14종류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 가지 색을 보내드리고요. 추가 주문에 따라 여러 색을 교차해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101가지 추천 연출방법이 있는데요. 소비자 나름대로 얼마든지 창의적인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끈을 자유롭게 조립할 수 있는 개념으로 특허를 받았다. 태국, 대만,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수출도 하고 있다. “더운 나라에서 인기가 많고요. 국내도 매년 여름이 대목입니다.”

출처: 어반 패션
밴드 부분을 연결하는 아웃솔에 직접 조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본드를 사용하지 않고 밴드를 넣는 방식의 특허를 받았다.


◇내 브랜드 갖고 싶어 창업


변재일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유통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 후 신세계 백화점에 공채로 취직했다. 스포츠 브랜드 부분 MD(머천다이저)로 3년 간 일하다가, 글로벌 기업을 경험하기 위해 월마트로 옮겼다. 이후 TV홈쇼핑 등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유명 브랜드를 런칭했다. “한 TV홈쇼핑에선 퓨마 언더웨어 브랜드를 국내 처음으로 런칭하기도 했어요. 재밌었죠.”


마지막으로 옮긴 기업이 패션 양말 업체다. 이곳에서 36살 젊은 나이에 이사 승진까지 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자리.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다. “브랜드 런칭이란 게 결국 남의 일이에요. 남의 브랜드를 가져와 일하는 회사 소유로 런칭하는 것이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저에겐 남는 게 없었어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허무했졌습니다. 결국 ‘내 회사에서 내 브랜드를 런칭해보자’ 결론이 내려지더군요.”


가장 잘 아는 것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스포츠웨어 유통회사를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아놀드 파마, 스케쳐스 등에서 제품을 들여와 온라인몰, 홈쇼핑 등 채널을 통해 유통했습니다.” 험난한 성장 과정을 거쳐 지금은 연매출 100억원이 넘는다. “관련 업계와 유통 구조를 잘 알고 있어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조립식 샌들로 특허 취득


하지만 유통은 아무리 잘 돼도 결국엔 남의 제품을 다루는 일이라, 창업 때 가졌던 ‘내 것을 하고 싶다’는 허기를 채워주지 못했다. “유통은 경제상황에도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특히 수입품 유통은 환율 같은 거시 경제 변수 영향이 크죠. 내 제품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에 도전한 제품이 샌들입니다.”

출처: 어반패션
착용자가 밴드 끈을 직접 디자인해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샌들과 무조건 차별화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발의 편안함은 물론이고, 디자인이 질리지 않는 샌들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고민 끝에 고안한 게 끈(밴드)을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샌들이었습니다.” 아웃솔에 구멍을 내서 본드를 쓰지 않고도 소비자가 직접 밴드를 조립할 수 있게 한 방식으로 특허를 받았다. “하나의 제품으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받았습니다.”


다음으로 샌들에 최적화된 소재를 찾는 일이 남았다. 연구 끝에 찾아낸 게 산악용 신발에 쓰이는 EVA 소재다. “등산하면서 거친 암석 등에 발을 딛을 때 몸에 가해지는 충격이 상당한데요. EVA 소재가 그 충격을 완화시키고, 편안한 쿠션감을 제공한다고 하더라고요. 알아보니 비 오는 날 젖어도 금세 마르는 특성이 있고, 소재에 독성이 없어서 맨 발에 신어도 안전하더라고요.”


최종 개발 단계에선, 샌들을 비오는 날 많이 신는다는 점을 감안해 미끄럼을 방지할 수 있도록 밑창 바닥을 벌집 패턴으로 제작했다.

◇대만 특허소송 끝 동남아 수출 성공


2014년 제품이 완성되자 야심차게 TV홈쇼핑 등에 제품을 출시했다. “큰 인기를 끌었어요. 방송 한 시간만에 1만개를 판 적도 있죠.”


다만 매출이 여름철에 집중된다는 게 문제였다. 더운 나라에 수출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몇몇 동남아 국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직접 조립할 수 있다는 점, 100% 한국 생산 등이 매력적이라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동남아시아는 연중 샌들을 신을 수 있는 나라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출처: 어반패션
대만 온라인몰(좌)과 태국 매장(우)에 입점했다.


수출 전 각 나라에 특허 등록부터 했다. “카피 위험이 큰 제품이라 여러나라에서 동시에 특허 등록을 했는데요. 서둘렀는데도 대만에서 카피한 후 먼저 특허 등록을 해버린 사례가 나왔습니다. 결국 법정싸움까지 갔고, 승소하기까지6개월 걸렸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얼마전 4만개 수출을 돌파했고, 이제는 온라인몰(https://bit.ly/3hGCFiY)과 해외수출을 통해 매출이 많이 안정화됐다.


◇'한국의 크록스' 글로벌 샌들 기업 꿈


-앞으로 계획은요.

“동남아시아에 현지 법인 설립을 추하고 있습니다. 태국, 대만, 베트남에서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죠. 현지 생산 체계까지 갖추면 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샌들 소재와 다지인도 가죽 샌들, 겨울용 반화 등으로 다양하게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요.

“여유 자금으로 창업해야 합니다. 절대 올인하면 안돼요. 정부 창업 지원이 많으니 최대한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창업 전에는 꼭 관련 현장에 가보고 직접 분석해 보세요. 창업 후에도 분석을 소홀히 하면 안됩니다. 잘 풀리지 않는다면 분석을 통해 빨리 포기하고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본인만의 배경지식에 적절한 지혜와 열정이 더해진다면 꼭 성공하실 겁니다.”


/박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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