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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한국만 4년만에 2만달러 국가로 후퇴하는 이유

조회수 2020. 7. 27.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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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률과 환율
그 이면의 함정


작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간신히 턱걸이한 데 이어 올해는 2만 달러 대로 떨어질지 모른다고 한다. 현실화되면 2017년 이후 4년만에 1인당 소득 2만달러 대 국가로 추락하게 된다. 수치상 잠깐 맛본 선진국 문턱에서 다시 후퇴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그렇게 일희일비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배경에 있는 내용을 소개한다.


◇국민소득은 최종생산물 가치의 단순 합


우선 국민소득 개념부터 보자. 경제는 그물과 같다. 크게 가계, 기업, 정부의 3주체가 각자 활동을 하며 경제를 구성한다. 가계는 근로자나 자영업자로서, 기업은 대규모 생산주체로서 경제활동을 한다. 정부도 거두어들인 세금으로 공공 생산활동을 한다.

출처: 조선DB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의 뒷모습


이들의 활동은 금전으로 계산되어 경제 총량을 구성하는데, 그 총량이 국민소득이다. 구체적으로 경제주체가 생산한 최종 재화와 서비스에 시장가격을 곱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A국 경제가 1년 동안 나무의자 10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과 1년 동안 10명의 머리를 다듬을 수 있는 미용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자. 나무의자 단가를 20만 원이라 하고, 1인당 머리를 다듬는 비용을 1만 원이라 한다면 A국 경제의 국민소득은 210만 원이 된다.(20만원X10개+1만원X10명)

출처: 조선DB
반도체 생산공장


이때 계산에는 최종생산물만 들어간다. 나무의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목을 생산한 후 이를 목재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관련된 활동의 가치는 의자가격에 모두 포함된다. 이에 한 경제의 국민소득을 알기 위해서는 원료와 중간재를 투입해 만든 최종생산물의 가치만 더하면 된다. 최종생산물의 가격은 벌목부터 의자 생산까지 각 중간 과정에서 획득한 부가가치(생산물 가치-원료비 등 비용의 합)의 합과 일치한다.


이렇게 나온 국민소득을 국민의 수로 나눠준 것이 바로 1인당 국민소득이다. A국 경제의 구성원을 총 10명이라 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전체 210만 원을 10명으로 나눈 21만 원이 된다.


◇경제성장률은 국민소득의 증가 정도


1인당 국민소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경제성장률과 환율 두 가지다. 우선 경제성장률을 보자. 경제성장률은 국민소득의 증가 정도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A국의 인구나 자본의 증가 혹은 기술혁신으로 1년 만에 나무의자를 1개 더 만들 수 있게 되면, A국의 국민소득은 의자 한 개 가격인 20만 원이 증가해 23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때 증가분인 20만 원을 전년도 국민소득 210만 원으로 나누면 9.5%가 나온다.


이 수치가 곧 경제성장률이다. 즉 경제가 9.5% 성장한 것이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은 그 나라의 생산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생산능력이 빠르게 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 전체 국민소득이 커지고, 그만큼 1인당 국민소득도 커지게 된다.

출처: 조선DB
공유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현재 한국 경제는 전년 대비 성장률이 3%만 넘으면 호조세로 본다. 예전에는 두 자릿수 성장률도 자주 기록했지만, 경제가 성숙하고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만족스런 성장률 수준이 많이 낮아졌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한마디로 생산 증가율이 낮고, 이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더디게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 증가율이 경제주체들의 소비 욕구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경제주체들의 행복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제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생산이 지속적으로 늘어야 각 경제주체들이 더 많이 소비하고 즐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침체된 경제성장률은 경쟁국과 비교해 상대적인 소득 격차도 만들어낸다. 경제학의 재미있는 법칙 중에 ‘72의 법칙’이란 것이 있 다. 72를 성장률로 나눴을 때 몇 년 만에 2배가 되는지 계산하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성장률이 6%라면 2배가 되는데 12년(72÷6)이 소요된다. 72의 법칙에 따르면 한국경제가 3% 성장을 유지할 경우 현재 상태에서 2배가 되는 데 24년이 소요된다. 반면 7% 내외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은 경제규모가 2배가 되는 데 10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경제규모 격차가 향후 엄청나게 벌어질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한국이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출처: 조선DB
서울 명동 거리


◇환율에 따라 춤추는 국민소득


다음으로 환율 영향을 보자. 환율의 국민소득에 대한 영향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국민소득 비교가 달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원화 기준 국민소득이 1천조 원에서 1천 100조 원으로 100조 원 늘었다고 가정하자. 10% 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이 달러당 환율이 1천 원에서 2천 원으로 크게 올랐다고 하자. 국민소득 규모가 1천조 원일 때는 달러당 환율이 1천 원이니,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1조 달러(1천조원1천원)가 나온다. 그런데 1년 후 환율이 2천 원으로 오르면 원화 기준 국민소득이 1천100조 원으로 늘었다 하더라도,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은 5천500억 달러(1천100조 원÷2천 원)에 불과하다. 원화 기준 명목 국민소득은 커졌는데, 환율이 상승하면서 달러로 환산 한 국민소득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출처: 조선DB
서울 밤거리


결국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로 환산한 한국경제 상황은 실제보다 훨씬 과소평가될 수 있다. 한국경제는 이 같은 일이 2번 있었다. 1998년, 2009년이다. 이때 경제위기가 발생하면서 환율이 급등했고, 이에 따라 원화 기준 국민소득이 늘었음에도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은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 최근인 2009년 상황을 보면 2006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한 후 3년만에 다시 1만 달러대로 주저앉는 일이 벌어졌다.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천달러 수준으로 2년 전인 2007년 2만3천달러와 비교해 5천 달러 이상 내려갔다. 당시 원화로 평가한 경제 규모는 소폭이나마 늘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달러로 평가한 1인당 국민소득이 급감하고 말았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환율 하락 영향이 컸다. 당시 장기간의 무역흑자로 국내에 달러가 쌓이면서 환율이 계속 하락하던 때였다. 이에 따라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커지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2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불과 3년 뒤인 2009년 환율 급등에 따라 달러 환산 국민소득이 급감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출처: 조선DB
한 취업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쓰는 사람들


◇2009년과 비슷한 상황 재현 우려


2009년으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올해, 당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선 작년 상황을 보면 경제성장률과 환율이 모두 1인당 국민소득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경제성장률은 외환 위기 이후 21년 만에 최저 수준인 1.1%에 그친 반면, 환율은 6% 가까이 오른 것이다. 규모는 아주 살짝 늘었는데, 나눠주는 환율은 상대적으로 크게 오르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결국 2018년 3만3564달러에서 2019년 3만2115달러로 4.3% 감소하고 말았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코로나사태 영향으로 경제가 성장하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2%에 그쳤다. 반면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가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서, 환율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기본적인 예상 시나리오 대로만 가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출처: 조선DB
일하는 사람들


◇노동소득분배율은 증가


다만 국민소득의 감소가 가계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란이 있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여부가 그렇게 중요치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소득을 모두 가계가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은 가계에는 소득으로, 기업에는 이윤으로, 정부에는 세금으로 돌아간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라면 여기에는 소득, 이윤, 세금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을 개개인의 소득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실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가운데 가계에게 떨어지는 부분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1인당 국민소득은 기업·정부 몫을 빼고 남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이라고 한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은 2026만원으로 1.9% 증가했다. 또 노동소득분배율(기업이 벌어들인 돈에서 근로자가 가져가는 몫)은 전년 대비 2%포인트 늘어난 65.5%를 기록,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3년 이후 가장 높았다.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보수 증가율이 2년 연속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5.3%(2018년), 3.4%(2019년)를 기록한 결과다. 경제성장률이 좋지 못한 가운데 가계로 돌아간 몫이 증가한 것에 일부 논란이 있지만, 가계 살림살이가 수치상 나아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출처: 조선DB
코로나 여파로 썰렁한 전통시장


◇장기 성장세 회복에 집중해야


결국 진정한 삶의 질을 평가하는 게 목적인 경우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여부에 그렇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진한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계속 밑돌 경우 결국엔 국민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은 극단적인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5년 4만3817달러에 달했는데 이후 장기경기불황이 찾아오면서 2002년 3만2759달러까지 떨어진 바 있다. 최근 몇 년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2016년 4만229달러로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일본을 미국과 비교하면, 일본은 1990년 미국을 추월했지만, 1998년 미국에 다시 추월당한 뒤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중이다. 앞으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려면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들의 합치된 노력이 요구된다.


/박유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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