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 하나로 타일 시공, 미국 일본 유럽서 열광한 한국인의 아이디어

조회수 2020. 7. 9. 09: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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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석으로 만든 스티커 타일

원하는 크기로 잘라 붙이면 시공 끝

제약회사 직원 출신, 유통업에서 제조업으로 변신 성공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던 손보고 싶은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띈다. 간편하게 잘라서 붙이는 방식의 타일을 만드는 유니디자인의 김형진 대표를 만났다.


◇혼자 잘라 붙일 수 있는 스티커 타일


타일은 시공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시멘트를 균일하게 펴 바른 후 그 위에 타일을 덮어 줄눈 시공 후 마무리까지. 웬만한 전문가도 하기 어려워서, 타일공들은 공사 현장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받는다.

출처: 유니디자인
김형진 대표(왼쪽)와 스티커 타일을 붙인 모습



유니디자인의 ‘리얼 스톤타일’은 이 타일을 스티커형으로 만들어서, 누구나 혼자 작업할 수 있도록 했다. 천연 대리석이나 화강암 등을 1.3~1.5㎜의 얇은 두께로 만든 것이다. 뒷면에 접착제를 결합해서, 원하는 크기로 잘라 붙이면 작업이 끝난다. “두께가 얇아서 가위나 칼로 쉽게 자를 수 있습니다. 어디든 붙일 수 있죠.”


최근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특히 DIY 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 반응이 뜨겁다. 아마존에서만 최근 3개월 동안에만 작년 전체 판매량의 3배를 팔았다. 각종 문의 메일도 하루 10통 이상 들어온다. “최근 광고비를 거의 지출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성과가 나고 있습니다.” 요즘엔 온라인몰(https://bit.ly/30flU9t)을 통해 국내에서도 잘 팔린다.


◇IMF 시련 겪은 뒤 제조업체로 전환


김형진 대표는 제약회사 샐러리맨 출신이다. 내 사업이 하고 싶어서 1993년 다니던 회사를 나와 유통·수입업체를 차렸다. 욕실용 미끄럼방지 스티커 등을 미국에서 수입해 팔았다. 창업 5년 째인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다. 환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수입 부담이 급증해 큰 손해를 봤다.  수입 대신 제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재 등 인테리어 자재를 전문으로 하기로 했다. 

출처: 유니디자인
바닥용 스티커 타일(왼쪽)과 벽면용 스티커 타일



-잘라 붙이는 타일에 집중한 계기가 있나요.

“자주 가는 중국집이 있습니다. 우연히 주방 안을 들여다보게 됐는데 화덕 앞에 은박지가 붙어 있더라고요. 알루미늄 호일이었습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궁금해서 알아보니, 알루미늄 호일이 단열재 역할을 할 만큼 열에 강하더라고요. 화덕 불 세기가 워낙 강해서 타일이 열을 받아 터질 수 있는데요. 이걸 막기 위해 호일을 10장 정도 겹겹이 붙여 놓은 것이었어요. 곧 ‘열에 강한 타일’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처럼 부담없이 설치할 수 있고, 사용하다가 질리면 쉽게 바꿀 수 있는 스티커 방식의 타일이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알루미늄 호일에 타일 무늬를 인쇄한 ‘보스타일’을 첫 제품으로 출시했다. 섭씨 300도 열을 견딜 수 있고, 행주로 기름 등을 쉽게 닦아낼 수 있는 타일이었다. 특허를 내고 대형마트 자체상표(PB) 납품 등에 성공하면서 곧 자리를 잡았다.


◇파리 박람회에서 아이디어


성장 2라운드를 가져다준 게 천연석을 재료로 한 타일이다. “외국 박람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2018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종&오브제(MAISON&OBJET) 인테리어 박람회에 참여했어요. 돌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이 많이 나왔는데요. 자연 질감을 그대로 살린 게 인상 깊었습니다. 천연석으로 된 스티커 타일도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바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출처: 유니디자인
박람회에 참여한 김형진 대표



쉽지 않았다. 돌을 가공하기 위한 별도의 금형 기술이 필요했다. “보스타일을 만들던 수준의 금형 기술로는 돌을 자를 수 없었어요. 고민하다 정부의 ‘신기술 금형 지원 사업’에 지원해서 선정돼 기술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KTR) 시험을 통해 10대 유해물질 불검출도 검증받았습니다.”


바닥용과 벽면용, 두 가지 제품으로 개발했다. 가로 39㎝×세로 15.4㎝ 크기다. 사람의 체중을 받는 바닥용은 벽면용보다 3배 정도 두껍게 만들었다. 바닥용과 벽면용 모두 물로 청소할 수 있어 욕실과 주방에도 쓸 수 있다. “자연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거친 겉면이 인상적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돌로 타일 시트지를 만들었으니, 구부리면 부러질 것 같은데요. 접착제가 있는 뒷면을 얇은 망사와 플라스틱 폼으로 코팅 처리해서 곡면에도 얼마든지 시공할 수 있습니다. 화학 소재의 일반 시트지와 달리 천연석을 써서 변색이나 변형이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인기


작년 5월 첫출시했다. 외국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이미 돌로 만들어진 시트지가 있지만, 칼이나 가위로 자를 수 있는 제품은 없어 금세 눈길을 끌었다. 해외 호평을 확인하고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아마존을 통해 미국 등에 팔고, 유럽 카르푸, 일본 코스트코·카인즈·큐텐 등에도 입점했다. 현재 매출의 85%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출처: 유니디자인
화장실과 주방에 스티커 타일을 시공한 모습



국내에선 온라인몰(https://bit.ly/30flU9t) 등을 통해 지금까지 5만장 가량 리얼 스톤타일을 팔았다. 국내와 해외를 합쳐 작년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코로나 영향으로 매출이 더 늘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 이후 자가 인테리어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에서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방심하면 안됩니다. 일단 살아남는 게 우선입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출은 크게 고전 중입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대형마트 매장이 셧다운 영향으로 개점 휴업 상태입니다. 일단은 온라인에 집중하면서, 판로를 계속 넓혀 가야 합니다. 장기적으론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는 유니디자인만의 기능과 디자인을 계속 연구해야 합니다. 곧 메탈, 우드 등 재질의 타일도 내놓을 계획인데요.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회사를 만들겠습니다.”


/신재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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