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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강을 따라 찬란한 역사를 더듬다

룩소르에서 아스완까지 나일강을 따라 크루즈를 타고 가며, 수천 년 이집트 유적의 정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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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했다. 사막여우가 텐트를 기웃거리고 밤하늘에 가득 뜬 별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상의 것이 아닌 듯 신비롭다.  

TRAVELLER’S GUIDE

인천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대한항공 등이 운항한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국내선으로 이동한 뒤 나일 크루즈를 이용해 아스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나일 크루즈는 보통 3박 4일 내지 4박 5일 일정으로 탄다. 전통배 펠루카부터 화려한 6성급 크루즈까지 예산에 맞춰 고를 수 있다. 룩소르에서는 택시와 마차로 이동할 수 있다. 마차를 타기 전에는 반드시 인원수, 팁을 포함해 얼마인지를 미리 흥정해야 한다. 통화는 이집트 파운드를 쓴다. 달러화나 유로화는 현지 호텔 등에서 환전이 가능하다. 이집트관광청 공식 홈페이지(www.myegypt.or.kr)에서 다양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인의 경배는 고대 파피루스에서도 확인된다. “그대는 왕이며, 그대는 모든 율법, 언제나 목마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함 없는 그대 은총에 찬란한 눈길을 보낸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시작해 6690킬로미터를 흐르며 이집트를 적시는 나일강. 신이 내린 이 장대한 물길은 범람을 거듭해 사막을 옥토로 바꾸고 온 이집트인이 배불리 먹고도 남을 곡물을 키워낸다. 그리고 이 풍요로움이 찬란한 이집트문명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됐다.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인의 경배는 고대 파피루스에서도 확인된다. “그대는 왕 이며, 그대는 모든 율법, 언제나 목마름을 모르는 사람들은 다함 없는 그대 은총에 찬란한 눈길을 보낸다.” 물론 ‘그대’는 나일강을 말한다. 

나일강을 따라 이어지는 룩소르와 아스완 등의 도시에는 이집트 유적이 산재해 있다. 여행자들은 나일강을 따라가는 크루즈를 타고 이집트 역사를 더듬는다.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호루스 신전, 콤옴보 신전, 왕들의 계곡, 아부심벨 등이 나일강을 따라 이어진다. 나일 크루즈는 이집트 유적을 돌아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집트문명이 남긴 문화유산 중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고왕국 시대에 만들어진 피라미드들이지만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시기는 신왕국시대였다. 룩소르는 ‘테베’라고 불렸던 상이집트 신왕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지금은 소도시가 되었지만 한때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 을 정도로 번성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람세스 2세도 당시의 파라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는 룩소르를 “100개의 문이 있는 호화찬란 고도”라고 칭송했고, 나폴레옹의 군대 역시 이집트 원정에 실패하고 돌아가면서도 룩소르의 매력에 한동안 퇴진을 멈췄다고 한다. 룩소르에는 멤논의 거상, 핫셉수트 제전, 왕들의 계곡, 카르나크 신전 등이 유명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동서 540미터, 남북 600미터 규모로 세계 최대 신전으로 손꼽히는 카르나크 신전이다. 이집트 역대 왕들이 2000여 년에 걸쳐 조금씩 증축해온 것으로 룩소르에 서도 가장 오래됐다. 신전의 주인은 아문Amun신으로, 신왕국시대가 숭앙한 최고신이자 테베의 조물주다. 영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배경이기도 한 카르나크 신전은 룩소르 신전으로 이어진다. 룩소르 신전은 신왕국시대 초기 아멘호테프 3세 때 테베의 통치자였던 아몬신과 그 아내 무트, 아들 코스를 위해 건축됐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고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이 들게 한다. 신전 가운데에는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입상이 있다. 30세에 파라오에 즉위한 그는 이집트를 67년간 지배하며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람세스 석상에서 나오다 보면 신전 정면 왼쪽에 오벨리스크 하나가 서 있는데, 이것과 똑같은 오벨리스크가 파리 콩코르드광 장에 서있다.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챙겨간 것이다. 룩소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왕들의 계곡이다. 이곳에 투트모세 1세부터 람세스 11세에 이르는 제18, 19, 20왕조의 왕들이 묻혀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무덤만 60여개에 이른다. 왕들의 무덤은 꼭꼭 감춰 놓았지만 숱한 도굴에 시달려야 했다.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고 발굴된 무덤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했다. 이 무덤이 원형 그대로 발견된 이유는 그가 어린 나이에 죽어 초라한 곳에 묻힌 불우한 왕이어서 도굴꾼이 그의 존재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이곳이 왕들의 계곡으로 알려지기 전 계곡 아래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 주민은 전부 도굴꾼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왕들의 계곡에서 나온 유물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룩소르를 나와 나일강 서편으로 건너가면 들판에 거대한 석상 2개가 서 있다. 멤논의 거상이라 부르는 것으로 아멘호테프 3세가 세운 신전 입구에 세워져 있던 것이다. 지금은 신전은 사라지고 석상만 남았다. 높이가 20미터에 달하는 이 석상은 새벽이면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는데 사실은 석상의 갈라진 틈에서 나오는 진동 소리라고 한다. 

룩소르를 출발한 크루즈는 나일강을 따라 아스완까지 남쪽으로 200 킬로미터의 뱃길을 달린다. 아스완은 영국의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쓴 <나일강 살인사건>의 무대이기도 하다. 나일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아스완의 올드 캐터랙트 호텔은 창업한 지 1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호텔로도 유명하지만, 애거사 크리스티가 <나일강 살인사건>을 집필한 곳으로 더 유명하다. 호텔은 고풍스러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집트 여행 마지막 날, 호텔 베란다에서 노을이 지는 나일강을 바라 본다. 커다란 삼각돛을 부풀린 배가 노을 속으로 미끄러져간다. 

어느 책에서 이렇게 쓴 적이 있다. “모두가 잠이 들면 어떤 목소리가 다가와 귓전에 속삭일 것이다. 우리는 대개 버려지고 기억할 만한 건 꽃 한 다발의 일일 뿐일지도 모른다고. 불행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살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대체 뭐가 불행하다는 말인가.” 오래 살지 않았지만 그래도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왔다. 그 동안 살아 오며 알게 된 건 우리 인생에는 성공도 없고 실패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고 당신은 당신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 점점 닳고 허물어져가는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서, 나일강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속수무책의 표정으로 서 있는 람세스의 석상 앞에서 인생은 결국 허무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우리는 기억해야 할 꽃 한 다발의 일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글·사진 최갑수(여행작가)

에디터 여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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