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문화공간 탐방

조회수 2019. 9. 23.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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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속초를 만드는 공간들①

강원도에서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은 몇 년이 채 되지 않았다. 산과 바다 곳곳의 틈새에서는 젊은 온기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서울의 빡빡한 삶을 벗어나, 2박 3일짜리 여행이 아닌 이주를 선택했다.

01 글라스하우스

속초에서 고성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천진해변은 서핑으로 유명하다. 그 해변 끝자락에 위치한 글라스하우스는 외관부터 예사롭지 않다. 지역 출신 서퍼인 최진수가 운영하는 카페로 은색 컨테이너로 이뤄진 메인 공간을 비롯해 총 4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그가 이끄는 의류 브랜드 '서프엣모스피어'의 쇼룸 겸 작업실이자, 패션 브랜드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팝업 스토어, 팝업 베이커리, 플리마켓 등이 열리는 공간이다. 서퍼의 공간인 만큼 열리는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 대부분 서핑과 관련되어, 서퍼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엿볼 수 있다. 행사가 없는 날에도 서핑 장비, 서핑 문화에 대한 서적 등이 비치되어 있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여유롭게 둘러보기 좋다. 올여름엔 사워도우 빵을 만드는 ‘서프베이커Surfbaker’가 팝업 베이커리를 열어 건강한 음식을 선보였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금을 바다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에 사용했다. 파도를 즐기는 스포츠를 넘어,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서핑 문화를 이곳에서 알 수 있다.

LOCATION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천진해변길 43

TEL 033-637-0406

02 바우지움 조각미술관

속초와 고성 사이에 자리한 숲속에 들어서면 미려한 공간이 등장한다. 조각가 김명숙이 20년의 시간 동안 준비해 만든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이다. 돌을 철근으로 엮어 만든 거친 벽이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사면이 유리로 된 전시실이 등장한다. 관장이자 예술가인 그녀가 국내 유명 조각가의 작품을 수집한 것을 전시했는데, 유리벽 너머 풍경과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은 상설전시실 2곳과 기획전시실 1곳, 카페, 아트 숍 등으로 이뤄졌는데 건물과 건물을 이동할 때 보이는 정원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첫 번째 전시실 앞에 있는 물의 정원은 거친 돌담과 설악산의 풍경을 그림처럼 비춰 ‘물의 캔버스’라 불린다. 올해 강원도 일대의 산불로 인해 미술관을 둘러싼 소나무 숲도 불에 탔는데, 이를 제거하기보단 소생의 의미를 담아 나비 정원으로 만들고 공연 등을 벌일 예정이다. 미술관 건축은 강남역의 ‘어반하이브’를 건축한 김인철이 맡았는데, 설악산과 조화를 이뤄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미적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

LOCATION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37

TEL 033-632-6632

03 국립산악박물관

속초는 산악인들에게 중요한 도시다. 백두대간 중심에 자리한 설악산이 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지형과 유사한 설악산은 산악인에게 좋은 훈련지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2014년 국내 최초로 산악 문화를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인 국립산악박물관이 속초에 자리를 잡았다. 박물관은 울산바위를 마주했는데, 이 자리는 1969년 설악산에서 훈련을 받던 사람 10명이 눈사태로 사망해 산악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운 장소이기도 하다. 총 3층 규모인 박물관은 산악 역사와 기술, 체험장 등으로 이뤄졌는데, 최근엔 바로 옆에 산악학교까지 개관해 보다 심도 있는 산악 기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관람법은 옥상의 전망대에서 시작해 1층으로 내려오는 것이다. 설악산의 산세를 본 뒤 3층의 상설전시에서 국내 산악인과 산악 역사를 관람하고 2층에 마련된 암벽 체험장과 고산 체험실 등을 경험하면 된다. 1층에는 산악과 관련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이 열려 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LOCATION 강원도 속초시 미시령로 3054

TEL 033-638-4459

04 칠성조선소

칠성조선소는 그 자체로 속초의 역사를 보여준다. 관광도시로 이름을 알리기 전, 1950~60년대의 속초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어획량이 많은 어촌 마을이었다. 수산업의 부흥과 함께 어선을 만드는 조선업도 흥했는데, 그중 한곳이 칠성조선소다. 더 이상 나무로 만든 배가 어선으로 쓰이지 않으며 문을 닫았던 조선소는 지난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3대째 칠성조선소를 이은 최윤성 대표는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공장과 그 옆에 있는 옛 집을 개조해 카페와 전시실, 공연장 등을 만들었다. 공장은 과거의 골조와 물건 등을 남겨 과거 배 만드는 목수들이 일했던 공간을 보여주며, 여기에 최근 동아서점과 함께 발간한 <나는 속초의 배목수입니다> 책에 관한 전시를 진행해 한때 활력이 넘쳤던 조선소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 외에도 캠핑과 함께 이뤄진 뮤직 페스티벌과 작은 영화제 등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9월에는 폰트 회사 산돌과 함께 2대째 대표인 최승호가 선박에 쓰던 글씨체를 담아 '칠성조선소체'를 개발해 발표할 예정이다.

LOCATION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46번길 45

TEL 033-633-2309

05 문우당서림

“서점은 사람과 글, 종이가 모이는 공간이죠.” 속초의 오래된 서점 문우당서림에 들어서면 벽면의 수많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서점을 찾아온 이들이 남긴 조각 글부터 서점지기인 ‘서림인’의 글, 작가들의 문장이 벽면을 채웠다. 1984년, 약 16제곱미터 남짓한 작은 규모로 시작한 서점은 점차 규모를 키워 지금의 2층짜리 책방이 되었다. 처음 만들었을 당시 책을 판매하는 매대만큼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던 것처럼, 지금도 서점에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많다. 2층에는 방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선 속초 문인들의 글쓰기 모임이나 독서 모임 등이 열린다. 저자가 진행하는 북 토크, 워크숍, 심야 책방 등의 행사도 열려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경험의 폭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최근 사람들이 책방에서 책을 고를 때 분야보단 테마나 주제로 책을 찾는 추세에 맞춰, 서점에선 키워드를 정해 책을 정리한 코너도 마련했다. 가족, 식물에 이어 ‘바다’를 키워드 삼아 책을 모았는데, 여기에 2대째 책방을 이어오는 이해인의 생각을 담은 문구를 함께 전시했다. 서가 곳곳에서 그가 손으로 쓴 추천사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LOCATION 강원도 속초시 중앙로 45

TEL 033-635-8055

06 동아서점

지방에는 여전히 오래된 종합서점이 유지되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참고서나 어린이 책, 베스트셀러 위주로 판매한다. 속초에서 3대째 운영 중인 동아서점은 지방의 대부분 서점과 다른 면모를 갖췄다. 1956년 ‘동아문구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여러 변화를 거치다, 2015년 3대인 김영건이 운영을 맡기 시작하며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대대적인 리뉴얼을 했다. 가장 큰 변화가 책의 구성이다. 도매상이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일반적인 서점 운영 방식 대신 책을 직접 골라 들여 동아서점만의 시선을 담은 것이다. 언어에 관한 책이 꽂힌 ‘말들의 풍경’, 수영에 관한 책을 모은 ‘수영과 삶의 상관관계’ 등 테마를 가진 책장이 매대 사이사이에 준비되었다. 속초 출신의 작가가 쓴 작품을 모아둔 서가도 있어, 속초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리뉴얼 이후 2016년부터 서점 브랜드 디자인도 다시 했는데, 할아버지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져온 서점의 특징을 잘 담은 캐릭터 제품과 굿즈도 제작했다. 지금까지도 가족끼리 서점을 운영해, 집처럼 포근한 분위기를 낸다.

LOCATION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 108

TEL 033-632-1555

07 완벽한 날들

속초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좁은 골목길엔 오래 머물고픈 공간이 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도 겸하는 완벽한 날들이다. 속초 출신의 주인장이 아내와 함께 고향으로 다시 돌아와 문을 열었다. “무언가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단순히 책을 판매하거나 숙소의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독서 모임과 북 토크, 음악 공연, 전시 등 이벤트가 비정기적으로 열리고 이를 위해 타 지역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소규모 책방이 그렇듯 책방지기의 취향이 담긴 책이 서가를 차지했는데, 사회 이슈에 대한 저자의 시선이 분명한 인문학 도서가 주가 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의 책일 수 있으나, 여행지가 주는 여유 속에서 한 번쯤 읽고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책을 고르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책방지기가 매달 책을 한 권씩 선정해 정기배송을 하는 서비스도 운영한다. 대형서점에선 주목받지 못한 작은 출판사의 책을 소개하는 자리도 별도로 마련해, 책의 가짓수는 적어도 한 권 한 권 눈길이 간다. 책방에선 직접 디자인한 속초 명소 6가지를 담은 엽서도 판매해, 속초 여행 기념품을 구매하기 좋다.

LOCATION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TEL 033-947-2319

에디터 이지혜, 권아름

포토그래퍼 전재호, 강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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