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로컬 아트의 오늘

조회수 2019. 5. 21.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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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로 북적이던 센트럴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 이렇게 멋진 홍콩의 로컬 아트를 만날 수 있다.

1 | 도시의 가장 낮은 곳, 삼수이포

거칠다, 살아 있다. 이 동네의 첫인상이다. MTR역을 빠져 나오자마자 삼수이포 마켓의 열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오랜만에 보는 홍콩의 날것. 삼수이포는 1950년대 중국 난민들이 지내던 판자촌이었다. 공업단지와 홍콩 최초의 공공주택이 차례로 세워지면서 도시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이후 개발되지 않은 채 남겨졌던 이곳에 젊고 영세한 홍콩의 아티스트들이 모여들고 있다. 모든 것이 폭발하는 센트럴을 도망치듯 빠져나와 당도한 곳이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버려진 공장과 공공주택. 자키클럽 크리에이티브 아트센터(이하 ‘JCCAC’)는 폐공장을 개보수해 만든 아티스트 레지던시로, 디자이너와 예술학도들을 받아들였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가장 트렌디한 홍콩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자키클럽 블랙박스 극장, 전시 갤러리, 카페, 편집 숍 등도 입점해 있다. 신선한 주제의 디자인, 아트, 컬처 페어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JCCAC에서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재생 공간이 있다.

메이호 하우스다. 1953년 화마로 소실된 판자촌의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홍콩 최초의 공공주택이다. 지금은 유스호스텔로 사용되고 있는데, 1950~70년대에 이르는 역사를 전시하는 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건물 1층과 테라스에 위치한 카페와 레스토랑은 여행자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2 | 의외의 발견, 취안

홍콩을 여러 번 여행했더라도  이 동네까지 들어와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센트럴과 침사추이, 몽콕을 가로지르는 MTR 취안 라인의 종점, 취안이다. 홍콩의 근현대 경제를 이끌었던 섬유산업의 본거지다. 지역을 지키던 많은 공장과 인력이 중국 본토로 이동하며 산업은 쇠퇴했으나 1950년대 들어 정부 주도 아래 신도시로 개발됐다. 우리로 치면 ‘◦◦신도시’쯤 되겠다. 이렇게 깊은 동네까지 찾아간 이유는 딱 한 가지. 더 밀스에 가기 위해서다. 1950년대 이 지역 섬유산업을 주도했던 난펑 그룹의 공장 부지에 세워진 복합문화공간이다. 그 시절 난펑 그룹의 심장과도 같았던 공장이 도시의 과거와 산업을 조명하는 디자인 거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내부에는 섬유,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비롯해 각종 워크숍 스폿도 운영하고 있다. 재생 소재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 ‘alt:’의 제작 현장을 보여주는 섹션도 마련됐다. 카페나 레스토랑, 크고 작은 편집 숍도 있어서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밥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지난 3월에는 더 밀스의 유산 보전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Centre for Heritage, Arts and Textile(CHAT)’을 새롭게 선보였다. 개막을 맞아 한국인 정연두 작가의 미디어 아트도 전시 중이다.

3 | 새로운 아트 센트럴, 시주룽 문화지구

주룽반도 서쪽, 빅토리아  하버 연안으로 향한다. 침사추이에서 항구를 끼고 서쪽으로 돌아나가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 개발 중인 시주룽 문화지구는 홍콩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 프로젝트다. 천문학적인 자본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시간 매립지로 사용되며 시민들의 관심 밖에 있던 약 40만 제곱미터의 넓은 부지에 미술관, 대공연장, 오페라극장, 뮤지컬·콘서트· 현대무용 전용 홀 등 다채로운 문화 시설을 세워 하나의 거대한 ‘시티 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아트바젤 기간 동안 시주룽 문화지구는 새로운 아트 지구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1월 공식 개관한 시취(희곡) 센터와 2016년 1차 개관하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현대미술관 M+ 덕분. 

시취 센터는 중국 전통과 현대 문화를 잇는 종합예술 공연장이다. 다과를 즐기며 월극(중국 4대 전통극 중 하나)을 관람할 수 있는 티하우스를 비롯해 다양한 시취 공연과 상영회를 감상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다. 홍콩의 전통 예술, 공연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가 담겼다. 한편, M+는 내년 정식 개관하면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될 전망이다. 1차 개관 이후 매년 참신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으며, 외부를 활용해 아트 파크를 꾸밀 예정이다. 아트 파크에서는 물 건너 센트럴의 마천루를 등지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4 | 스트리트 갤러리, 웡척항

뉴욕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은  맨해튼을 떠나 첼시나 브루클린, 웨스트 빌리지로 모여들었다.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헤링 같은 팝아티스트도 모두 그렇게 성장했다. 이렇게 본다면 웡척항은 홍콩의 브루클린이자 웨스트 빌리지다. 간판도 달지 않은 갤러리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건물 벽에서 촉망받는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아티스트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한 것은 훨씬 이전부터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2016년 말, MTR 웡척항역이 개통하면서부터다. 지금은 19개의 현대미술관, 아티스트 스튜디오, 비상업적 예술 공간까지 아우르는 아트 신이 펼쳐지고 있다. 대부분의 갤러리는 오래된 공장 건물 한 호를 빌려 운영한다. 

공장 인부들이 일상을 보내는 틈을 가로질러 가장 최신의 예술을 만나는 것이다. 거리에는 이탈리아 만화가 마우로 마르케시의 그림이 그려진 더 팩토리를 비롯해 한국 출신 신혜미 작가의 협업 작품이 보이는 건물이 곳곳에 있다. 동네 전체가 거대한 아트 갤러리인 셈이다. 센트럴에서 아트바젤이 한창이던 3월 29일, 이곳에선 ‘사우스 아일랜드 아트 데이’가 열렸다. 새로운 전시의 오프닝과 아트 퍼포먼스,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행사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서로 가깝게 만나는 행사로, 신진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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