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에 취하고 자연에 취하다, 일본 고치현

조회수 2019. 4. 19. 16: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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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코쿠섬 남부에 위치한 고치현으로 여행을 떠났다. 활기찬 고치현에서 흥에 취하고, 자연에 취했다.

마음속이 시끄러울 때는 일본 소도시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다. 아기자기한 도시는 거닐기 좋고, 시내를 벗어나면 다정한 자연이 손짓한다.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주요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 남부 고치현은 시코쿠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곳이다. 북쪽으로 깊은 산과 남쪽으로 웅대한 태평양에 둘러싸인 이곳은 온난한 데다 일조 시간도 길어서 사시사철 여행하기에 좋다. 남국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푸른 바다, 울창한 소나무로 둘러싸인 가쓰라하마 해변의 전망대에 오르면 가슴이 탁 트인다. 고치현은 채소와 과일, 그리고 가다랑어(가쓰오) 등의 해산물까지 사계절 내내 식재료가 풍부해 여행하는 동안 입이 즐겁다. 중심이 되는 고치시는 맑은 가가미강이 흐르는 아담한 도시다. 고치 공항에 내리자 가이드가 귀여운 억양의 한국어로 일행을 반겼다. “고치현에 오신 걸 환영해요. 시코쿠는 전통문화와 그것을 지키는 사람이 있는 곳이에요. 시코쿠에는 이런 말이 있어요. 만엔을 주웠다면 오사카와 가까운 도쿠시마 사람들은 사업에 투자하고, 가가와 사람들은 저축을 하고, 에히메 사람들은 반반 투자를 한대요. 고치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요? 술값으로 날린다고 합니다. 고치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고, 개방적입니다. 좌우명이 “오늘을 살자”예요. 중심가의 술집은 사람들로 밤늦게까지 활기가 넘치죠.” 아름다운 자연과 활기찬 문화로 가득한 고치현을 키워드별로 즐겨보자.

비 오는 산사 걷기

한국에 원효대사가 있다면 일본엔 홍법대사가 있다. 홍법대사는 고대 일본의 종교, 교육, 예술 분야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인물인데, 1200년 전 그가 시코쿠 지역에서 수행하며 다녔던 장소 88곳이 시코쿠 88사찰 순례길인 오헨로다. 총 1200킬로미터로, 도보로 두 달 이상 걸리는 길이다. 시코쿠에서 하얀 옷에 삿갓 쓰고 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봤다면 그들이 바로 오헨로상이라 불리는 수행자들이다. 

지쿠린지는 시코쿠 88사찰 중 31번째 사찰이다. 지혜를 관장하는 보살인 몬주사마를 모신 곳으로, 다자이후 텐만구 신사처럼 학업 성취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지쿠린지를 찾았을 때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의 산사는 더욱 운치 있다. 순례길을 걸으며 번뇌를 없애는 대신 명상을 했다. 스님과 함께 명상을 하고, 소원을 적는 사경 체험을 하고 나오니 이미 마음속의 번뇌가 반은 사라진 듯했다.


LOCATION 3577 Godaisan, Kochi City, Kochi 781-8125, Japan

TEL +81-88-882-3085 

WEB www.chikurinji.com

고치시 한눈에 담기

도시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면 그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치시에서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고치성이다. 고치시 중앙에 우뚝 솟은 고치성은 1601년에 도사 지방 초대 영주인 야마우치 가쓰토요가 축성을 시작했다. 천수각과 정문이 함께 보이는 성은 일본에 3곳이 있는데 고치성은 그중에서도 한 프레임에 그 둘이 무리 없이 들어가는 유일한 성이다. 

정문 주변에는 내조로 유명한 가쓰토요의 아내 지요와 자유민권운동을 주도한 이타가키 다이스케의 동상이 서 있다. 정문 지붕 위에는 불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물고기 조각상이 있다. 태풍을 대비하기 위해 큰 돌과 작은 돌을 쌓아 지은 것도 다른 성과 점이다. 이 성벽 쌓는 기술을 발견하는 데만도 150년이 걸렸다고 한다. 좁은 계단을 지나 천수각 망루에 오르면 고치 시내가 한눈에 담긴다. 소도시라지만 천수각에 올라 내려다보면 도시의 스케일이 켤코 작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LOCATION 1 Chome 2-1 Marunouchi, Kochi City, Kochi 780-0850, Japan

TEL +81-88-824-5701 

WEB kochipark.jp/kochijyo

식물원 산책하기

오다이산에 위치한 마키노 식물원은 세계적인 식물학자 마키노 도미타로 박사와 인연이 있는 식물원이다. 마키노 박사는 식물 이름 1500개를 학명으로 세계에 발표한 일본 최초의 식물학자다. 식물원은 약 60년 전에 생겼으며 3000여 종의 야생식물이 사시사철 자태를 뽐낸다. 6만 제곱미터 넓이의 식물원에는 해발고도 1000미터 이상의 냉온대부터 따뜻한 해안선까지 식생을 4가지 기후대로 구분해서 식물을 심었다. 

워낙 넓어 식물원이라기보다는 거대한 공원 같다. 식물원뿐 아니라 건축가 나이토 히로시의 설계로 친환경적으로 지어진 건축물도 볼만하다. 전시관 내부에는 마키노 박사가 식물 연구를 위해 사재를 털어 수집한 장서와 식물화 등 85만여 점을 보관 중인 마키노 문고가 있다. 시코쿠의 유일한 온실 화원에는 열대 야생식물과 난 등이 자란다. 다양한 산책 코스뿐 아니라 카페도 3개나 있어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로 사랑 받는다.


LOCATION 4200-6 Godaisan, Kochi City, Kochi 781-8125, Japan

TEL +81-88-882-2601 

WEB makino.or.jp

술의 고장에서 사케 마시기

고치의 옛 이름은 도사. ‘술의 나라 도사’라고 불릴 만큼 애주가가 많은 고장인 고치현에는 지역색 풍부한 향토주가 많다. 고치현에만 사케 주조장이 약 30개로, 고치의 술은 담백하고 드라이하며 투명하고 입에 달라붙는 맛으로 질리지 않는다. 쓰카사보탄은 1603년에 문을 연 주조장으로 101년 전 주식회사가 됐다. 주조장 입구에는 간판 역할을 하는 사카바야시가 걸려 있다. 

사카바야시는 1년에 한 번 새 술이 나왔음을 알리기 위해 걸어두는 것이다. 준마이슈인 센츄핫사쿠가 가장 많이 팔리며 유자를 넣은 야마 유즈시보리 사케도 해외에서 특히 인기 있다. 밤으로 만든 소주인 다바다히브리도 명성이 높다. 생주는 저온 보관해서 빨리 마셔야 하므로 한정판으로만 판매한다. 쓰카사보탄은 소주 은행도 운영하는데 돈을 맡기면 이자를 현금 대신 술로 주는 시스템이다. 주조장 내 숍에서는 사케뿐 아니라 잔이나 그릇, 손수건 등 아기자기한 소품도 구매할 수 있다.


LOCATION 1299 Ko, Sakawa town, Takaoka-gun, Kochi 789-1201, Japan

TEL +81-889-22-1211 

WEB www.tsukasabotan.co.jp

활기찬 시장 구경하기

퇴근한 넥타이 부대, 젊은 커플, 여행객을 포함한 남녀노소가 왁자지껄해 낮부터 밤까지 활기가 넘치는 히로메 시장은 고치시의 꽃 같은 시장이다. 일곱 블록으로 이루어진 시장은 해산물, 고기, 반찬, 잡화 가게 등 개성 있는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초밥부터 고치현의 명물 가다랑어와 고치 교자, 고래기고, 잠바라조개 등 먹을 게 넘친다. 그중에서도 묘진마루의 가쓰오 다타키는 늘 줄을 설 만큼 인기 있다. 

고치현은 전국 제일의 가다랑어 소비 지역으로 가다랑어 표면을 구워 파와 양파 등의 양념을 얹어 먹는 다타키가 유명하다. 야쓰베 교자도 꼭 먹어볼 것.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사와 시장 곳곳에 놓인 테이블에서 먹는 방식이다. 시원나한마 비루 한 잔을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사라진다. 또 한 곳 가볼 시장이 있다. 고치성을 나오면 동쪽으로 약 1킬로미터에 걸쳐 매주 일요일마다 장이 선다. 일요 시장은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생활 장터로 500여 개의 노점이 이어진다. 갓 수확한 채소나 과일, 골동품, 생활용품 등 온갖 물건을 판다. 출출해지면 고치현의 명물인 고구마로 만든 튀김으로 배를 채운다. 득템하려면 이른 아침에 가는 것이좋다.


LOCATION 2 Chome-3-1 Obiyamachi, Kochi City, Kochi 780-0841, Japan 

TEL +81-88-822-5287 

WEB hirome.co.jp

스토리텔링의 승리, 오므라이스 마을

일본은 본래 오므라이스가 맛있는 동네다. 그러니 오므라이스 마을에서 먹는 오므라이스는 얼마나 맛있을까. 히다카정은 일명 오므라이스 동네다. 가게마다 독특한 오므라이스를 내놓는다. 이곳이 오므라이스 마을이 된 사연은 다음과같다. 히다카정에는 토마토가 많이 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5년 전 어느 날 폐교된 초등학교에서 토마토 퓌레를 만들어 나눠 먹기 시작했고 이후 레시피를 만들어서 공유하기로 했다. 그 레시피를 기본으로 각자의 개성이 담긴 레시피를 더 내놓는 가게가 생겨났고, 현재는 작은 동네에 오므라이스 가게만 9개가 됐다.

동네가 알려지면서 맛있는 오므라이스를 먹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에 고무된 마을 사람들은 마을 활성화 프로젝트로 2년마다 먹는 것을 소재로 한 히다카무라 그림책 대회까지 만들었다. 대회 수상작인 오므라이스나 토마토 소재의 귀여운 동화책은 동네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선플라워 오므라이스 레스토랑은 해바라기가 그려진 건물과 고양이 인형이 놓여진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 가라아게, 크림 고로케, 굴튀김 소바와 우동 등을 곁들인 다양한 오므라이스 세트를 판매한다.


LOCATION Hidakamura, Takaoka-gun, Kochi 781-2153, Japan

TEL +81-889-24-5111 

WEB www.vill.hidaka.kochi.jp

재미있는 기차 여행, 하비 트레인 타기

일본은 기차의 고장답게 어느 고장을 가도 다양한 기차를 만날 수 있다. 기차마다 콘셉트와 디자인이 독특해서 일본의 다양한 기차만 타고 여행하는 기차 마니아들이 있을 정도. 하비 트레인은 우와지마에서 구보카와역까지 운영하는 노선으로 갓파우요우요호와 도롯코, 옛날 신칸센을 재현한 기차까지 3가지로 나뉜다. 

갓파는 일본 민담에 나오는 전설적인 동물이자 물의 요정. 갓파가 그려진 컬러풀한 기차에 올랐다. 공룡 같기도 하고 개구리 같기도 한 초록색의 갓파 캐릭터 인형이 창가에 앉아 있다. 갓파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하비 트레인은 피겨 제조사 ‘가이요도’의 피겨가 기차 내부에 진열되어 있어 재미있는 피겨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심하지 않다. 시만토강이 내려다보이는 창밖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다. 갓파 기차와 신칸센 기차는 하루 네 번, 도롯코 기차는 주말이나 한정 시즌에만 운행한다.


LOCATION 8-33 Hamano-cho, Takamatsu City, Kagawa 760-8580, Japan

TEL +81-0570-00-4592 

WEB www.jr-shikoku.co.jp

해변 미술관 관람

고치시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려가면 구로시오에 다다른다. 태평양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따뜻한 미풍이 불어오는 곳. 구로시오의 바다는 고래 투어로 명성이 높다.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한적한 바닷가에는 색다른 미관술이 있다. 스나하마砂浜미술관은 건물이 없는 미술관이다. 하늘이 천장이고 바다가 바닥이다. 파도 소리가 배경 음악이다. 이 미술관에서는 회화나 조각이 아닌 바닷가 표류물이나 모래사장 근처 소나무가 작품이 된다. 풍부한 자연이 바로 품작이 되는 미술관. 

매년 5월 초에는 티셔츠 아트전이 열린다. 각자 디자인한 원화나 그림을 보내주면 미술관에서 티셔츠에 작품을 프린트해 바닷가에 건다. 매년 1000명에서 1500명이 신청을 한다. 수천 장의 티셔츠가 바닷가에 펄럭이면 그 자체가 바로 하나의 거대한 작품이 된다. 참가비는 4000엔. 전시를 마치면 바다 냄새가 스며든 티셔츠를 응모자에게 보내준다. 마침 이 시즌에는 고래 워칭 투어도 할 수 있으니 티셔츠 아트전도 구경하고 고래도 만나면 환상의 일정이 되겠다. 이벤트 기간에는 약 3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LOCATION 3573-5 Ukibuchi, Kuroshio Town, Hata-gun, Kochi 789-1911, Japan

TEL +81-880-43-4915 

WEB www.sunabi.com

시만토강을 따라 달리는 사이클링

일본인에게 자전거 타기는 일상이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 교복을 입은 여고생, 머리가 하얀 노인까지 남녀노소 모두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긴다. 한적한 소도시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달리노라면 도보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상쾌함을 경험할 수 있다. 고치현 서부를 흐르는 시만토강은 주요 도시나 대형 댐과 떨어져 있어 ‘일본 최후의 청류’로 불린다. 에카와사키역에서 시작해 시만토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고요한 시골길과 산 옆으로 흐르는 강을 따라 맑은 공기를 맞으며 달리면 머릿속이 상쾌해진다. 고치현은 태풍이 잦은 곳이다. 따라서 많은 건축물이 자연의 흐름에 맞게 설계돼있다. 나가오이 다리는 물이 많아지면 잠기는 시마교로, 좁은 나가오이 다리를 건널 때는 내 몸도 자연의 흐름에 맡긴 듯 기분이 좋아진다. 강가를 따라 달리는 동안 전통 가옥과 카페, 상점 등을 만날 수 있어 더욱 즐겁다. 에카와사키역 근처의 숍에서 고치 특산품과 식재료, 기념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 


LOCATION Shimanto City, Kochi, Japan 

TEL +81-880-34-1555

WEB www.shimanto-kankou.com

천일염 만들기

음식 맛을 좌우하는 재료 중 하나가 바로 소금이다. 축복받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소금은 여느 소금보다 맛있다. 요시다 가즈미와 아들 다쿠마루가 이끄는 도사노시오마루 소금은 햇볕과 바다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여기서 만든 소금은 해수를 끓이지 않고 불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햇볕에 말려서 만들었기에 생산량이 적다. 100킬로그램 해수에 1킬로그램의 소금을 만들어낸다. 바닷물 100퍼센트의 소금인 만큼 귀하고, 맛있다. 천일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견학도 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직접 만들 수는 없지만 제조 과정에 참여하면서 불순물을 골라내는 작업만 해도 즐겁다. 나무로 만들어진 고풍스러운 건물, 문 안으로 보이는 바다가 한 폭의 그림 같아서 잠시 머물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내가 만든 소금을 과일과 함께 맛보고, 숙성된 소금으로는 마사지도 할 수 있다. 시 솔트 아이스크림도 꼭 먹어볼 것.


LOCATION 48 Saga, Kuroshio town, Hata-gun, Kochi 789-1720, Japan

TEL +81-880-55-3226 

WEB siomar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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