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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 커피 잘 뗐나 아니 뗀만 못할까

할리스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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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가 ‘차’를 뗐다. 자동차 제조업체란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서다. 던킨도 ‘도너츠’를 뗐다. 목적은 기아와 다르다. 도너츠의 인기가 떨어진 탓에 어쩔 수 없었다. 최근 할리스커피가 ‘커피’를 떼겠다고 선언했다. 한쪽에선 승부수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왜 떼지란 의문을 내비친다. 커피를 뗀 할리스는 과연 의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출처연합뉴스

“떼내야 산다.” 사명이나 브랜드명에서 정체성이 담긴 ‘업종’을 떼는 트렌드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이다. 최근 몇년간 손에 꼽을 만한 사례도 숱하다. 대표적인 건 ‘기아’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버리고 ‘기아’로 거듭났다. 송호성 기아 대표는 3월 22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아로의 사명 변경은 업業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기아는 차량 제조와 판매를 넘어 혁신적인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무턱대고 이름부터 바꾼 건 아니다. 기아는 수년째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힘써왔다. 2019년에는 차량예약·결제·관리 등을 앱으로 한번에 할 수 있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 ‘기아플렉스’를 론칭했고, 유럽에선 현지 사업자와 함께 카셰어링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장기적으론 로보택시, 셔틀 공유 등 서비스를 도입하겠다는 게 기아의 플랜이다.

사례는 또 있다. 던킨도너츠는 지난해부터 이름에서 ‘도너츠’를 지우고 던킨만 남겼다. ‘Just call us DUNKIN’ ‘커피와 함께하는 캐주얼 스내킹(snacking) 브랜드’라는 슬로건도 걸었다. 던킨은 2018년부터 미국 본사 차원에서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던킨’ 하면 ‘도너츠’가 자연히 떠오를 만큼 인지도가 높은 데도 이름을 바꾼 배경엔 도넛의 몰락이 있다. 달고 기름진 도넛이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데다, 베이커리·디저트 시장에 대체재가 숱해서다. 던킨은 커피와 식사대용식 메뉴를 강화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굳히고 있다.


지난해 월정액 커피 구독 서비스 ‘매거진 D’를 론칭하고, ‘핫볼(브리또볼)’ ‘핫샌드위치’ 등 스낵 메뉴를 강화한 게 그 예다. 올해 1월에는 ‘내쉬빌 핫치킨 버거’를 출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던킨 측은 “2019년 대비 매출은 비슷하다”면서도 “대신 배달이나 픽업 주문건수는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아와 던킨 모두 이름에서 핵심 품목을 없앴지만 그 목적은 달랐다. 기아는 자동차 제조·판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 ‘차’를 분리했다. 반면 던킨의 목적은 리브랜딩이었다. 도넛이 시장서 경쟁력을 잃자 다른 품목의 비중을 늘리기 위해 ‘도넛’을 떼냈다는 얘기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최근 브랜드명에서 커피를 떼겠다고 선언한 ‘할리스(커피)’다. 지난해 11월 화학·물류·전자결제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KG그룹에 인수된 이후 처음 내놓은 비전이었는데, 사명 변경의 목적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참고 : 할리스는 사명 변경을 알림과 동시에 2025년까지 직가맹점 합산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하고 매장은 1000개, 직원은 3000명대로 늘리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20년 기준 할리스의 매출은 2000억원, 매장과 직원은 각각 587개, 1700명이다.]


업종 떼고 확장 노려


그렇다면 할리스의 변신은 기아와 던킨 중 어떤 쪽일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진화한다’고 밝힌 만큼 영역 확장을 위해 사명을 바꾼 기아 쪽에 가깝다. 


“1998년 국내 최초 커피전문점으로 시작한 할리스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일상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신유정 할리스에프앤비 대표의 말에서도 그 방향성을 알 수 있다.


할리스는 리브랜딩과 함께 미래 전략 5가지(▲브랜드 아이덴티티 재정립 ▲카페식食 메뉴 및 굿즈 확대 ▲가맹점 지원 확대 ▲멤버십과 스마트오더 리뉴얼, SNS를 통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강화 ▲MZ세대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특화 매장 및 공간 구성)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커피를 뗀 할리스의 도전은 시장에서 먹힐까. 아직 알 수 없다. 커피를 과감히 떼버렸지만, 특화 매장·카페식 확대 등 미래 전략은 낯익다. 할리스가 ‘커피’를 떼기 전까지 보인 행보와 큰 차이는 없어서다. 할리스는 2014년부터 카공족을 위한 1인 좌석을 도입해왔다. 일반적으로 카페에서 ‘민폐’ 취급을 받는 카공족·노트북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거다.


신 대표가 “1인 좌석이 많은 할리스에서 공부해 목표를 달성했다며 감사편지를 보낸 고객도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카페식 메뉴 확대에 돌입한 것도 2017년부터다. 할리스가 내세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진화’란 비전이 새롭지 않은 이유다.


할리스의 전략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또 있다. 동종업계 1위 사업자인 스타벅스의 전략과 유사해서다. 스타벅스는 2017년부터 간판에서 COFFEE 글자를 없애고 있다. ‘경험과 공간을 제공한다’는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출처연합뉴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2019년부터 간판 리모델링을 시작해 현재 전국 매장의 60% 정도 교체한 상황”이라며 “제3의 공간(가정과 직장을 제외한 레저·휴식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변화”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리브랜딩으로 ‘할리스가 갖고 있던 커피전문점으로서의 정체성’이 되레 약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감한 리브랜딩과 낯익은 전략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브랜드는 매스 마켓(mass market)에서 프리미엄으로 나아간다. 할리스의 전략은 브랜딩 단계로 볼 때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장수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표식만 남아 소비자에게 각인된다. V자 모양의 로고의 나이키가 대표적인 예다. 다만 할리스는 지금 커피 시장서 포지션이 애매한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할리스의 빨간 왕관이 남겠지만, 현재로선 성급한 진화일 수 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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