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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올까 “2018년과 같지만 다르다”

반도체 업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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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거센 경제 한파 속에서도 한줄기 희망의 빛은 비쳤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 반도체가 역대 두번째로 높은 연간 수출액을 달성했다는 소식이었다. 반도체 업계는 한껏 고무됐고, ‘2018년의 슈퍼사이클을 재현할 것’이란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반도체는 3년 만에 다시 역대급 호황을 맞을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한국 반도체 산업은 새 역사를 썼다. 연간 반도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한국 반도체의 양대 산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이 역대급 초호황을 맞은 덕분이었다. 시장에선 이를 ‘슈퍼사이클’이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3년 만인 2021년, 반도체 산업에 또다시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반도체 업계와 시장조사기관들이 ‘슈퍼사이클 도래’를 주장하고 있다는 건 함의가 크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와 가트너, 옴디아가 전망한 2021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은 평균 8.7%(메모리반도체 15.5%)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1월 5일 “2021년엔 연간 반도체 수출액이 또 한번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근거 없는 낙관론이 아니다. 기대감을 심어줄 만한 뚜렷한 시그널도 있다. 2020년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반도체는 연간 992억 달러(약 107조7800억원)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2018년 1267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출 실적이다.


반도체 가격도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고정거래가격(기업 간 거래가격)은 2020년 7월 이후 하락세와 보합세를 반복하고 있지만,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인 현물가격은 연말로 접어들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메모리반도체 고정거래가격도 곧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출처연합뉴스

그렇다면 2021년엔 정말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올까. 좀 더 구체적인 근거들을 살펴보자. 반도체 산업, 특히 메모리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일정한 주기(사이클)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중요한 건 언제 호황기에 진입하느냐는 건데, 주로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거나 IT산업이 변곡점을 맞을 때다. 이런 변화의 기점에선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례로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window)’를 처음 출시했을 때, 2007년 애플 아이폰이 등장했을 때, 2010년대 중반 클라우드 시장이 급성장했을 때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2021년엔 어떨까. 전문가들은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릴 만한 핵심 키워드로 포스트 코로나ㆍ5Gㆍ인공지능(AI)ㆍ자율주행차를 꼽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비대면 문화로 PCㆍ노트북ㆍ서버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2021년에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꿈틀거리는 5G 시장도 핵심 변수 중 하나다. 5G 시장이 활짝 열리면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의 말을 들어보자. “5G 시대가 열리면 고용량 콘텐츠 소비가 증가해 데이터센터(서버) 수요가 늘어난다. 동시에 스마트폰 스펙도 높아져 탑재되는 반도체 용량이 커진다. 2021년엔 5G가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할 것이다.”


AI와 자율주행차 연구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산업엔 호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2020년엔 5G, AI, 자율주행차의 성장으로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날 전망이었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로 그 시기가 조금 늦춰졌다”면서 “앞으로 반도체 사용량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021년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엔 이견이 거의 없다. 하지만 2018년 수준의 슈퍼사이클이 다시 돌아올 것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공급’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메모리반도체는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수요, 또 다른 이유는 공급이다. 


메모리반도체는 특성상 공급을 늘리려면 대규모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공장을 짓기 시작해서 완공하기까지 통상 2년여의 시간이 걸린다. 이를 바꿔 말하면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업이 가파르게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려면 2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공장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장이 완공되면 상황이 바뀐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찾아 가격이 떨어지고, 경우에 따라선 공급이 넘칠 수도 있다. 


2018년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은 주요 원인은 공급 부족 때문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출혈경쟁이 이어졌는데, 이 때문에 숱한 글로벌 기업이 파산의 길로 접어들었다. 


당연히 설비투자 역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수요가 조금만 늘어도 공급이 받쳐주지 못해 반도체 가격은 껑충 뛰었고,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 

중요한 건 그 이후 진행된 설비투자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국내 기업들이 반도체 설비에 투자한 금액은 각각 180억 달러, 177억 달러에 달했다.


2019년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설비투자 규모를 99억 달러로 줄였지만, 2020년엔 다시 157억 달러(잠정치)로 높였다. 2021~2022년엔 189억 달러, 197억 달러로 설비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수요가 아무리 늘어도 공급이 떠받칠 수 있어 2018년과 같은 슈퍼사이클이 도래할 가능성은 낮다는 거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급과잉 우려 때문에 2018년의 재현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메모리반도체의 비트그로스(메모리 용량으로 환산한 성장률)는 지난 몇년간 완만한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2021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성장하는 시장이 있으면 내리막을 걷는 시장도 있어서다. 5GㆍAI 등에서 수요가 증가해도, 스마트폰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반면, 설비투자가 다시 크게 늘고 있어 공급과잉 우려가 있다. 2021년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성장할 순 있어도, 영업이익은 2018년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참고 : 물론 반론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설비가 미세공정으로 전환되면서 생기는 수율 하락 이슈 등의 손실분을 감안하면 공급과잉 이슈는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려 요인은 그뿐만이 아니다. 미중 갈등의 향방도 국내 반도체 산업이 호황을 누리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반도체 수출액에서 대중對中 비중이 40%에 달해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도 대중 무역 제재가 지속된다면 국내 반도체 산업은 기대만큼의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게 분명하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양국의 갈등은 국내 기업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악화를 초래해 국내 기업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SK하이닉스 같은 경우 중국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중국이 타격을 받지 않고 반도체 산업을 육성한다면 과실을 입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SK하이닉스도 덩달아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 역사를 썼던 ‘2018년 슈퍼사이클’은 다시 재현될까. 장밋빛 전망만큼 우려도 적지 않다. 답은 수요와 공급의 아슬아슬한 균형 너머에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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