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메뉴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더스쿠프

생명공학박사의 두번째 도전 “유전자에 맞는 화장품 만들겠다”

김기원 올리포유코스메틱스 대표

2,088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맞춤형 화장품. 언뜻 스타트업에 적합한 업종일 것 같다. 작은 매장에서 원료를 혼합하는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이어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화장품을 만들려면 전문자격증을 가진 조제관리사가 있어야 하고, 설비도 필요하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대기업들이 줄줄이 똬리를 튼 이유다. 그곳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성공할 수 있을까.

“세계 3대 화장품 수출국가로 도약하겠다.” 지난해 12월 5일 정부는 ‘미래 화장품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 4대 화장품 수출국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낯선 플랜이었지만 사실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 프랑스·미국 등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현지 기업들의 약진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세계 3대 수출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기능성’ ‘맞춤형’ ‘고급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세계 최초로 신설·시행하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였다. 맞춤형 화장품은 개인별 피부 진단을 통해 고객 맞춤형으로 제조하는 화장품이다.

여기엔 맞춤형으로 화장품을 제조할 조제관리사가 필요한데, 정부는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통해 원료를 혼합·소분 및 품질관리를 담당하는 조제관리사 제도를 도입하면 신규 일자리(5000명)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로부터 두달여가 흐른 올 2월 22일, 드디어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시험이 치러졌다. 식약처가 처음 실시한 이 국가자격시험엔 전국에서 총 8837명이 응시해 2928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33%. 최근엔 두번째 시험까지 치러졌다. 응시자의 수에서 보듯 맞춤형 화장품은 국내외를 막론한 화장품 업계의 뜨거운 이슈다. 

그럼에도 맞춤형 화장품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50억원 규모다. 화장품 전체 시장 규모가 16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소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만큼 숙제도 많다. 맞춤형 화장품은 대기업 위주의 정책이란 한계를 갖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려면 제조설비를 갖추고 전문인력을 고용해야하기 때문에 1년 후를 내다보기 어려운 스타트업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맞춤형 화장품을 제조하기 위해 피부를 분석하고 진단해야 하는 것도 스타트업엔 쉽지 않은 일이다. 안전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좋은 원료, 좋은 향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혼합할 경우 갖가지 피부질환 또는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조제관리사가 현장에서 제품을 제조할 때, 위생이 얼마나 지켜질 수 있을지도 현재로썬 알 수 없다.

청년 창업가 김기원(30) 올리포유코스메틱스 대표가 2019년 5월 스킨케어 브랜드 리메코스(REMACOS)를 론칭해 ‘PRA 시리즈’를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2018년 맞춤형 화장품으로 창업을 했다가 한 차례 시련을 겪었다. ‘두번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다시 연구에 매진했고, 끝내 스킨케어 제품개발에 성공했다.

반응도 괜찮았다. 3개월 동안 소비자 체험단의 평가를 받아본 결과, 만족도가 95%까지 나왔다. 김 대표는 그해 9월 곧바로 온라인 플랫폼(글로우픽)에 정식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글로우픽 에센스 카테고리에서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하루에도 수백건의 주문이 밀려들어 왔다.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영원할 줄 알았던 달콤함은 채 100일을 넘기지 못했다. 기존 브랜드의 공세와 신규브랜드의 약진 때문이었다. 

점점 소비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제품을 보면서 김 대표는 동료들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의 가치만의 가치를 브랜드에 담아보자.” 김 대표가 잠깐의 꿈을 뒤로 하고 현재 브랜드 리뉴얼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다

✚ 짧은 시간에 실패, 대성공, 후퇴 등 다양한 일이 벌어졌네요. 무엇이 문제였던가요?

“제품만 잘 만들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들도 금세 알아봐 줄 거라 여겼는데, 오판이었어요. 신뢰성을 얻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간과했던 것 같아요.”

✚ 스타트업이 제품만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렇더라고요. 리메코스 제품은 온라인에서 판매를 하고 있거든요. 매출이 발생하려면 누군가 클릭을 해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브랜드나 제품을 먼저 노출해야 해요. 당연히 비용도 투입해야 하고요. 무척 단순한 구조지만 스타트업에 그게 쉬운 일인가요. 그래서 다른 브랜드들은 어떻게 성장했는지 살펴봤습니다.”

✚ 어땠나요? 

“콘셉트가 명확하거나 시각적으로 끌릴 만한 제품들이 많더라고요. 그에 비해 우리 제품은 너무 심심했어요.”

✚ 음, 심심하다는 의미가… 

“화장품업체의 타깃은 대부분 여성이잖아요. 그래서 5초 안에 여성 소비자의 시선을 빼앗아야 승산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능적 부분보다 유혹할 수 있는 부분이 우리 제품엔 없었죠. 이런 이유로 브랜드 리뉴얼을 결정했습니다.”

✚ 화장품의 기능만큼 매력을 생각했다면 제품의 ‘포지셔닝’을 어디에 두느냐도 관건이었을 것 같아요.   

“네. 무엇보다 포지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만~2만원짜리 앰플과는 경쟁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들과 경쟁한다고 한들 살아남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우리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어보자고 고민했어요.”

✚ 독특한 포지션이요? 

“한번 소비하고 나면 끝인 ‘소비재’와 소유하고 싶은 ‘소유재’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화장품은 소비재죠. 우리는 그 중간 어디쯤을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남들과 비교했을 때 별다를 것 없는 화장품이 아닌 우리만의 고유한 가치를 만들고 싶습니다.”

✚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리메코스의 PRA 시리즈는 ‘편안하게 빛나는 밤’이란 슬로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걸 토대로 소비자들에게 시각·청각·후각·촉각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라인아트(시각)로 제품 패키징을 하고, 브랜드 카피가 인쇄된 카드엔 QR코드를 심어 그 안에 음악(청각)을 넣을 계획입니다. 이 음악은 현재 우리 회사에서 직접 프로듀싱하고 있습니다. 제품 패키지 안에 직접 조향한 샤쉐(후각)도 넣을 거고요. 우리만의 앰플과 세럼으로 밤 동안 피부관리(촉각)를 한다는 등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거죠.”

✚ 단순히 바르기만 하는 게 아니군요. 

“네. 그냥 바르기만 하고 끝이면 그건 소비재가 되는 거죠. 우리가 추구하는 건 화장품을 소비하는 여성들의 밤을 더 편안하고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 그런 콘셉트를 정한 이유가 있나요?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연출을 하는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웠어요. 그러다 라틴어로 ‘영원히 빛나는 밤’이란 말을 찾게 됐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PRA’의 새로운 스토리가 탄생한 겁니다.”

✚ 판매하는 곳도 중요할 거 같습니다. 

“일단은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유지할 겁니다. 오픈마켓보다는 전용 온라인몰이 핵심이 될 거고요. 나중엔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매장도 열어보고 싶습니다. 독창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갤러리처럼 꾸며보고 싶어요.”

✚ 오프라인 매장들이 위기인데, 의외네요. 

“콘셉트만 명확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그걸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나중에 브랜드가 어느 정도 안착하면 ‘편안하게 빛나는 밤’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하고 싶습니다.”

✚ 그것이 궁극적인 목표인가요? 

“목표는 초심으로 돌아가 피부의 본질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맞춤형 화장품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고요.”

✚ 맞춤형 화장품이요? 

“사실 시작은 맞춤형 화장품이었습니다. 2018년 1월 맞춤형 화장품으로 창업을 했거든요. 온라인으로 개인 피부타입, 피부고민, 개인의 취향에 따라 화장품을 맞춤 주문할 수 있는 플랫폼도 80%가량 개발했고요.”

✚ 80%라는 건 완성하지 못했다는 건가요?

“양산 단계로 넘기려고 하니 어려움이 많더라고요.”

✚ 어떤 어려움이죠? 

“맞춤형 화장품은 경우의 수가 무척 많습니다. 고객 한분 한분 다 맞춰드리는 건 가능하지만 수요가 많아지면 일일이 손으로 하기가 힘든 상황이 됩니다. 그걸 소화하려면 설비를 갖춰야 해요. 이 단계에선 무조건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스타트업엔 쉽지 않은 일이죠. ”

✚ 그래서 포기하신 건가요? 

“1년 동안 맞춤형 화장품 사업을 했던 노하우가 있으니 기초화장품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해서 지금의 리메코스 브랜드가 탄생한 겁니다.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되면 다시 맞춤형 화장품에 도전해 봐야죠. 그러기 전에 우선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지금은 그것부터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일단 생존하는 게 첫번째 목표가 됐네요. 

“다행인 건 시련을 일찍 겪었다는 겁니다. 그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는 법을 배웠고, 관련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은 연구자 마인드로 시장을 바라본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젠 그걸 좀 내려놓고 사업가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된 거죠.”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작성자 정보

더스쿠프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