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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3일 체험기 “나는 투자 아닌 도박을 했다”

기자가 리딩방 직접 들어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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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노린 ‘리딩방’도 증가하고 있다. 리딩방은 수십에서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시장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리딩방에서 추천받은 종목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 기자가 리딩방에 들어가 봤다. 

출처뉴시스

주식시장은 흔히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고 불린다. 누군가 이익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실을 보는 쪽이 항상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의 광풍이 불던 올해 6월 기자도 과감하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종잣돈은 100만원으로 많지 않았지만 아내 몰래 한푼 두푼 모은 소중한 돈이었다.


국내 증시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기록했던 7~8월에는 수익률이 괜찮았다. 적게는 커피값부터 많게는 치킨값을 버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큰맘 먹고 베팅한 코로나 백신주가 흔들렸다. 손실이 발생하자 마음도 갈대처럼 흔들렸다.


‘본전은 건져야 한다.’ 하지만 조급해진 마음은 실수를 부르기 마련이다. 급등주를 추격매수하는 투자방식을 선택한 게 패착이었다. 


흔히 말하는 상투를 잡는 악수의 연속이었다. 당연히 손실은 더 커졌다. 그렇게 주식투자 5개월 만에 투자금은 70만원으로 줄었다.


# 주식 리딩방의 유혹  

투자 손실에 속이 쓰릴 때 모르는 번호(1833-××××)로 문자가 왔다. 평소 같았으면 스팸문자로 치부했을 내용에 시선이 꽂혔다. 


‘한달 누적 수익률 300%’ ‘전문가가 집어주는 반드시 오르는 급등주’ 등의 내용이었다. 특히 마지막 문구에 마음이 동요했다. “개인은 매매 타이밍을 모르니 좋은 종목을 갖고도 손해를 봅니다.”


그래, 내가 팔면 오르고 사면 떨어지는 상황을 제대로 짚은 말이었다. 그렇게 기자는 문자에 첨부된 URL을 타고 이른바 ‘리딩방’에 입성했다. 


리딩방에는 기자 말고도 400명이 넘는 투자자가 들어와 있었다. 대화명이 ‘운전수’인 리딩방 관리자는 수익률 인증 사진을 연신 올려대며 적중률을 자랑했고, 리딩방 참여자들은 침이 마르도록 관리자를 칭찬했다. 

출처뉴시스

# 리딩방 투자 첫날

10월 26일. 리딩방의 하루는 생각보다 일찍 시작했다. 아침 7시, 운전수는 간밤 미국의 증시 상황과 전일 이슈를 정리한 브리핑 자료를 공유했다.

이날 주식시장의 흐름을 전망하는 멘트와 어지럽게 그려진 증시 그래프도 빼먹지 않았다. 9시 7분 ‘매수준비’란 메시지와 함께 첫번째 추천종목이 올라왔다. “A주, 매수가 2600원, 투자금 대비 투자 비중 5%.”


처음 보는 생소한 종목이었다. 어떤 종목인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사이 주가는 2900원으로 11.5% 껑충 뛰어올랐다. “종목을 확인하느라 매수에 실패했다”는 기자의 말에 “그냥 운전수를 믿고 매수하라”는 투자자들의 핀잔이 이어졌다.


10시 두번째 추천종목이 떴다. 이번엔 B주, 매수가 6500원. 기자는 급하게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열고 매수주문을 걸었다. 그사이 주가가 꿈틀댔고, 운전수가 제시한 매수가보다 50원 비싼 6550원에 100주를 샀다. 


순식간에 7000원을 돌파했던 주가는 하락세로 방향을 돌렸다. 매도가는 6800원. 30분 만에 3.8%(2만5000원)의 수익률을 올렸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올해 실적이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매수익에 찍혀있는 숫자가 빨간색이면 그만이었다. 이날 B주의 종가는 6200원이었다. 그대로 들고 있었다면 3만5000원(-3.5%) 손해를 볼 수도 있었다.

# 손실과 은밀한 제안

둘째날, 리딩방에서 추천한 종목은 3개였다. 앞선 두 종목은 나쁘지 않았다. 기자는 단타 거래로 오전에만 4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한 종목이 발목을 잡았다. 


오후 2시 운전수가 C종목(매수가 6800원)을 추천한 직후 기자는 100주를 매수했다. 하지만 취재원 미팅 등의 일정이 겹치면서 주가를 확인하지 못했다. 장 마감 30분을 남기고 확인한 주가는 5890원이었다. 


수익률은 -13.3%, 9만1000원 손실이었다. 오전에 올린 수익을 감안하더라도 둘째날은 5만1000원의 손실을 기록한 셈이었다.


리딩방에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실을 봤다는 푸념의 글을 올렸다. 잠시 후, 리딩방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으로부터 VIP방에 참여하면 매수‧매도 타이밍 관리를 받는 것은 물론 급등주를 미리 알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받았다. 


“관심 있으면 1대 1 채팅방에 참여해 성함과 연락처를 남기세요.” 호기심에 이름과 연락처를 남겼고 10분도 되지 않아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자신을 박 팀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이 말을 이었다. “개인투자자가 돈 벌긴 어려워요. VIP방에 가입하면 체계적으로 관리를 받을 수 있어요. 무료방에는 제공하지 않는 알짜배기 재료도 미리 추천받을 수 있어요.” 박 팀장이 VIP방 참여 조건으로 제시한 금액은 연 200만원에 달했다.


가격에 화들짝 놀란 기자에게 박 팀장은 “이제 세자리밖에 남지 않았으니 빨리 결정해야 한다”며 “연회비 이상 수익이 나지 않으면 VIP방 참여기간을 계속 연장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적지 않은 돈이라 고민해 보겠다”며 말로 얼버무리곤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출처뉴시스

# 주식투자에 일은 뒷전

셋째날, 전날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식시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리딩방의 채팅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9시 25분 첫 추천종목이 떴다. D종목(매수가 5500원). 빠르게 100주를 매수했다.


‘이제 오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MTS를 열고 주가 흐름을 살폈다. 하지만 주가는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반짝 상승 후 아래로 흘렀고 매수가를 밑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딩방엔 곧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쳤다. 채팅방과 MTS를 번갈아 보며 주가가 오르길 기다렸지만 희망과 달리 주가는 힘을 잃었고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0시 20분, 또다른 추천종목이 나왔다. E종목(매수가 420원), 선택의 기로다. D종목을 매수하느라 남은 투자금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다릴 것인가 털고 E종목으로 갈아탈 것인가. 


기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3만원의 손실을 안고 D종목을 5200원에 매도했다. 서둘러 E종목 1300주를 매수했다. 다행히 E종목은 상승세를 탔다. 손실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 매도했다. 매도가는 420원에서 25원 오른 445원. 3만2500원을 벌었다.


손실은 만회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리딩방 추천종목을 거래하는 데 집중한 사이 시계는 12시 30분을 가리켰다. 최저시급(8590원)의 3분의 1도 안 되는 돈을 벌기 위해 3시간을 허비한 셈이었다.


이후에도 리딩방과 MTS를 보느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주가를 보며 매도 타이밍을 잡기 위해 MT S가 깔린 스마트폰도 계속해서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잠시 화장실을 갈 때도 스마트폰 화면은 리딩방이었다. 리딩방에 올라온 추천 이유를 읽고, 인터넷을 뒤져 확인하느라 일은 뒷전으로 밀렸고 이날 일정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다.

# 리딩방의 늪

기자는 리딩방에서 3일을 투자해 첫날 ‘2만5000원 수익’, 둘째날 ‘5만1000원 손실’, 마지막날 ‘2500원 수익’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총 손실액은 2만3500원이다. 


투자원금이 70만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3.3% 손실을 입은 셈이다. 단 3일의 경험이었지만 리딩방의 중독성은 무서웠다. 


손실을 입긴 했지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을 갖기에 충분했다. 기자의 리딩방 경험담을 들은 한 투자전문가는 “투자가 아닌 도박을 한 셈”이라고 꼬집으면서 말을 이었다.


“리딩방은 미리 산 종목을 추천종목으로 소개하고, 이를 본 개인투자자가 매수해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본다. 투자자를 돕는 곳이 아니라 무지한 투자자를 이용해 먹는 곳이다. 투자 수익률을 열심히 자랑하지만 손실은 책임지지 않는다. 함부로 발을 들일 곳이 아니다.”


# 리딩방 = 사설 도박판

실제로 리딩방은 수익과 적중률을 대대적으로 자랑하지만 손실을 본 투자자에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종목을 추천할 뿐 매매는 투자자의 선택이라는 이유에서다. 


손실 종목이 많을 땐 투자자를 모아둔 채팅방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숱하다. 대부분 익명으로 운영돼 책임을 묻는 것도 쉽지 않다.


리딩방에 참여하는 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추천만 믿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꼴이다. 몇몇 리딩방은 유사투자자문업체가 운용하기도 하지만 전문성을 보장하긴 어렵다. 


게다가 유사투자자문업체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제도권 금융회사도 아니다. 투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란 얘기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리딩방을 향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먼저 사들인 종목을 1200명의 회원에게 추천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리딩방을 적발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방은 사설 도박업체와 같다”며 “기업과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실적을 보지 않고 호재만 좇는 단타 투자를 정상적인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리딩방의 추천을 믿고 투자하는 건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며 “결국 손해를 보는 건 투자자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기자의 생각 역시 같다. 리딩방에 참여한 3일, 투자가 아닌 도박을 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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