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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롯데칠성 출신 칠성씨의 매운 창업기

‘빨강떡볶이’ 제이알디의 김칠성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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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에 근무하는 김칠성입니다.” 김칠성(60) 제이알디 대표는 1984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했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이름 덕분이었을까. 32년간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성공적인 회사 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은퇴는 ‘이름’을 가리지 않았고, 그는 냉정한 창업시장에 뛰어들었다. 프랜차이즈 ‘빨강떡볶이’를 운영하는 제이알디의 김칠성 대표를 더스쿠프가 만났다. 

출처천막사진관

1984년 대학을 갓 졸업한 김칠성씨는 ‘운명의 장난’처럼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에 입사했다. “롯데칠성에서 근무하는 김칠성입니다.” “허허허. 칠성씨 본명 맞아요? 여기 입사하려고 개명한 거 아니에요?” “이름 덕분에 합격했구먼.”

선배들이 던지는 짓궂은 농담의 희생양이 되곤 했지만 사실 이름 덕도 봤다. ‘김칠성’ 이름을 들은 거래처 사람들은 그를 절대 잊지 않았다. 칠성씨도 행여 회사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무진 애를 썼다.

그렇게 32년, 그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회사에 인생을 걸었다. 회계 · 감사 · 재무 · 기획 · 영업까지 안 해본 일도 없었다. 그사이 젊은 청년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이 남았고, 시계는 ‘은퇴’를 가리켰다.

영리한 누군가는 은퇴 후를 도모했겠지만 칠성씨는 그러지 못했다. “언젠가 회사를 떠나겠구나 생각했지만 막상 퇴사 통보를 받고 나니 충격이 꽤 컸어요. 그저 멍하더군요.”  

김칠성 제이알디 대표가 롯데칠성을 떠난 건 2016년이었다. 처음으로 긴 휴식기를 가졌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퇴사 후 1년 동안 롯데에서 자문역으로 재직하면서 긴 여행을 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답답하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 참 많이 했죠.”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퇴사 후에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식품회사에서 쌓은 경험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컨대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제품을 해외 시장에 소개하고 해외 우수제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래도 다행이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김 대표에게 러브콜을 던지는 곳이 숱했다. 그중 하나가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였다. 몇차례 거절 끝에 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면 보람될 거란 기대도 품었다.  

✚ 어떤 역할이었나요.  
“부사장직을 맡아 경영 전반을 살펴달라는 거였어요.”  

✚ 어땠나요.  
“프랜차이즈 업계를 새롭게 경험했죠. 롯데칠성에서도 영업부문을 맡아 대리점을 관리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과는 차이가 있었죠.”  

✚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화나 시스템도 많이 달랐을 텐데요.  
“조직 규모가 큰 기업은 중간 관리자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 하에 주어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죠. 하지만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임파워먼트(empowerment·실무자 업무수행능력 제고 위해 관리자 권한 이양하는 것)’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고요.” 

출처제이알디

✚ 그래서 한계를 느끼셨나요. 
“안정적이었지만 제가 활동하는 범위나 역할에 한계를 느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 보니 회사가 제게 거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6개월 정도가 지나고 정중히 사의를 표했습니다.”  

✚ 다시 울타리 밖으로 나왔을 때 불안하진 않았나요.   
“오히려 홀가분했어요(웃음). 이제 정말 내 힘으로 뭔가를 해봐야겠구나 싶었죠.”

✚ 창업을 결정했을 때 주위에서 만류하지는 않았나요. 
그랬죠. 건강관리 잘 하면서 퇴직금으로 노후를 편하게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며 염려했죠.”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웹툰 ‘미생’의 대사 중).” 사실이다. 창업시장은 그리 녹록지 않다. 흔히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 death valley)’라 불리는 창업 후 3~7년 사이 수많은 기업이 무너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창업한 신생기업은 92만개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이하 2017년 기준)은 65.0%, 5년 생존율은 29.2%에 그쳤다. 사라진 기업(소멸기업)은 69만8000개로 2014년(77만7000개) 이후 가장 많았다.  

✚ 그럼에도 창업에 도전한 이유가 뭔가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직 젊은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너무 아깝잖아요. 큰 기업을 이루겠다는 건 아니지만, 평생 조직 안에 있던 사람이 ‘백그라운드’ 없이 홀로서기를 하는 것도 인생에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2018년 퇴직금을 탈탈 털어 ‘㈜제스케이’를 설립했다. 송파구 문정동에 작은 사무실도 열었다. 직원 한명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 어떤 사업 아이템이었나요.

“중국에서 인기 끈 ‘홍콩식 토마토라면’을 국내에 출시했어요. 이 정도 퀄리티의 제품이라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 생각했죠.”

✚ 론칭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성과는 있었나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걸 깨달았죠(웃음). 6개월간 제품 디자인부터 브랜딩, 마케팅까지 혼자 다 했어요. 다행히 입소문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죠.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토마토의 향이나 식감은 호불호가 강했고, 제품이 안착할 때까지 마케팅을 하기엔 여력이 부족했어요. 무리하지 말고 한단계 한단계 밟아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하지만 그가 선택한 아이템은 성공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2018년 미국의 전자담배 브랜드를 론칭해 편의점에 입점까지 했지만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시비에 부딪혔다. 지난해 말엔 청량음료 제품 ‘수박소다’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 외부 변수가 많았네요.  
“코로나19처럼 통제할 수 없는 외부 변수는 중소기업 경영에 많은 영향을 미치죠. 대기업은 위기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되지만 중소기업은 비바람을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전자담배 사업은 아쉬움이 많아요.” 

✚ 어떤 점이 아쉬우셨나요. 

“해외 사례나 의학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권장하기도 하고요.”  

✚ 한국의 상황은 달랐나요.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시비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사용자제를 권고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전자담배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듯 향후 우리나라의 전자담배 시장도 발전할 것으로 봐요.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생각입니다.”   


✚ ‘편하게 노후를 보낼 걸 그랬나’란 후회가 들진 않았나요.
“왜 그런 생각이 안 들었겠어요.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하지만 물러설 순 없었어요.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왔어요.”  

생존경쟁의 전쟁터에서 

김 대표는 지난 4월 떡볶이 프랜차이즈 ‘빨강떡볶이 made by 신군컴퍼니(이하 빨강떡볶이)’를 인수하고, ㈜제이알디란 새로운 법인을 만들었다. 2017년 작은 가게에서 시작한 빨강떡볶이는 현재 13개 가맹점과 베트남·호주·인도네시아에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 갑작스레 ‘떡볶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도전한 계기가 뭔가요.  
“제스케이를 운영하면서 선보였던 아이템들은 여러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매출이나 손익이 오락가락했어요. 그때 깨달았죠. 초기 사업은 ‘안정적 아이템’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걸요. 바로 그때 ‘빨강떡볶이’를 알게 됐어요. 장점이 많은 브랜드였는데 창업자(신재오)가 프랜차이즈화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었죠. 제가 경영에 참여하면 시너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출처제이알디

✚ 떡볶이 프랜차이즈 시장 역시 만만치 않은데요. 

“맞아요. 저 역시 고민이 됐습니다. 그래서 인수 전 빨강떡볶이 매장 13곳을 모두 몰래 다녀봤죠. 하루에 떡볶이를 몇그릇씩 먹었는지(웃음). 가능성을 본 건 두가지였어요. 무엇보다 점주 중에 ‘내가 먹어보고 맛있어서 창업했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맛은 보장이 됐다는 의미였죠.” 

✚ 또다른 점은 뭔가요.  
“빨강떡볶이가 코로나19 사태를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점주들에게 슬쩍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 않은지’ ‘매출이 많이 줄지 않았는지’ 물어봤어요. 대부분 20% 안팎으로 줄었다고 하더라고요. 외식업체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 절벽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답변이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덕에 인수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어요.”  


위기에서 빛나야 진짜 아이템  

✚ 빨강떡볶이의 차별점은 뭔가요.  

“소비자 입장에선 1인분씩 개별 조리해서 판매한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으로 떡볶이는 넓은 조리대에서 계속 졸이면서 판매하죠. 하지만 빨강떡볶이는 주문 받은 즉시 1인분씩 조리해 위생적이고 맛이 일정합니다. 5단계의 매운맛도 각각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점주가 조리하기에 복잡하지 않나요.  
“단계별 분말수프에 적정 양의 물과 재료를 넣고 끓이면 완성돼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5단계의 매운맛은 어떻게 조절하나요.  
“캡사이신이 아닌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조절합니다. 더욱 감칠맛이 있죠. 고춧가루로 만든 분말수프는 ISO22000 식품안전경영인증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빨강떡볶이는 분말수프와 냉장떡(유통기한 7일) 등을 가맹점에 주 6일 당일배송하고 있다. 물류비가 많이 들더라도 가맹점의 편의와 제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고수해온 방침이다.  

✚ 점주에겐 어떤 메리트가 있나요.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고, 마진율이 35~ 40%(최대 50%)대로 높은 편입니다.” 

✚ 마진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요.   
“임대료가 높은 상권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창업할 때에도 ‘실속’이 있어야 해요.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 배달할 수 있는 배후수요가 많은 입지를 추천합니다. 또 원부자재의 경우 본사가 정한 규격에 부합한다면 점주가 원하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테리어 시공 역시 외주에 맡기지 않고 본사가 직접 해 비용을 절감하거나, 점주가 원하는 업체를 선택해 시공할 수 있도록 했죠. 본사와 가맹점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것이기도 했어요.” 


✚ 본사 마진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셨군요.
“맞습니다. 본사 마진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대부분 생계형이죠. 그만큼 본사도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100호점이 넘어 규모의 경제가 갖춰지면 본사도 더 성장할 수 있겠죠.”

빨강떡볶이는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착한프랜차이즈’로 선정됐다. 어려움을 겪는 가맹점을 위해 로열티를 받지 않는 등 상생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요즘 같이 힘든 때에 가맹점 모집도 어려울 듯한데요. 
“어쩌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코로나19 사태 덕분에(?) 빨강떡볶이를 인수하게 됐죠. 현재 빈 점포가 많고, 권리금도 없으며, 임대료 또한 낮아졌어요. 이럴 때 경쟁력 있는 프랜차이즈를 창업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겠죠.”


✚ 빨강떡볶이를 어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만들고 싶나요.

“사실 한국 프랜차이즈 사업 역사는 20~ 30년밖에 되지 않아요.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부정적인 이슈도 많이 터져 나왔죠. 하지만 정도正道를 간다면 자영업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좋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봐요. 빨강떡볶이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정도를 가는 프랜차이즈로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 목표가 있다면요.   
“단기적으로는 내년까지 가맹점 100호점을 여는 거예요. 장기적으로는 세계인이 즐겨 먹는 ‘빨강떡볶이’로 만들고 싶어요. 벌써 3개국에 빨강떡볶이가 진출해 있고요. 과거와 달리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떡의 식감도 선호하기 시작했어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 치열한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성공할 자신 있으신가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지금은 저를 더 채찍질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입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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