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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엔 잘나갔는데… 경차의 슬픈 후진

흔들리는 경차 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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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는 불황을 먹고 사는 대표적인 차종이다. 유지비가 저렴하고 세제 혜택이 뚜렷해서다. 외환위기를 겪을 땐 새로 팔리는 국산차 5대 중 1대가 경차일 정도였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구조적인 경기침체 늪이 워낙 깊어 ‘불황의 강자’인 경차마저 판매가 줄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경제 충격은 컸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분기보다 1.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마이너스 3.3%의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11년 1분기 만에 최저치다. 민간소비는 -6.4%를 기록했다. 가계상황이 나빠지면서 소비자가 지갑을 빠르게 닫았다는 얘기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0.8(100 이상이면 긍정적 100 미만이면 부정적)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8년 12월(67.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당연히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의 판매량도 줄었다. 올해 4월 누적 자동차 판매량은 47만9207대에 그쳤다. 2019년 1~4월 판매량(49만8349대)과 비교하면 2만대가량 감소한 셈이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불황이 호재가 되는 차종이 있다. 바로 배기량 1000㏄ 이하의 경차다. 경기침체 시기 경차의 판매 추이를 보면 이 차가 왜 ‘불황 속 강자’인지 알 수 있다. 1991년 대우차(한국GM의 전신)가 국내 최초의 경차 ‘티코’를 내놓은 뒤 매년 3만~5만대 수준의 판매량에 그치던 경차는 1998년 인기 차종으로 등극했다.


외환위기가 한국경제를 강타했지만 17만3765대나 팔렸다. 전체 내수판매(77만9905대) 대비 비중이 22.8%에 달했다. 새로 팔리는 국산차 5대 중 1대가 경차였단 얘기다. 직전 해인 1997년 경차 판매 비중은 6.7%였는데, 16.1%포인트나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경차의 인기는 치솟았다. 2007년 경차 판매 비중은 7.0%였다. 하지만 리먼 사태가 터진 2008년엔 12.8%로 상승했다. 전체 차 판매량은 2007년 121만9335대에서 2008년 115만4483대로 감소했지만, 경차 판매량(8만5815대→14만8193대)은 수직상승한 결과였다. 


경기침체로 내수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경차만이 판매 호조를 보인 셈이다. 금융위기의 여진과 유럽 재정위기가 겹친 2012년엔 21만대의 경차가 팔리면서 역대 최고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경차와 경제위기 


불황기에 경차가 잘 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1000만원 남짓한 가격에 새 차를 살 수 있는 데다 각종 세금 혜택이 뚜렷해서다. 경차는 특별소비세ㆍ등록세ㆍ취득세 등이 면제된다.


또한 고속도로와 유료도로 통행료, 공영주차료는 50% 감면 혜택을 받는다. 보험료도 저렴하다. 책임보험료 10% 할인뿐만 아니라 자차, 각종 특약까지 모두 할인된다. 유류비도 일부 환급받을 수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품목이 경차다. 감가상각률이 낮아 나중에 차를 되팔 때 값도 괜찮게 받을 수 있다.


올해는 경차 시장이 더욱 풍성해질 전망이다. 기아차가 부분변경 모델 ‘모닝 어반’을 내놨고, 한국GM도 ‘쉐보레 스파크’의 연식변경 제품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톡톡 튀는 디자인과 업그레이드한 상품성을 두고 치열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불황 속 신차 효과를 고려하면 높은 판매고를 점칠 법한데, 정작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올해는 10만대도 팔지 못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12만2861대였다.


무슨 이유일까. 일단 올해 1~4월 경차 판매량은 3만3198대로, 전년 동기(3만8920대) 대비 14.7% 줄었다. 2018년(4만3635대)과 비교하면 23.9% 감소한 수치다. 비중으로 따져 봐도 부진이 뚜렷하다. 지난해 1~4월 경차 판매 비중은 7.8%였는데, 올해는 6.9%로 오히려 0.9%포인트 감소했다. 불황기마다 판매 비중이 치솟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차가 불황기에도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단 판매량이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2015년 이후 5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그 자리는 소형 SUV가 메웠다. 2014년만 해도 3만대를 밑돌던 소형 SUV 판매량은 지난해 15만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경제성을 따져보면 소형SUV는 경차를 대신할 만한 카드였던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차의 핵심은 가격인데, 경차 가격에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최신 기술과 편의 장비로 무장한 소형 SUV를 구입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경차에 끌릴 만한 요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원가절감을 통해 경차의 값을 내리는 것도 없다. 지금은 트렌드로 자리 잡은 IT 기반의 각종 편의ㆍ안전장치가 점점 고급화하고 있어서다. 모닝의 사례를 보자. 2019년형 모닝의 차값은 965만~1445만원이었다. 각종 편의사양이 추가된 모닝 어반은 1195만~1480만원으로 올랐다.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1795만원으로 웬만한 준중형차의 가격과 맞먹는다.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도 쉽지 않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란 훌륭한 대안이 있어서다.


향후 경차의 판매량 회복을 기대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올해는 차종을 가리지 않고 전체 내수 판매량이 감소할 거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불황형 틈새 상품이 통하지 정도로 경기침체의 골이 깊다는 얘기다. 과거엔 경제위기 이후 ‘V자형 회복’을 보였다. 반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경제 상황은 전망까지 어둡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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