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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회복 안됐다고 가게 보증금 안 돌려준다면 …

이동주의 알쏭달쏭 부동산 | 원상회복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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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가게를 접었다고 치자. 임차인에겐 가게를 이전 상태로 돌려놓을 의무가 있다. 문제는 그 범위가 어디까지냐다. ‘원상회복’의 사전적 의미처럼 100% 똑같이 돌려놔야 하는 걸까. 아울러 원상회복이 덜 됐다는 이유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수 있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진 탓에 월세를 내기도 어려운 자영업자가 숱하다. 특히 고객과 대면 접촉이 많은 업종은 상황이 심각하다. 완화되긴 했지만 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시행 중인 소상공인 긴급대출 제도는 문턱이 높아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대출을 받더라도 ‘빚내서 빚 갚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내 건물에서 영업하는 업주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임차인이라면 매출 급감에 따른 고정비(임대료 등)를 감당하는 게 버겁기 때문이다. 휴업을 선언하면 직원 급여를 낼 일은 없겠지만, 임대료는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자영업자가 ‘폐업’이란 극단적인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엔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고 답한 소상공인이 48.5%나 됐다. 


문제는 폐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고통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선 먼저 정리할 문제가 있다. ‘원상회복 의무’다. 임차인은 계약을 맺기 전 상태로 임대차 공간을 회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장사할 때 쓰던 내부 집기를 정리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원상회복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소중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갈등은 원상회복의 범위를 두고 벌어진다. 임차인 입장에선 억울할 법도 하다. 인테리어를 할 때도 돈이 많이 들었는데, 원래대로 해놓기 위해 또 비용을 들여야 해서다. 더구나 영업을 하다 보면 공간 여기저기에 손상을 내는 일이 불가피하다. 과연 임차인은 원상회복을 어떻게 해야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3가지 판례를 통해 답을 알아봤다.


■ 완전히 똑같아야 할까 = “계약할 때와 다른 점이 티끌만큼도 있어선 안 된다. 완전히 똑같이 복구하라.” 만약 임대인이 이렇게 요구한다면 과도해 보인다. 바닥 타일, 도배ㆍ장판 등 사소한 인테리어는 특히 그렇다. 사용하면서 손상될 수 있고 자연적으로 마모, 노후화할 수 있어서다. 이를 전부 철거해 다시 새것으로 붙이는 건 불합리해 보인다.

눈물의 폐업 했지만 …


법원의 판단도 이와 비슷하다. 원상회복의 범위는 임대차 계약 당시 상태 ‘100% 원래대로’가 아니다. 통상적인 사용으로 인한 제품의 마모나 손상은 원상회복 범위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기울이고 용도에 정해진 대로 사용하다가 반환했을 경우에는 원상회복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목적물의 본래 용법에 따른 사용이나 노후에 따라 발생하는 통상적인 훼손이나 가치 감소, 즉, ‘통상의 손모’까지 원상회복하겠다는 약정을 특별히 하지 않은 이상 그에 따른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합100279 판결).”


■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 = 원상회복 갈등에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케이스다. 이전 임차인이 해놓은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해 동일한 영업을 했는데, 임대인이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인테리어까지 복구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차인은 이런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다. 대법원의 판단을 보자. “이미 인테리어가 돼있던 상태를 추가 개조한 후 이전 임차인과 동일한 영업을 한 경우에는 본인이 추가로 개조한 범위 내에서만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할 뿐이다. 이전 임차인이 해놓은 것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대법원 90다카12035 판결).” 임차인은 자신이 목적물을 인도받았을 때의 상태를 기준으로 새롭게 설치한 시설만 복구하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전에 누가 어떤 시설을 설치했든 상관없이 임차한 그대로만 반환하면 되는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예외 상황도 있다. 커피숍 주인 A씨의 판례를 살펴보자. A씨는 커피숍을 운영하던 전 임차인으로부터 ‘임차권’을 양수했는데, 법원은 “전 임차인이 해놓은 인테리어까지 원상회복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현장에선 “직전 임차인의 인테리어는 회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존의 판례가 뒤집힌 게 아니냐는 혼란이 있었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이는 별개의 케이스다. 현 임차인이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전 임차인으로부터 권리를 양수받은 경우라서다.


전 임차인 인테리어 회복 의무 없어 


대법원은 기존 관계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제3자의 새로운 임대차관계를 발생시키는 경우와 기존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구별하고 있다. “이전 임차인이 설치한 시설은 철거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은 기존 임대차관계가 완전히 종료되고, 새롭게 임대차관계를 맺었을 때 해당된다. 

■ 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나 = 원상복구 비용 때문에 보증금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원상회복 해놓기 전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며 엄포를 놓는 임대인이 종종 있어서다. 하지만 이런 협박에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원상복구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은 없다.


보증금 반환거부는 원상회복에 따른 비용에 상응하는 일부만 가능하다. 법원은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전체를 거부하면 그에 따른 지연이자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대법원 99다34697 판결).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곤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폐업을 결정했더라도 그 이후를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임차인의 원상회복 의무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도 그중 하나다.


글 =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정리 =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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