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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으면 환불 … 식품 100% 환불전략 득일까 실일까

오프라인의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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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식품 100% 환불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맛이 좋지 않다면 다 먹은 제품이라도 환불해 주겠다는 거다. 식품만은 온라인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오프라인의 절박한 심정이 묻어 있는 전략이다. 오프라인의 마지막 승부수는 과연 통할까. 더스쿠프가 ‘맛없으면 환불’ 정책에 숨은 전략을 취재했다.

출처더스쿠프 포토

# 직장인 홍대성(가명·27세)씨는 퇴근길에 종종 캔맥주와 안주를 산다. 최근 장을 보기 위해 들른 대형마트에서도 맥주와 함께 안주로 먹을 HMR 제품을 샀다. 


집에 돌아와 전자레인지에 데운 제품을 입에 넣은 홍씨는 기대와 다른 맛에 인상을 찌푸렸다. 몇입 먹지 못하고 제품을 버린 홍씨는 속상한 마음에 마트를 다시 찾았다. 고객센터에 영수증을 내고 상황을 설명하자 직원은 더 묻지 않고 환불해줬다.  


그는 “버린 제품을 가져갈 수도 없어 혹시 ‘진상’ 소비자로 볼까 긴장했지만 기우였다”며 “의심 없이 친절히 환불해줘 신기했다”고 말했다.


# 주부 김지아(가명·35세)씨는 과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며칠 전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1만원짜리 사과 한 봉지를 샀다. 하지만 사과의 과즙이 적고 단맛이 덜해 아이들이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 


해당 마트에 ‘신선식품 A/S’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 김씨는 영수증을 들고 마트에 갔다. 고객센터에서 빠르게 환불한 B씨는 매장에 들러 다른 과일을 샀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식품 환불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마트는 ‘피코크 100% 맛 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이마트의 PL(Private Label·자체 기획상품) 브랜드인 피코크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맛이나 품질에 불만족하면 전액 환불해주는 제도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만 가능하고, 구입한 지 30일 이내의 영수증만 가지고 오면 제품 없이도 고객센터에서 환불 받을 수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 제품의 맛과 품질을 믿어도 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 도입했다”며 “현재는 환불 횟수나 금액 제한 등의 조건은 없다”고 말했다.


‘맛없으면 100% 환불’을 도입한 곳은 더 있다. 2018년 홈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신선품질 혁신제도’를 시행했다. 신선식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100% 환불해주는 일명 ‘신선 A/S센터’ 제도다. 1회 10만원, 월 10회 이내로 구입한 지 일주일 이내 제품의 영수증이나 카드가 있으면 환불 받을 수 있다.


이마트24도 편의점 업계 최초로 2018년 12월부터 ‘맛 보장’ 라벨이 붙은 FF(Fresh Food·도시락·김밥 등 즉석식품 상품) 상품을 앱을 통해 환불해주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아예 환불 금액을 2배로 늘렸다. 한 품목당 1회까지 가능하고, 한 아이디당 월 3회로 제한한다. 환불 금액은 모바일 상품권으로 소비자에게 전송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식품 환불제도를 확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통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환불제로 이커머스에 맞대응할 수 있어서다. ‘신선식품’만은 절대 온라인에 뺏기지 않겠다는 거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신선품질 혁신제도를 도입하면서 ‘온라인쇼핑·소셜커머스가 따라올 수 없는 홈플러스만의 승부수’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마트가 가장 강점을 가진 품목”이라며 “오랜 시간 신선한 제품을 산지에서 빠르게 조달하는 유통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선식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는 얘기다. 

[※ 참고 : 지난해 신세계의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은 신선식품 구입 이력과 사진만 있으면 환불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식품 환불제로 온라인에 맞서


그렇다고 해도 ‘구입 이력만 있으면 다 먹은 제품을 환불해주는 서비스’는 기업에 손실만 입힐 수 있다. 블랙컨슈머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업체들의 말은 다르다. 


식품 환불제를 시행하는 마트 업체들은 “예상외로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아 반품·환불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고 입을 모은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엔 막무가내로 부당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가 많았지만 최근엔 양상이 달라졌다”며 “소비자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블랙컨슈머가 되는 걸 꺼리는 이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있다. 반품·환불이 쉬운 제품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2018년 12월 1일~2019년 6월 30일 맛 보장 상품이 속한 FF·면류·쿠키스낵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5.0%, 84.5%, 58.2%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카테고리 매출 증가율은 평균 30%대였다. ‘맛없으면 환불 표식’이 신뢰도를 높인 데다 실제로 품질 개선으로 이어져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고객의견을 비용과 인력을 들이지 않고 효율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환불제도 효과 중 하나”라며 “환불 대상이 된 제품은 개선하기 때문에 다시 판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블랙컨슈머를 사전에 차단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본사가 책임을 질 테니 모두 바꿔주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서비스센터 직원이 블랙컨슈머를 상대하느라 얼굴 붉힐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초반에 환불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세우지 않으면 되레 소비자의 혼란이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의 ‘제동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준상 동국대(경영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는 당연히 나올 수 있다”며 “예컨대 온라인에서 (환불제도가) 확산하면 악용하는 이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다만 그런 이유로 환불제도를 포기하는 업체는 드물다. 실제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서다. 홈쇼핑이 여전히 생존하는 이유 중엔 반품·교환이 수월하다는 점이 있다. 고객의 자유도가 높아 만족도도 높다. 


소비자의 취향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만큼 환불제를 적극 활용하는 게 장기적으로 만족도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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