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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3사 빠진 착한 임대인 운동, 착한 효과 낼까

착한 임대인 운동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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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망하고 버티면 ‘대박’이다.” 코로나19의 칼바람을 맞은 자영업자의 한탄이다.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하자 일부 임대인들이 고통 분담에 나섰다.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도 발맞춰 지원책을 내놨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자영업자 중엔 ‘착한 임대인 운동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편에선 정부가 나서면서 ‘착한 임대인’ 운동의 방향성이 틀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연합뉴스

# 서울 왕십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정(32)씨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1~2월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는데, 최근 코로나19가 서울로 확산하자 상황이 더 나빠졌다.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은커녕 거리를 오가는 사람마저 뚝 끊겼다. 뉴스에선 ‘착한 임대인’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김씨에겐 남의일이다.

김씨는 “얼마 전 월세를 내는 날이어서 혹시나 임대료를 인하해 주려나 기대했지만 역시나더라”면서 “혼자 가게를 운영해 인건비가 안 드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현정(45)씨도 시름이 깊다. 한씨는 임대인에게 임대료 이야기를 꺼냈다가 상처만 받았다. “매출이 3분의 1로 줄었는데, 인건비 주고, 대출이자 내고나니 임대료 낼 돈이 없더라. 염치 불구하고 용기내서 전화했는데 ‘요즘 안 어려운 사람 어딨냐’는 말만 돌아왔다. 상황이 이러니 인근 가게 중엔 폐업하는 곳도 숱하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 건물주 14명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지난 2월 12일 한옥마을 건물주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임대료를 5~20% 인하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착한 임대인이 등장했고 이효리, 서장훈, 전지현 등 건물주 연예인들이 대열에 동참했다.


착한 임대인… 그림의 떡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착한 임대인 운동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코로나19 사태 실태조사(3월 4일~9일)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0.3%가 “착한 임대인 운동의 실질적인 효과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향후에도 “일시적으로 소수만 혜택을 누릴 것”이라고 전망하는 자영업자가 34.1 %나 됐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착한 임대인 운동이 확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3월 말에서 4월 초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출처연합뉴스

숱한 자영업자에게 ‘착한 임대인’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큰손’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자영업자가 다수 입점해 있는 대형마트 3사(이마트 · 롯데마트 · 홈플러스)는 임대료나 수수료를 인하할 계획이 없다. 전국 대형마트(400여개)에 입점해 있는 식당 · 커피전문점 등 자영업자 점포는 1만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도 코로나19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마트 푸드코트에 입점해 있는 점주 김근호(가명)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 점주들 사이에선 차라리 일주일이라도 영업을 접는 게 낫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마트 측에서 허락하지 않고 있다. 2월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점포를 폐쇄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3월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다.”

출처연합뉴스

전통시장이나 상점가는 그나마 사정이 났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전통시장 · 상점가 임대인 중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이들은 지난 2월 28일 700여명에서 3월 11일 2800여명으로 증가했다. 그에 따른 혜택을 입는 점포도 1만1000여개에서 2만8000여개로 늘었다.

하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2017년 기준 전통시장 · 상점가 전체 운영 점포 수가 19만286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임대료 인하 혜택은 일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을 둘러싼 난제難題는 이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임대료 인하를 강요할 수 없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이 운동은 임대인이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동참하지 않으면 ‘나쁜 임대인’이라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인 중엔 임대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는 경우도 많지만 생계형 임대인도 적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착한 임대인 운동의 확산을 위해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월 28일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극복을 위한 민생 · 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엔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3종 세트’가 담겼다.

민간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소상공인의 임대료를 인하하면 상반기(1~6월) 인하액의 50%를 임대인의 소득 · 법인세에서 세액공제 해준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정책이 자영업자 보호정책이 아닌 임대인 지원정책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의 말을 들어보자. “임대료 인하에 동참한 임대인은 세제 혜택을 기대하고 참여한 게 아니라, 임차인이 버티지 못하고 폐업할 것을 우려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착한’ 임대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건물주에게 또다른 혜택을 주는 게 돼버렸다.”

실제로 그동안 값비싼 임대료 부담은 모두 자영업자의 몫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자영업자 폐업이 줄을 이었지만 임대료는 좀체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국 중대형상가와 소형상가 평균 공실률은 각각 11.7%, 6.2%로 2017년 4분기(9.7% · 4.4%) 대비 20.6%, 40.9%씩 높아졌다.

임대료 고통은 지금껏 임차인의 몫

하지만 같은 기간 평균 임대료는 중대형상가 5.4%(2만9600→2만8000원 · 이하 1㎡당), 소형상가 5.1%(2만1400원→2만300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자영업자 중에 “임대인이 아닌 임차소상공인에게 직접 임대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60.6% · 소상공인연합회 실태조사)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달 국장은 “결국 자영업자도 주택세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주거비 지원 등 촘촘한 부동산 정책을 통해 자영업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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