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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최저임금 인상은 정말 효과도 없었고, 자영업도 흔들었나

자영업자와 최저임금의 경제적 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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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힘든 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이다. 과도한 인건비 상승이 자영업자를 절벽 끝으로 내몰았다.”“아니다. 자영업은 원래 힘들었다. 불합리한 가맹비, 근접 출점 행위, 임대료, 카드수수료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자영업자 몰락의 이유는 치열한 논쟁거리가 됐다. 한쪽에선 최저임금을 운운하면서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는 데 자영업 통계를 활용한다. 다른 한쪽에선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경제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역설한다.


도대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자영업자가 진짜 힘든 이유를 통계로 살펴봤다. 


단기적 통계는 배제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직후(2013년 2분기) 대비 3년차(2015년 2분기)의 가구 소득 변화,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2017년 2분기) 대비 3년차(2019년 2분기)의 가구 소득 변화를 분석해 비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는 뚜렷했다. 그렇다고 자영업자가 행복해지지도 않았다. 

지난 7월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녹화를 마친 출연진이 유튜브 생방송을 하던 도중, 정세진 아나운서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주변에 가게 하는 지인들이 힘들다고 한다. ‘이게 다 문재인 때문이다’는 거다.”


일부 다른 출연진은 이를 ‘틀린 이야기’라고 분석했다. “이전 정부 때만 해도 자영업자 관련 기사는 레드오션에 뛰어든 자영업자를 탓하는 논조가 많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책 때문에 무너졌다고 지적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때문에 인건비가 올랐다는 건데,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으로 짚는 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1만원 달성’ 만큼 찬반이 엇갈린 구호는 없었다. 이를 비판하는 쪽은 자영업자의 삶을 근거로 삼았다. 요지는 이렇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자영업계는 종업원과 영업시간을 줄이며 버텨야 했다. 특히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직원을 자르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이는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이게 다 최저임금 탓일까


‘저널리즘 토크쇼 J’처럼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자영업계는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다. 지금의 위기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과당경쟁, 과도한 임대료와 불합리한 가맹비 등이 층층이 얽혀 있다. 최저임금 탓을 하는 건 정치적인 비난이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 걸까. 이는 중요한 문제다.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정책을 펴려면 진단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는 이 문제의 답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기사에서 다뤘던(더스쿠프 355호) ‘가구소득 통계’를 다시 꺼냈다. 

박근혜 정부 집권 직후(2013년 2분기) 대비 3년차(2015년 2분기)의 가구 소득 변화, 문재인 정부 집권 직후(2017년 2분기) 대비 3년차(2019년 2분기)의 가구 소득 변화, 두개를 비교한 통계자료였다.


이번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민소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정책 밑그림을 그린 집권 1ㆍ2년차와 달리 3년차는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다. 또한 이전 정부와의 비교를 통해 “자영업자는 이전부터 힘들었다”는 명제의 진위도 파악할 수 있다. 최저임금과 자영업자, 둘은 어떤 접점을 맺고 있을까.


문재인 정부는 실질 임금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2년간 최저임금을 29.1% 올렸다. 이는 보수적 경제관을 가진 편의 지적과 달리 노동자 임금을 상승시키는 데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 2년간 전체가구의 근로소득 증가율은 10.1%로 박근혜 정부(5.9%)보다 높았다. 287만7789원이었던 월 근로소득을 앞자리가 바뀐 316만9168원으로 끌어올렸으니 드라마틱한 증가율이다.


가구주가 근로자인 ‘근로자 가구’로 범위를 한정하면 정책효과는 더 뚜렷하다. 근로자 가구의 근로소득은 문재인 정부 들어 13.8%(1년차 408만6401원→3년차 464만8329원) 늘었다. 박근혜 정부는 같은 기간 3.3% 증가(383만1337원→395만8237원)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임에 틀림없다. ‘소득 증가→소비 증가→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소득주도 성장도식의 첫번째 단계는 해결해낸 셈이다. 

이제 두번째 단계를 살펴볼 차례다. 근로자의 상승한 임금이 소비시장으로 흘러갔을까. 그래서 자영업자의 지갑도 두둑해졌을까.


자영업자 가구와 무직자 가구 등이 포함된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변화를 살펴보자. 개인 자영업자의 소득을 의미하는 사업소득은 2017년 2분기 208만3744원에서 2019년 2분기 193만9611원으로 6.9% 감소했다.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쁘다.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2년간 54.9%(20만9450원→9만4532원) 감소했고, 2분위는 22.7%(92만2926원→71만3130원), 3분위는 10.4%(184만7848원→165만4980원), 4분위는 11.5%(287만6851원→254만5885원) 줄었다. 고소득층인 5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만 2.9%(454만8333원→468만1644원)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지표는 마이너스 투성이다. 전체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도 2017년 2분기 309만6172원에서 2019년 2분기 306만7564원으로 0.9% 감소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포함된 1‧2‧3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 감소폭이 가팔랐다. 각각 -21.5%, -16.1, -5.1%였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의 간극 


“자영업자는 이전부터 계속 힘들었다”란 항변도 박근혜 정부 집권 당시와 비교하면 설득력을 잃는다. 근로자외 가구 사업소득은 박근혜 정부 1년차였던 2013년 2분기 198만1356원에서 3년차로 접어든 2015년 2분기 202만9066원으로 2.4% 상승했다. 이땐 영세 자영업자 가구의 소득이 줄어드는 일도 없었다.


1분위 근로자외 가구의 사업소득은 65.9%(14만2894원→23만7067원), 2분위는 1.0%(95만8671원→96만8343원), 3분위는 0.5%(182만1724원→183만754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2.2%)을 감안하면 이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다고 볼 순 없지만, 적어도 요즘보단 살 만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득 증가분이 곧바로 소비로 이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물은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물론 이를 두고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건 섣부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71.0%에 이른다. 올해 8월 기준 자영업자 568만명 가운데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03만명. 인건비 부담이 없는 자영업자도 상당히 많다는 거다.


실제로 인건비가 아니더라도 자영업자를 위기에 몰아넣는 요소는 숱하게 많다. 시장 과열로 치솟은 임대료가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소규모상가(330㎡‧약 100평 이하 규모)의 임대료는 전국 평균 1㎡당 2만400원 수준이다. 서울지역만 따지면 5만4700원, 그중에서도 도심지역은 7만6500원이다. 도심지역 99㎡(약 30평) 규모 상가를 임대하려면 월 757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도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의 대출잔액은 2017년 2분기 272조60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325조2000억원으로 52조6000억원 늘었다. 1인당 대출잔액으로 환산하면 2017년 2분기엔 4799만원, 올해 2분기엔 5705만원이다. 

자영업자를 옥죄는 변수는 이뿐만이 아니다. 위축된 소비심리와 부진한 내수시장 등도 자영업자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실제로 소비자심리지수는 2017년 5월 108포인트에서 올 9월 97포인트로 떨어졌다. 민간소비지출은 2017년 2분기에서 올해 2분기 7.1%에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최종소비지출이 9.7% 증가했단 걸 감안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저조한 수준이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도, 구조적인 문제도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선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어느 한쪽의 과過가 무거웠는지를 따지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고 ‘편파적’이다. 그랬다간 자영업자의 위기를 초래한 다른 요인을 간과할 우려도 있다.


자영업계의 힘든 현실이 중요


정부가 ‘전방위 대책’을 세우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대책은 지난해 8월 발표한 게 전부다. 여기엔 ‘일자리안정자금 강화’ ‘카드수수료 개편’ ‘제로페이 실시’ 등을 담았는데, 이마저도 실효성 측면에선 낙제점을 받았다.


정치권의 인식도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와 여당은 근로소득이 증가한 것을 두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고 평가하고, “자영업자가 어려운 이유는 인건비가 아닌 이전 정부가 올려놓은 임대료”라면서 탓을 돌렸다.


반면 야당은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만 돌림노래처럼 반복하고 있다. 자영업자가 절실히 원하는 민생법안 처리엔 관심도 없으면서 말이다. 시시비비만 따지는 사이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은 붕괴하고 있다. 한국경제 위기의 징조다. 정치권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김다린‧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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