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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뻔한 빙수에 ‘금가루’ 뿌렸나

金빙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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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호텔업계가 고가의 빙수를 출시했다. 예상보다 큰 인기를 끌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프리미엄 빙수를 잇따라 선보였다. 서민간식 빙수가 ‘金빙수’란 비판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 빙수 가격은 때만 되면 올랐다. 원재료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뚜렷하지 않음에도 그랬다. 빙수가 이처럼 ‘용감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뉴시스

빙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SNS 상에서 ‘애망빙’이란 별칭까지 얻은 호텔신라의 애플망고빙수는 올해도 줄서지 않고선 맛보기 어려울 정도다. 5만원이 훌쩍 넘는 이 빙수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수두룩하다는 거다.

실제로 애플망고빙수는 판매 시작 17일(5월 24일~6월 9일) 만에 2800개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00개가 판매됐던 점을 감안하면 인기가 더 높아진 셈이다.

이처럼 값비싼 빙수가 날개 돋힌 듯 팔리면서 머지않아 ‘빙수 6만원’ 시대가 열릴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빙수 ‘최고가’가 5만7000원(워커힐호텔 애플망고빙수)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4만3000원) 보다 32.6%나 오른 가격이다.

워커힐호텔 관계자는 “애플망고빙수 원재료인 제주산 애플망고의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지난해보다 중량을 늘려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에선 호텔 빙수를 즐기는 수요가 따로 있는데, 비싼 가격이 뭐그리 대수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빙수=고급 디저트’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매년 빙수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투썸플레이스의 경우, 오리지널빙수 가격을 지난해 9800원에서 올해 1만500원으로 7% 인상했다. 프리미엄빙수 3종의 가격(1만2500~1만3000원)도 전년(1만2000~1만3000원) 대비 평균 4%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빙수에 아이스크림 콘을 올리고, 중량을 늘리면서 일부 제품가격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스쿠찌도 빙수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가장 비싼 빙수 가격이 1만3000원(5종 중 3종)이었던 반면 올해에는 빙수 5종 중 3종 가격이 1만400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가격 인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어쨌거나 소비자 입장에선 지난해보다 비싼 빙수가 많아진 셈이다. 


원재료를 살짝 바꾸면서 가격이 오른 경우도 있다. 빙수 전문브랜드 설빙은 올해 리얼통통흑수박설빙의 가격을 1만45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판매한 리얼통통수박설빙(1만3900원) 대비 4.3%나 비싸진 셈이다. 


설빙 관계자는 “지난해 판매했던 리얼통통수박설빙은 애플수박을 사용했지만, 올해 출시한 리얼통통흑수발설빙은 흑수박을 사용한다”면서 “동일한 제품이 아닌 만큼 가격 인상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설빙이 다른 빙수의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리얼통통메론설빙 · 요거통통메론설빙 · 딸기치즈메론설빙의 가격(1만3500~1만4900원→1만4500~1만5900원)은 각각 1000원씩(6~7%)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제품 가격을 동결했지만 인건비 · 임대료 상승분이 누적된 만큼,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출처뉴시스

이처럼 기업이 제품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관건은 소비자가 이를 납득하느냐다. 기준은 원재료값이다. 가령, 빙수에 들어가는 과일이나 우유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면 제품가격의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들은 올해 빙수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과일 도매가격은 지난해보다 되레 하락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수입산 망고(5㎏ · 상품 기준)의 올해 평균 가격(1월 1일~6월 20일)은 3만8376원으로 지난해 평균 가격(4만2727원) 대비 -1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딸기(2㎏ · 상품 기준) 평균 가격은 -14.8%(2만511원→1만7469원), 멜론(8㎏ · 상품 기준) 평균 가격은 -1.5%(2만9151원→2만8717원) 내려앉았다. 


빙수에 들어가는 우유의 원유수취가격도 최근 5년간(2014~2018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8월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1L당 4원씩 올렸지만, 인상폭은 0.4%(922원→926원)에 그쳤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빙수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건 소비자로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민간식으로 꼽히던 빙수는 언제부터 ‘金빙수’란 비판을 받게 됐을까. “밥보다 비싼 빙수”라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11년 이후다. 당시 신라호텔이 처음 출시한 애플망고(출시가 2만7000원)가 이슈가 된 이후 빙수에도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다. 설빙(2013년), 호미빙(2014년) 등 빙수 전문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커피 전문점들은 빙수 메뉴를 강화했다.

서민간식 빙수의 변신 

당연히 빙수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투썸플레이스 · 파스쿠찌 · 할리스커피 · 앤제리너스 등)의 빙수 평균 가격이 9250원으로 직장인 평균 점심값(6488원)을 넘어선다. 원재료비가 가격의 2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싸다(2014년 · 소비자단체협의회).” 

“빙수 가격인상률이 4.7~19.4%에 달한다. 과일빙수의 경우 원재료인 망고 · 딸기 등의 가격이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가격 인상이다(2017년 · 소비자단체협의회).”

연례행사처럼 이런 지적이 반복되지만 업계는 가격 인상을 주저하지 않는다. 언급했듯 원재료값 상승 등 인상요인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가 기꺼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출처뉴시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가 디저트 관련 설문조사(2018년)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81.9%가 “한끼 식사보다 비싼 디저트를 먹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몇만원 선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건 비난할 일이 아니다”는 응답도 82.4%에 달했다. 빙수와 같은 디저트의 경우 굳이 ‘가성비’를 따지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이런 현상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트렌드가 확산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젊은층 사이에서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게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다. 이들에게 값비싼 빙수는 ‘사진 찍기 좋은’ 아이템이다. 가격이 합당한지보다 얼마나 특별하게 보여지는지를 더 중요하게 고려하는 셈이다.”


실제로 최근 외식업계에선 ‘디저트 노마드(dessert nomad)’ ‘인스타그래머블(Insta gramable)’이 트렌드로 꼽히고 있다. 예쁜 디저트를 찾아다니고(디저트 노마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인스타그래머블)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거다.


이 교수는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 몰입되다 보면 가격 인상에는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이 적정한지, 가격 인상이 합당한지 등을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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