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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위기, 힘겨운 민생까지 흔드려나

2019년 고개 드는 제조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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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철강, 기계, 석유화학, 반도체, 디스플레이…. 말만 들어도 어렵다. 제조업의 주무대가 세계 무역시장인 만큼 나완 상관없는 먼 나라의 얘기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제조업은 가계경제,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조선업이 불황에 허덕일 때 거제·울산지역에서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한국GM 공장이 문을 닫았을 때 군산의 지역경제가 위축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제조업의 위기는 곧 한국경제의 위기이자, 가계경제의 위기다. 제조업의 위기를 귓등으로 흘려들어선 안 되는 이유다. 그 피해는 날선 부메랑이 돼 돌아올 공산이 크다. 2019년 고개를 든 제조업 위기설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조업의 위기를 취재했다.

“우리의 전통 주력 제조산업을 혁신해 고도화하고, 그것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게 대단히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2월 26일 열린 ‘2018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했다.


12월 11일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선장 자리에 오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직후 꺼내든 1순위 과제도 “제조업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2019년 경제 정책 기조를 ‘제조업 혁신’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셈이다. “한국 제조업이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에 반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국 제조업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을 보여주는 경기실사지수(BSI) 실적치는 2011년 2분기 105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0 아래에 머물러 있다. 


선행지표인 BSI 전망치도 2018년 2분기 102로 반짝 반등한 이후 다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제조업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참고 : BSI는 기업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선행지표 BSI 전망치와 실제 실적을 보여주는 후행지표인 BSI 실적치로 나뉜다.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지면 전분기 대비 경기가 안 좋다는 뜻이고, 100보다 높으면 경기가 나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분위기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의 분석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딜로이트는 “오는 2020년 한국이 세계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와 함께 5위권 안에 속해있는 중국·일본·미국·독일의 제조업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과 상반된다. 


실제로 2018년 5월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조사 결과를 보면, 5개 국가 중 제조업 경기동향지수인 PMI(구매자관리지수·50미만이면 경기 둔화, 이상이면 경기 개선)가 50미만으로 떨어진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나머지 4개 국가는 모두 상승곡선을 그렸다.


문제는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20%대, 미국이 10%대인 반면 우리나라는 30%대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제조업 부진에 따른 여파도 가장 클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위기에 한국 경제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국내 제조업이 위기에 놓인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적인 요인부터 따져보면,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의 굴기屈起다.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에 국내 주요 제조업은 하나둘씩 시장점유율을 빼앗겼다. 


조선은 2006년 중국에 패권을 넘겨줬고, 2017년엔 LG디스플레이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에 대형 LCD 시장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들보 반도체도 안전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메모리 반도체도 5년 안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 굴기의 진짜 문제는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뺏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 굴기의 목표는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핵심 기술과 부품·소재의 자급률을 2020년까지 40%, 2025년엔 70%로 끌어올린다”는 ‘중국제조2025’를 계획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질수록 대중對中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제조업 경기는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도 우리나라 제조업엔 악재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이유로 꺼내든 보호무역정책에 국내 반도체와 가전은 크게 휘둘렸고, 철강은 수출 실적이 뚝 떨어졌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자동차 관세카드를 쥐고 흔드는 탓에 국내 자동차도 언제 타격을 입을지 알 수 없다.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빠진 내부적 이유는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와 석유화학이다. 


특히 최근 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리면서 의존도가 더욱 커졌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 중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41.6%에서 2018년 62.6%로 크게 높아졌다. 

문제는 일부 산업 의존도가 높을수록 국내 제조업의 실제 경기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8년 (전년 대비) 수출액이 늘었는데, 사실은 반도체 호황과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제품 판매 증가로 인한 착시현상이다”면서 “단적인 예로 2017년엔 정권 교체로 인한 불확실성 해소, 4차 산업 대비 등으로 투자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찍었는데, 실제론 대부분 반도체에 몰렸고 다른 산업은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10대(영업이익 상위 10개 기업) 제조업의 2017~2018년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은 각각 44.8%, 11.9%를 기록했는데,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제외하면 -2.9%, -11.1%로 크게 떨어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2019년부터다. 공급과잉으로 호황이 저물고 있는 반도체가 2019년부터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반도체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2019년 -11.9%에서 2020년, 2021년 각각 -23.7%, -22.2%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업황이 나쁘지 않은 석유화학이 소폭의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한다고 해도, 같은 기간 10대 제조업 영업이익 증가율은 -2.7%, -8.1%, -3.8%로 떨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에 가려졌던 제조업 위기가 2019년 본격적으로 드러날 거라는 얘기다.

사실 제조업의 위기는 거시경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민생과도 직결된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워낙 높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GDP의 29.3%를 차지한다. 독일(26.9%), 일본(20.0%), 미국(11.7%) 등 제조업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이다(현대경제연구원). 


1990년대 24.4%였던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0년대 32.2%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생산 및 고용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실제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50% 이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국민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무역수지도 제조업이 가늠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68.8%에 이른다. 


G20 (주요 20개국) 중 멕시코(72.2%)와 독일(71.1%)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7.5%, 수출액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가량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서비스업을 육성해 제조업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제조업을 내세웠을 때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이유인데, 서비스업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조업 위기가 민생과 직결되는 이유는 또 있다. 제조업이 지역경제와 맞닿아 있어서다. 울산과 현대차·현대중공업그룹, 거제와 조선, 창원과 기계, 포항과 철강 등은 단적인 예다. 해당 산업이 무너지면 함께 엮여있는 지역경제도 덩달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군산이 한국GM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군산의 실업자 수는 2100여명, 실업률은 1.6%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조선소와 한국GM 공장이 폐쇄된 이후 2018년 상반기엔 실업자 수와 실업률이 각각 5300명, 4.1%로 크게 늘었다. 제조업 위기의 후폭풍이 지역경제를 덮친 결과다.

2000년대 중반 국내 제조업에 ‘샌드위치 위기론’이 대두됐다. 밑에선 중국이 치고 올라오고 위에선 일본과 독일의 기술력에 밀려 한국이 설자리를 잃을 거란 주장이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주장을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양치기 소년의 허언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많았다.


중국의 성장세를 얕보고,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과신한 탓이었다. 2019년 샌드위치 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제조업의 위기는 진짜 찾아왔고, 그렇다면 민생의 삶은 더 슬퍼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양치기 소년이 매번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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