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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내 가게 맘대로 못 먹게 하는 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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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명실상부 자영업 공화국이다. 그러다보니 임대인과 임차인 간 법적 분쟁이 적지 않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이 2001년 제정된 이래 12차례 개정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더 많이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뀐 이유다. 최근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영업자는 불안하다. 왜일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5월, 자영업자의 권리금 보호 내용을 명시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 1월엔 같은 법 시행령을 개정해 상가 보증금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기존 연 9%에서 5%로 낮췄다. 올해 10월엔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기존 최대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개정안이 공포ㆍ시행됐다. 5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를 위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고 보완된 이후에도 법률사무소에는 “임대인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권 행사로 임차권을 침해받거나 권리금 회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하소연하는 ‘사장님(임차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법은 바뀌고 있지만 현실에선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유가 뭘까.  

가장 큰 문제점은 임대료 상한선을 만들든 계약기간을 늘리든 상관없이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임대인(건물주)이 임차인의 계약연장 요구를 거절하면 임차인은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임차인이 부담했던 권리금은 고스란히 떼이게 마련이다. 

필자를 찾아온 사람들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렇게 애써 가며 터를 닦아놨는데, 5년(현재 10년으로 연장)이 지나자마자 임대인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면서 나가라더라. 가게에 들인 비용을 돌려받기는커녕 원상회복 비용을 청구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게에 들인 정성ㆍ시간 등 무형적 비용까지 감안하면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계약기간이 늘어난 지금도 이런 상황은 그대로다.

물론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을 수도 있다. 2015년 대구지방법원의 판례 하나를 보자. 임대차 기간이 종료해 퇴거 청구를 받은 임차인 A씨는 임대인(건물주)에게 새 임차인을 주선했다.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기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임대인은 새 임차인에게 30% 이상의 높은 임대료 인상(인상률 상한선이 생기기 전)을 요구했다. 임대료가 부담스러웠던 새 임차인은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임대인이 자신의 정당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박탈했다면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대구지법은 “임대인이 임차인 A씨에게 권리금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를 인정하고, 그 배상을 명시한 대법원 판례가 없기 때문에 하급심의 판결만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법원의 판결이 날 때까지 임차인은 불안한 상태로 방치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건물주가 왜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을 신경 써야 하느냐”는 주장을 내놓는데,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임차인이 권리금을 안 받고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이미 형성된 권리금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주인 없는 권리금은 건물주 몫이다.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만큼은 받고 떠날 수 있도록 해줄 보호장치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것도 안 한 사람이 불로소득을 얻고, 열심히 일한 사람은 최소한의 보상조차 받기 힘든 현실은 바뀌어야 마땅하다.

글 : 이슬이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lsy@ibslaw.co.kr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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