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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시간을 많이 갖고 싶어서 교외에 집을 지었어요.

조회수 2020. 9. 4. 17: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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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72번 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동현아, 가는 길에 안경이랑 포마드 사러 가자”

제법 큰 키에 웃는 얼굴이 인상적인 아버지였다. 그늘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웃는 얼굴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평에 집을 지었다. 주말 부부로 지냈던 시절과, 아내를 대신해서 아이를 보던 시절의 아쉬움이 그가 가평에 집을 짓게 만들었던 큰 이유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 사모님과 만나신 계기가 되게 특별하다면서요?

+ 집사람과 고향이 같아요. 학창시절에는 모르고 지냈고요. 군대 전역을 하고 서울에서 동창회를 했어요. 하필 12월 마지막 날 이었어요. 당시에는 삐삐도 없고 핸드폰도 없었거든요. 열 댓명이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러 갔다가 친구들을 다 잃어버렸어요. 근데 집사람이 제 옆에 있었어요. 그게 인연으로 4년 연애하고 결혼을 했어요.

+ 집사람과는 친구처럼 지내요. 애들이랑도 벽이 없이 지내요. 딸, 아들, 그리고 막내딸까지 애들 셋과 친구처럼 지내요. 그리고 든든하게, 언제나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제가 아버지랑 대화라는 걸 거의 안해봤거든요. 질문하고, 대답하고. 그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어요. “밥 먹었니?” “네” 거기까지였어요. 물론 대화는 없었지만, 눈빛으로 늘 저희 8남매를 챙겼어요. 단지 말이 없었고, 표현이 없었지 우뚝 서서 듬직하게 방패막이로 존재해주셨어요. 그렇게 8남매를 오로지 농사로만 다 키우셨어요.

+ 저도 주말이면 농사꾼이 되요. 가평에 전원주택을 지었거든요. 여유가 있어서 지은 건 아니고, 정말 힐링이 되요. 제가 느끼는 기분을 전달하고 싶어요. 가족들이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산양도 키우고, 피자도 만들고, 이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 어떠셨어요 오늘?

+ 아까도 잠깐 얘기했는데요. 저는 인생에는 늘 생로병사가 있고, 계절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 곧 50인데, 제 인생에도 이제 가을이 접어드는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4년 전쯤부터 마음이 많이 늙었었어요. 예전에는 멋도 많이 부리고 고개도 빳빳히 들고 다니고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꾸밈없는 내 모습이 되어버렸어요.

+ 거울보기가 싫어지고, 흰머리 나고, 한동안 뽑다가 포기하게 되고, 허리도 아프고… 정말 늙어가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머리를 자르고 변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늙는 걸 몸의 젊음으로 극복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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