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잘 안찍어요. 영정 사진 찍는다는 마음으로 왔어요.

조회수 2020. 8. 19.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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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69번 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꾸미고 사진 찍은 경우가 거의 없어요. 영정사진이라 생각하고 왔어요

그는 꿈꾸지 못한 삶을 살았다. 꿈을 키울 틈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았다고 했다. 장남이었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경제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독립해서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 장남이셨다고요?

+ 네, 그래서 빨리 빠져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과 달리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90년도에 제대를 하고 바로 직장을 4년 정도 다녔어요. 그러다 음악 관련 유통 사업을 시작했어요. MP3가 나오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 아버지로서는 어떤 분이셨어요?

+ 글쎄요.. 아마 기억에 남는 아버지는 아닐 거예요. 옆에는 있었다, 정도일 것 같아요. 해준 것도 없고 신경도 못썼어요. 하고 싶다 할 때 제대로 해준 것도 없고요. 지금도 옆에만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해주진 못했지만, 옆에는 있어준 존재. 그런데도 애들은 제게 뭐라도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자격이 있는진 모르겠지만요.


+ 제 아버님도 늘 옆에 있어주셨어요. 어머니는, 장남이었던 제게 뭐든 다 해주려고 하셨고요. 동생들이 예전엔 시기도 제법 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걸 아쉬워하셨어요.

+ 아버님은 30년 동안 늘 복권을 사셨어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못해줬던 걸 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보니 돈이 생기면 복권을 사셨죠. 그렇지만 저는 복권을 사지 않아요. 아직 일할 수 있는 힘도 있고, 풍요는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쉬운 게 너무 많다고 했다. 마음이 급했고, 지금과 달리 무언가에 대한 정보를 잘 구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준비를 잘 하지 못했다고 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했지만, 더 준비했어야 했다고. 은퇴 후에는 두 딸이 어렸을 때 못해준, 정이 든 밥상을 차려줄 수 있는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했다. 상호는 “아빠 맘마”라고 했다. “아빠 맘마”, 꼭 가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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