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젠틀

최정열(62, 봉제업)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공장을 운영했었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공장을 정리하고, 최근 건강 회복 후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자유로웠다. 건강이 악화되기 전의 그의 모습은 비록 알 수 없지만, 건강의 회복이 그의 삶의 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언제부터 공장을 운영하셨어요?  

 

+ 1972년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10년 정도 배우면서 돈 모았고, 그 돈으로 공장을 운영했어요. 초등학교 졸업도 안 하고 중학교 때 서울에 와서 기술을 배운 거예요. 후회하진 않지만, 공부는 하고 싶었어요.  

 

+ 하지만 당시엔 가난이 가장 컸어요. 먹고 살길이 급했어요. 시골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는데, 그게 우리 농사가 아니었던 거죠. 그래서 서울에 온 거예요. 중학교 갈 생각도 안 하고. 그래서 저 역시 열심히 벌고, 열심히 일해서 자식 공부시키기 바빴어요. 

 

- 아드님이랑 둘이서 살았다고 들었는데, 어때요? 

 

+ 10년 전부터 아들이랑 둘이서 살았어요. 물론 지금은 아들이 독립했어요. 외롭고 그런 건 잘 안 느낍니다. 혼자 살아도 즐겁고, 성격상 원래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참고 살았으면 이혼 안 했을까 싶은데, 그게 조금 후회가 되긴 해요. 

 

+ 내가 우리 아버지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아버지도 티비 보는 거 좋아하셨고, 많이 웃으셨어요. 늘 코미디 프로를 보셨고, 술 담배 많이 하셨어요. 근데 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건강도 안 좋아진 것 같고. 

 

+ 예전엔 벌어서 애 키우기 바빠서 나한테 투자를 못했는데, 요즘은 개인적으로 나에게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모아둔 돈도 있고, 국민연금도 조금 있으니까, 생계는 그걸로 할 것 같아요. 지금 일해서 버는 돈은 오로지 여행하는 데 쓰고 있어요. 작년에 중국에 혼자 다녀왔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그 이후로 바로 동유럽 다녀왔고, 8월에는 미국 다녀오려고 비행기 티켓 예약을 해뒀어요. 

그의 나이를 생각해봤을 때, 그의 도전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지난날, 갑작스럽게 쓰러진 이후로 그의 삶이 바뀐 게 분명했다.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삶. 대한민국의 모든 아저씨들이 그와 같았으면 좋겠다. 그의 삶을 의미 있고, 멋지게 사는 것. 물론 그렇다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이 멋지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빠에게

 

연락도 자주 안 하고 만나서 밥 한 끼 먹고 헤어지고, 그래도 언제나 어색하지 않은 아빠와 나 사이. 남자 둘이 10년 넘게 같이 살면서 크게 싸우지도 않고, 그때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하면서 얘기했던 시절. 나한테는 그 어떤 부자지간보다 좋았던 것 같아. 서른이 되면 독립해서 나간다고 항상 말하며, 정말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집을 찾으러 나섰죠.

 

그렇게 5분가량 떨어진 곳으로의 독립생활. 멀리 떨어지면 서로 보고 싶어 질 때 못 볼까 봐 가까운 곳으로 나갔죠. 그런데 그게 맞나 봐요. 지금 20분 정도 걸린다고 조금 더 드문 거 같아요. 그래서 이런 이벤트라도 마련해서 조금은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싶었어요. 혼자서 예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막상 준비하려니 힘들 거라고요. 아빠가 촬영하면서 환하게 웃고 사진 찍으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니,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씁쓸했죠. 멋진 남자로서의 모습을 봐서 기뻤고, 조금은 늦은 거 같아서 씁쓸하고.

 

유럽 여행 다녀와서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는 모습. 그걸 더 보고 싶네요. 다시는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안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아빠는 언제나 좋은 아빠였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이제 멋진 남자로 더 즐길 수 있도록 해요. 이 아들은 언제나 인생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죽을 때까지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