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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다가 이런 옷을 다 입어보네요

조회수 2020. 7. 1.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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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쉰 일곱 번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장용표(58, 농업)

그는 경기도에서 농사를 짓는 일만 하는 게 아니었다. 마을의 행복마을 만들기 위원장인 그는,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행복마을 만들기를 추진하는 중이었다. 그는 ‘맨땅에 헤딩’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주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사람이었다.

- 평생 농사를 지으신 건가요?

 

+ 아니요. 옛날엔 정육점도 했고, 갈빗집도 했어요. 그러다가 농사를 지은 지 10년 정도 됐고, 요즘은 행복마을 만들기 위원장이에요.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 누구든지 오고,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 싶어 졌거든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욕심도 있고 무엇보다 확신이 있어요.

 

+ 행복마을 만들기, 말이 좋지 처음에 무슨 수입원이 있겠어요? 없잖아요. 산책로를 만들려고 해도 돈과 노동력이 들어가니까. 처음에 한두 번은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셨는데, 지속적이지 못했죠. 그래서 혼자 새벽부터 꽃 심고, 길 만들고 하니까 주민들이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때 합심해서 열심히 해서 경기도에서 1등 하고 전국의 5개 행복마을 가운데 하나의 마을이 됐어요. 나는 이걸 잘해서 꼭 주민들의 생계수단이 됐으면 좋겠어요. 최근에는 법인도 세우고, 보람 있어요 참.

 

- 가장으로서는 어떤 가장이셨어요?

 

+ 내 말투가 남들이 보면 꼭 화난 사람 같다고들 해요. 나는 평상시 톤일 뿐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더라고. 그래서 집사람한테도 표현을 잘 못했지. 다정다감하고 부드럽고 그런 게 없었어요.

 

+ 내 아버지가 무뚝뚝했어요. 제가 8형제였어요. 자식 여덟 키우는 데, 하나하나 다 신경 쓸 수 없었겠죠. 그게 서러워서 나는 하나만 낳고 싶었는데, 집사람이 원해서 딸도 낳게 됐어요. 애들 키우는 건 애들 엄마가 다 했어요. 경제적으로도 해준 거 없어요. 애들 다 아르바이트하면서 학교 다녔고.

 

+ 그래도 아들, 딸 모두 잘 커서 알아서 잘하고 있어요. 고맙죠. 딸은 도예를 전공해서 우리 마을에 고려 백자 만들던 1000년 된 가마터가 있어요. 용인시에서 발굴하고 복원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체험장을 운영하려고 해요. 배우러 와요, 시간 나면.

절대 오지 않으려고 했다고 그는 전했다. 마을 일도 많고, 농사일도 많은데 애들이 가자고 하니까 겨우 시간을 내서 왔다고. 기왕 왔으니까 행복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하면서 생각해보니 시골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되겠냐란 생각이 들었다고… 안 한다고 했는데 결국 애들한테 졌다고. 결국 그도 자식 앞에선 장사 없는 아버지였다. 나는 그가 만드는 행복마을이 꼭 자리 잡기를 응원한다.

#아빠에게

 

아빠, 당신을 꼭 닮은 아들입니다. 평소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와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걸 알기에 촬영 전부터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난생처음 해보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을 어색해하는 건 한순간이었고, 카메라 앞 아빠의 모습은 세상에서 제일 멋있었어요.

 

사실 아빠의 모습이 온전히 담긴 사진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었어요. 멋있고 자랑스러운 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항상 강하고 언제나 우리 가족 곁을 지켜주었던 우리 아빠에게도 주름이 생기고 연륜이 쌓인 모습을 보며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더 좋은 아버지가 되지 못하여 미안해하지 말아 주세요.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그 시간을 버텨낸 당신이 있었기에 인생의 수많은 순간에서 옳은 것을 선택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성실’과 ‘땀’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자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흙이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당신이 주신 수많은 영양분과 사랑 덕분에 제 자신에게 부족함이 많다는 걸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이 될 수 있었습니다. 주신 것에 비하면 한없이 미세하지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멋있는 사람이 될게요. 아빠 당신을 꼭 닮았으니까요.

 

#남자는 죽을 때까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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