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평생 청바지를 처음 입어봅니다.

조회수 2020. 5. 15. 18: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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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뉴그레이가 만난 쉰 번째 아빠의 이야기와 사진을 담았습니다.
오정호(64, 목사)

그는 개척교회의 목사였다. 30년 전, 지금보다 더 어려웠던 시절, 그 시절 개척교회의 목사였다. 가족보다 자신보다 교회가 먼저였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일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은혜 아래 그저 성실하게 역량 것 살았다고 그는 전했다.

- 사모님도 교회에서 만나신 거예요?

 

+ 선을 엄청 봤어요. 대학원 마지막 즈음이었죠. 결혼을 해야겠다란 생각을 했고, 기도를 많이 했어요. 집사람 역시 선을 보고 결혼을 했어요. 처음 마산 터미널 지하 다방에서 만났고, 이튿날 부산진역에서 두 번째 만났을 때 결혼을 하자고 했어요. 40일 만에 결혼을 했어요. 아내도 오케이 했고요. 우리 집에 인사할 때, 내가 처가에 인사할 때 이렇게 두 번 더 만나고 결혼식장에서 만났어요.

 

+ 많이 부족한 남편이고, 아빠이고, 가장이에요. 개척교회의 목사다 보니, 없는 형편이 가장 크죠. 젊어서는 많이 투닥거리기도 했고요. 그래도 하나님이 짝지어줬으니까 지금까지 잘 살고 있는 것도 다 하나님의 은혜고, 뭐 큰 문제는 없이 살아온 것 같아요.

 

+ 아이 셋을 키웠는데, 학원도 제대로 못 보냈어요. 첫째를 한 달 보냈나? 교회 운영이 정말 어려웠어요. 지금이야 조금 나아졌는데, 참 많이 미안해요. 이제는 잘하려고 해요. 애들에게 부드러운 아버지가 아니었거든요.

 

- 청바지를 처음 입어보신다고요?

 

+ 네, 목회를 하다 보니 늘 목회에 맞는 복장만을 입어왔어요. 늘 양복만 입은 거지. 얼떨결에 이렇게 따라오게 됐는데, 좋은 경험한 것 같아요. 평생에 한 번 해볼 수도 없는 경험이잖아요. 사진관에서 찍는 것보다 밖에서 걸으며 찍으니까 덜 힘들고 잘 지나간 것 같아요.

평생을 무언가를 위해서 살아온 사람. 그 무엇이 가족을 넘고 자신을 넘어서는 것인 사람들을 만날 때면, 항상 그들에게서 풍겨오는 일정한 기운이 있는 것 같다. 고집을 넘어선 신념과도 같은 것. 그 신념을 바라볼 때면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안쓰럽고 때로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그의 삶 역시 나로서는 존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OFFTHERECORD

 

딸 : 아빠 청바지 한 번도 안 입어 봤대.

아빠 : 어색해. 그래도 코디를 잘해줘서 어울리네.

#아빠에게

 

사랑하는 아빠♡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전해 보는 게 참 오랜만이네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말보다 삶으로 평생을 보여주신 모습 덕에, 저는 큰 어려움 없이 엄마 아빠 그늘 아래 너무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늘 감사해요. 고맙고 감사한 것만큼 미안하고 죄송한 것도 많은데 그만큼 표현이 서툴러서 생각하는 마음만큼 표현은 잘 못 했던 거 같아요.

 

아빠 자신의 인생을 살기보다는 남편으로, 아빠로, 또 목사님으로 사회적 위치가 주는 부담과 무게를 기꺼이 감당하며 살아온 덕분에 우리 가족이 그리도 제가 잘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아빠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주름이나 손의 투박함이 주는 삶의 흔적들이 나는 참 자랑스럽고 멋있어요. 아빠가 우리 아빠여서 너무 감사하고 좋아요. 우리 가족 모두 늘 건강하면 좋겠어요. 존경하고 사랑해요♡

 

#남자는 죽을 때까지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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