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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디저트 맛집 4

조회수 2021. 4. 28.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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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인생도 후식처럼 단맛만 보고 싶은 객원필자 조서형이다. 며칠 전엔 강원도 정선으로 자전거 캠핑을 다녀왔다. 다시 말하지만, 체력 소모가 큰 자전거 여행은 열량 높은 간식을 많이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주머니를 초코바와 견과류로 양껏 채운 다음, 정선에 도착하자마자 당을 충전할 만한 장소도 검색해 두었다.

‘정선’은 주민들이 근면하고 선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통일신라 때부터 사용해왔다. 산세가 요란하고 척박한 이 지역에서 부지런히 착하게 지내왔을 사람, 동물, 식물을 떠올려본다. 악을 쓰고 독을 품은 것들만 마음에 담아둔 탓에 흐려진 눈을 정선에서 놀고 먹으며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온화한 산의 맛”
카페 유유재

굽이쳐 흐르는 강을 따라 오일장을 지나쳐 계속 페달을 굴렸다. 올해 초에 오픈했다는 카페 유유재에 가기 위해서다. 갑자기 내린 비를 맞았더니 속은 더운데 겉은 추웠다. 차가운 쥐눈이콩 라떼와 따뜻한 쌍화 밀크를 주문했다.

메뉴가 한 번에 나왔다. 볶은 콩 몇 개가 올라간 쥐눈이콩 라떼를 먼저 마셔본다. 나는 쥐눈이콩 밥에 쥐눈이콩 자반을 먹고 컸다. 엄마가 어디선가 쥐눈이콩을 꾸준히 밥에 섞어 먹였더니 아이 키가 쑥 컸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쥐눈이콩은 검은콩보다 더 고소하고 씹는 맛이 좋다. 유유재의 쥐눈이콩 라떼는 검은콩 선식이나 두유의 몇 버전 위의 맛이다. 요즘은 뭘 먹으면 그렇게 효능을 찾아보는데, 쥐눈이콩은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뼈와 피부를 건강하게 한다고 한다.

이어 쌍화 밀크를 마셨다. 시나몬 스틱으로 찻잔을 휘휘 저으니, 아래에 가라앉아 있던 한약재, 잣, 대추 같은 것들이 빼꼼 보인다. 먹다가 다시 저을 수 있게 스틱용 접시를 따로 준 게 좋았다. 이전에 다른 카페에서 쌍화 밀크를 마셔본 적이 있다. 이거야 뭐, 비슷한 맛 아니겠어? “호록- 오? 아!” 아니, 그 맛이 아니었다. 아아, 진짜 맛있었다. 으슬으슬 감기 기운 올라오려는 이 타이밍에 더할 나위 없었다. 바라나시에 짜이가 있고, 런던에 밀크티가 있다면, 정선엔 쌍화 밀크다.

추적추적 자전거를 끌고 온 나를 보고 사장님은 갓 구운 크로플을 나눠주셨다. 쫀득하고 달고 맛있다. 카페 유유재에는 정선 특산품 수리취를 반죽에 섞어 구운 이끼 크로플이 있다. 가격은 4,000원이며 쥐눈이콩 크림과 같이 나온다. 겨울 메뉴엔 수리취떡을 올린 ‘곤드레 밀크’도 있다. 내년 겨울에 들르면 이끼 크로플에 곤드레 밀크를 즐겨보면 좋겠다. 눈을 감고 여유를 즐기는 유유재 로고의 표정을 하고서.


카페 유유재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71-2 1층
  • 10:00 – 21:00 매주 화요일 휴무
  • @cafe.uuj
  • 쥐눈이콩라떼 5,500원, 쌍화밀크 5,500원

“아리랑시장의 히트”
아리아리떡사랑

정선 아리랑 시장은 2, 7일마다 장이 서는 오일장이다. 들어서니 고사리, 곤드레, 약초, 감자, 더덕, 버섯처럼 산에서 난 재료들이 눈에 띈다. 커다란 철판에 전병을 부치는 걸 서서 구경했다. 메밀 반죽을 얇게 부치고 배추, 갓김치, 무김치 등을 버무린 소를 올린다. 재빨리 돌돌 말아 접시로 옮긴다. 그 옆에선 팥 소를 올려 부꾸미를 굽고 있길래 홀린 듯 지갑을 열었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마스크 사이로 한입에 쏙. 우물우물 시장 구경을 다니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리아리 떡사랑’은 이 시장에서도 유명한 떡집이다. 사장님이 전국 떡 명장 선발대회에서 명장으로 선발된 이력이 있다고 한다. 밥알 찹쌀떡이 이곳의 대표 메뉴다. 수리취와 찹쌀을 찐 다음 절구에 치대면서 만든 것인데, 쌀가루가 아닌 찐 쌀로 만들어서 작은 쌀알이 눈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반으로 썰면 칼에 떡이 찐득하게 묻어난다. 번거롭지 말라고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개별 포장해 두었나 보다. 달금한 팥소가 향긋한 수리취와 잘 어울린다. 맛있다.

수리취는 어린잎을 따서 먹는 국화과 식물이다.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예로부터 여름을 무사히 넘기길 기원하며 단오 음식으로 먹었다고 한다. 수리취는 오뉴월에 향기가 가장 좋다던데, 이보다 더 좋을 수도 있구나. 멋진 식물이다.

이곳의 떡은 전국으로 배달된다. 바로 먹는 게 좋지만, 냉동 보관도 된다. 먹기 전, 상온 30분 자연 해동하거나 전자레인지에 20초를 돌리면 처음과 비슷한 상태로 먹을 수 있다.


아리아리 떡사랑


  • 강원도 정선군 5일장길 42
  • ariarid.com
  • 033-562-9009
  • 수리취찹쌀떡 5,000원, 수리취인절미 5,000원

“단단한 정선의 사과를 담으면”
카페 사가

정선은 오른쪽에 삼척, 동해, 왼쪽에 평창, 아래에 영월, 태백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은 산과 골짜기 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해가 뜨자마자 진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정선의 큰 일교차와 서늘한 기후는 훌륭한 사과를 만든다. 여기서 자란 사과는 치밀하고 단단하며, 당도와 색감까지 좋다.

정선 아리랑 시장 끝자락에 아담하게 자리한 카페 사가는 정선을 담은 디저트 카페다. 정선 특산물만을 활용해 애플파이, 타르트, 크럼블, 에그퐁, 쿠키 같은 과자를 만든다. ‘밭에서 직접 키워 방앗간에서 가루 내 왔습니다’, ‘고랭지 재배로 더 맛있는 정선 사과를 직접 졸였습니다’와 같은 문구가 눈에 띈다.

졸인 사과를 촉촉하고 고소한 아몬드 크림과 바삭하게 구운 애플 타르트는 하나에 1,000원밖에 안 한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고,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에 라인업은 매일 다르다. 카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날의 디저트를 확인할 수 있다.

곤드레 화이트 쿠키와 애플 크럼블을 사서 나왔다. 쿠키는 힘주면 뚝 부서지는 바삭한 재질이다. 씁쓸한 풀 향이 말차 같기도 했다. 애플 크럼블에는 사과가 정말 듬뿍 들었다. 버터와 통통한 사과 조림 향이 잘 어울린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에 산산이 조각나긴 했지만, 마침 떡 묻은 칼 뿐이다. 오히려 잘됐다.


카페 사가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7길 52
  • 10:00 – 21:00, 목요일 휴무
  • @cafe.saga
  • 월통 외할머니 곤드레 쿠키 2,500원, 애플 크럼블 3,800원

“온갖 정선 맛나는 마카롱”
상상초콜릿

상상초콜릿은 정선 하이원리조트 옆 고한구공탄 시장 안에 있다. 어머니가 하던 떡집 자리를 지금의 사장님이 물려받았다고 한다. 정선 향이 진득하니 밴 디저트가 기대된다. 공방을 겸하고 있어 카페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과자를 굽는 작업장인 동시에, 베이킹 수업을 진행하고, 전국구 택배도 소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오히려 짜임새 있는 공간이다.

스모어 쿠키, 머랭 쿠키, 견과류 파이, 당도별 수제 초콜릿이 가득 들어찬 매대를 보니 눈이 팽팽 돈다. 한 호흡 쉬고 대표 메뉴 감자빵과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마카롱 5개만 계산했다.

다섯 개의 마카롱은 다음과 같다. 야생 오미자, 곰취 그리고 정선 서리태와 봉평 메밀, 부모님이 손수 키운 옥수수. 찰옥수수 마카롱엔 옥수수 알갱이가 박혀있고, 메밀 마카롱엔 구운 메밀이 붙어 있어 오독오독 씹는 재미가 좋다. 오미자 마카롱은 딸기 요거트 마냥 상큼하고, 서리태 마카롱은 그윽하고, 고소하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곰취 마카롱. 이탈리아식으로 바삭, 쫄깃하게 구운 코끄에 프랑스 고메버터와 서울우유 제품을 섞어 만든 필링에 곰취의 풀 내음과 쓴 맛이 잘 표현됐다. 다시 사 먹어 볼 만한 맛이다.

그리고 감자빵. 요새 여기저기서 봐서 비주얼은 익히 알고 있었다.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본 듯한 디테일은 다시 봐도 귀엽긴 하다. 겉은 쫀득한 찹쌀 도너츠 식감에 안은 으깬 감자의 포슬포슬함으로 채웠다. 햇감자빵엔 모짜렐라 치즈가, 자색감자 빵엔 체다치즈를 넣었다. 아는 맛인데도 이렇게나 맛있을 수가 있구나! 감탄했다. 상상초콜릿은 스마트 스토어(여기)도 운영한다. 배달받은 마카롱은 차게 보관했다가 먹고, 감자빵은 전자레인지에 20초 정도 데워 먹으면 가장 맛있다.


상상초콜릿


  •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4길38-6
  • 10:00 – 18:00
  • @sangsang_chocolate
  • 감자빵 2,500원, 마카롱 1,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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