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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스, 패딩 그냥 세탁하면 큰일나요

조회수 2021. 3. 31. 12: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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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좋은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일은 어찌 되었든 기쁘다. 지난 주말엔 코끝에 느껴지는 기운이 봄이길래 무거운 옷을 상자에 차곡차곡 들여놓았다. 바람이 차가워진 날부터 바로 어제까지 유니폼처럼 입고 다닌 외투도 개어 넣었다. 그러다 잠시 멈칫. 안 빨고 이대로 넣어도 되나? 아웃도어 의류는 빨수록 기능이 손상된다고 하잖아. 아니, 그래도 한 번은 세탁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세탁을 어떻게 해? 세탁소에 맡길까?

제품별로 태그를 확인하고, 인터넷을 검색하고, 엄마와의 전화 찬스를 사용한 결과, 집에서도 된단다. 아니, 집에서 세탁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겨우내 흙먼지를 뒤집어쓴 겨울옷을 손빨래로 멀끔하게 해결했다. ‘구연산’과 ‘울 세제’ 둘이면 된다.

아웃도어 의류에는 집 밖의 험난함을 견디기 위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세탁하다 보면 이 기능이 쉽게 손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기능성 의류는 값이 나가는 만큼 오래 입고 싶을 것이다. 올해 큰맘 먹고 샀는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입어야 마땅하다. 옷을 잘 관리해서 오래 입으면 헌 옷을 버릴 때와 새 옷을 만들 때 생기는 오염 요소도 줄일 수 있다. 아아, 벌써 뿌듯하다.

우리 집 화장실엔 대야가 없다. 잠깐 고민하던 중에 김장 봉투를 활용해 세탁하는 영상을 찾았다. 비닐 대신 뚜껑이 망가진 김치 통을 활용해보기로 한다. 이로써 준비는 끝이다. 오늘은 소재가 다른 네 가지 아웃도어 의류를 깨끗이 빨아 두는 것으로 봄맞이를 할 생각이다.


“오히려 좋아, 다운 손세탁.”
Down Jacket

빈티지 매장에서 산 파타고니아 구스 다운 패딩이다. 지금은 없어진 경리단길의 베이스캠프라는 샵에서 구매했다. ‘Keating’이란 이름의 친구가 입었던 것 같다. 고가의 의류는 세탁소에 맡기는 게 기본이지만, 다운 패딩은 오히려 손세탁을 권유한다. 오리나 거위 털은 천연 기름으로 코팅이 되어 있는데, 드라이클리닝을 하면 이 유분이 사라지면서 보온성과 복원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제품 태그를 읽어 보니 방수 코팅을 약하게 만드는 섬유유연제는 사용하지 말라고 쓰여 있다.

패딩은 자주 세탁하면 결국엔 보온성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오염된 부분만 따로 세탁하는 게 좋다. 칫솔에 주방 세제를 묻혀 살살 문지르면 까매진 목이나 소매 부분의 때도 쉽게 진다.


몇 겹이고 겹쳐 입기 좋은 이 패딩은 겨우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와 붙어 있었다. 밖에서 놀거나, 자전거를 탈 때, 집에서 일하거나, 낮잠을 잘 때, 옥상에서 분갈이할 때나 마트에 다녀올 때도 늘 입고 있었기에 내게는 작은 얼룩보다는 전체적으로 진득하게 붙은 겨울 체취를 지우는 일이 우선이었다.

먼저 테이프 클리너를 이용하여 겉면의 먼지를 제거한다. 다음으로 옷의 지퍼와 벨크로를 모두 닫는다. 이로써 직물 손상의 우려를 줄일 수 있다. 40도를 넘지 않는 따뜻한 물에 울 세제를 풀고 손으로 주물러 빤다. 세탁기를 사용하려면 세탁 망에 외투를 넣어 울 코스로 세탁하면 된다.


빨래를 마친 다음엔 건조대 위에 평평하게 편 다음 서늘한 곳에서 자연 건조한다. 병에 수건을 말아 톡톡, 골고루 두드려주면 깃털이 하늘하늘 볼륨이 되살아난다. 나의 패딩은 워낙에 오래되어 납작해져 있던 터라 더 볼륨이 살아나진 않았다. 다 마른 패딩은 한두 번 접어 큰 쇼핑백 안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신문지를 넣으면 습기를 막을 수 있다.


“울은 아무튼 조심하는 편이 좋다”
Wool Knit

울 100%나 캐시미어 니트는 원칙적으로 드라이클리닝이다. 울 소재는 수축이나 변형이 일어나기 쉬우므로 아끼는 옷이라면 너그러이 세탁소로 보내주자. 브랜드 ‘엘엘빈(L.L.Bean)’의 빈티지 니트는 좋아하지만, 기어코 내 손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마찬가지로 빈티지샵에서 구매했다.

울 역시 동물성 섬유로 유분기를 가지고 있다. 울 전용 세제는 세탁 과정에서 유분을 흡수하지 않고 보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패딩 세탁과 마찬가지로 손을 넣었을 때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3~40도 물에 울 세제 5mL, 구연산 한 스푼을 풀어준다.

세탁할 때 니트 모양이 변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젖은 상태의 천을 잡아당기거나 돌려 짜는 등의 힘에서 발생한다. 비벼서 격하게 빠는 대신 니트를 잘 접어 물에 담갔다 빼는 과정을 반복한다. 옷을 접으면 움직임이 적어져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물로 세제를 잘 헹궈 낸 다음엔 니트를 수건과 겹쳐 돌돌 말아 3분 이내의 약한 강도로 조심스럽게 탈수한다. 세탁 망이 있다면 수건 채로 망에 넣어도 좋다. 탈수를 마치고 나면 직사광선이 없는 곳에서 건조대에 평평하게 널어 말리면 된다.


“조물조물 플리스 빨래 끝”
Fleece Outer

플리스는 폴리에스터 계열의 직물을 보글보글하게 만들어 보온에 좋은 소재다. 브랜드 ‘오름’의 플리스 점퍼는 클라이밍장에서 유용하게 입었지만, 운동을 쉬면서는 재택근무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있다(제품 정보가 궁금하면 여기로).


워낙 자주 입는 옷이라 종종 세탁도 했다. 별 의심 없이 다른 세탁물과 함께 세탁기에 넣곤 했지만, 털이 뭉텅 빠진다거나 떡진 머리처럼 뭉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이왕이면 세탁 망에 넣어 울 코스로 섬세하고 부드러운 빨래를 하는 편이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다.

앞의 두 세탁과 마찬가지로 40도 이하의 미지근한 물에 울 세제와 구연산을 넣고 휘휘 젓는다. 먼지를 털고 지퍼를 채운 옷을 물에 넣고 주물주물 때를 뺀다. 플리스의 경우 마지막에 섬유 유연제나 식초를 넣으면 정전기를 방지할 수 있다. 털이 짧아 이전에도 별로 정전기가 불편하지 않은 옷이라 이 과정은 생략했다. 비틀어 짜면 소재가 상할 수 있다. 손으로 꾹꾹 누르거나 세탁기의 약한 탈수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동물성 섬유인 울과 패딩을 평평하게 널었던 것과 다르게 세탁을 마친 플리스는 옷걸이에 걸어 건조한다. 털이 엉켜 있다면 브러시를 이용해 가볍게 쓸어주면 된다. 다 마른 옷은 털이 눌리지 않게 옷걸이에 건 채로 보관한다.


“고어텍스 세탁은 확실하게”
Gore-Tex Shoes

고어텍스는 방수뿐 아니라 습기를 배출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천재 같은 소재다. 듀퐁의 엔지니어 윌버트 고어(Wilbert L. Gore)가 테플론을 가열해서 늘리면 무수한 기공이 생기는 것을 발견해 아웃도어 의류에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 작은 구멍은 기체 상태인 수증기는 통과하지만, 액체인 물은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땀(수증기)은 배출하고 밖의 수분은 막는 상반된 기능이 가능하다. 대너의 고어텍스 신발을 신으면 발에서 나는 열은 배출하고 진흙의 물은 완벽히 차단해 궂은 날씨에도 뽀송뽀송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신감은 언제나 유용하게 작용한다(제품 정보가 궁금하면 여기로).

세탁 전, 부드러운 솔로 흙을 털어준다. 깔창을 빼고 안쪽의 모래와 낙엽도 턴다. 고어텍스사는 오염이 투습과 방수 성능을 떨어뜨리기에 적당한 세탁을 권유한 바 있다. 지독히도 열심히 신고 다닌 이 신발은 정말로 세탁할 때가 됐고.

세탁은 간단하다. 울 샴푸와 구연산을 푼 미지근한 물에 풀고, 부드러운 천 또는 손을 이용해 두드리듯 닦아낸다. 얼룩과 냄새를 지워주는 덴 구연산이 큰 역할을 했다. 섬유 유연제나 일반 세제는 발수 기공을 실리콘으로 막는다. 세제를 잘못 선택하는 순간 고어텍스가 아닌 그저 바스락거리는 아이템으로 남게 될 것이다. 같은 이유로 세제 잔여물이 남지 않게 여러 번 물에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

세탁이 끝나면 발수 처리제를 뿌려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 말린다. 가죽 보호를 위해 구두 광택제나 가죽 유연제를 얇게 발라줘도 좋다고 한다. 건조가 끝난 다음에 헤어드라이어로 약한 바람을 쐬어 주면 발수력이 되살아난다. 고어텍스 의류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세탁한 다음 옷걸이에 걸어서 말리면 된다. 접힌 부분에 압력이 가해져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관 역시 옷걸이 채로 하는 것이 좋다.

기능성 옷은 내구성이 뛰어난 소재를 활용했기에 관리만 잘하면 정말 대대로 물려 입을 수 있다. ‘제대로 된 관리’ 같은 건 꼼꼼하지 못한 내가 가지지 못한 역량이라 까다로우리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세탁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휘휘 저어가며 빨고 그늘진 옥상에 말리는 일은 간편하고 즐거웠다. 자, 그럼 다음 겨울에 또 지겹게 만나자,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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