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MZ세대는 이런 편의점을 좋아할까?

조회수 2021. 3. 11. 15: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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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인간과 소통하는 모든 것에 관심 있는, 디자이너 한세진이다. 입으로는 ‘뉴노멀, MZ세대, 힙하다, 요즘 것들…’ 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좀 재밌어 보이는 공간이 보이면 착실하게 방문하는 타입. 그런 사람에게 편의점을 컨셉으로 하는 어딘가 낯선 편집샵이라니. 꼭 가봐야 하지 않겠냐고(호들갑).

가로수길에 위치한 ‘나이스웨더’는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CNP가 선보이는 신개념 편의점 컨셉의 편집샵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단연 브랜딩 디자인. 방문 후기들을 읽다 보면 디자인 예쁘다는 이야기가 많다. 로고에 크게 박혀 있는 청양(淸陽)은 ‘나이스웨더(NICE WEATHER)’의 이름과 같은,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하다’라는 뜻. 구름 같은 쉐입과 쨍하게 하늘의 푸른빛, 이를 돋보이게 하는 흰 배경의 디자인이 모두 그 이름처럼 맑은 날씨를 뜻하는 듯 보인다. 가게의 외벽에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은 것까지 미국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느낌을 낸다.

왜 신개념 편의점이냐 하면, MZ세대가 새롭게 정의 내리는 ‘편의’에 맞춘 뉴노멀이 편의점의 주된 컨셉이기 때문. 이거 또 힙한 척하는 실속 없는 브랜드 아니냐 하기엔, 본인들 컨셉에 꽤 진심이다. 진짜로 편의점에서 팔 법한 물건을 판다.

과자, 커피, 간편 음식, 술, 치약, 잡지 등이 비치되어 있다. 진짜 진심이라고 느꼈던 건 콘돔까지 판매한다는 점… 파는 품목들은 분명 편의점 같은데, 편의점에서 본 적 없는 제품까지 판매하는 점이 이 가게의 포인트가 된다. HAY design, XENIA TALER, OR-FIUME, RboW, GUEPARD 등 편집샵에서 볼 법한 브랜드까지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한남동에서 유명한 ‘올드 페리 도넛’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손님을 불러 모은다고. 실제로 매장에 방문해서 도넛만 사서 나가는 손님들을 꽤 봤다. 나 역시 마지막에 쓸어 가려고 했는데… 가게를 다 둘러보고 나니 하나밖에 남지 않았더라는 슬픈 후문.

이런 편집샵에 음악이 빠질 수가 없다. 일단 들어서자마자 큰 스피커에서 번쩍이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계산대에는 디제잉 테이블도 있고 바로 옆에는 LP판도 판매한다. 아마 기존의 편의점과 가장 구분되는 판매 항목은 LP판과 인센스가 아닐까 싶다. 이런 걸 파는 편의점은 본 적이 없으니까. 근데 또 ‘새로운 편의의 정의’라는 점에 있어서 이 두 가지 품목이 들어간다는 게 은근히 납득이 가기도 하고.

자체 브랜드 굿즈도 판매한다. 남녀노소에 호감이 높은 진한 채도의 파랑을 사용한 디자인 때문인지 인기가 좋다. 품목도 옷, 모자, 라이터, 컵, 앞치마에 고무장갑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군더더기 없는 로고 플레이가 기본이고, 메인 컬러를 활용한 디자인이다.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도 자주 진행하는 모양이다. 의류 브랜드 ‘예일(YALE)’과 콜라보한 관련 의류가 전시되어 있었다. 몇 차례 진행된 컬렉션의 설명에서 수익의 일부를 비영리 동물보호단체에 기부한다는 내용도 찾을 수 있었다. 강아지 옷과 장난감을 만들고 나서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라니 귀여운 포인트.

또 굿네이션의 의류 레이블인 아날로그 감성의 ‘캐피탈 라디오 튠즈(Capital Radio Tunes)’와는 인센스 챔버를 제작했다. 80년대를 연상시키는 레트로한 턴테이블과 붐박스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코너 속 코너 같은 느낌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의 기능도 하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일반 편의점에 있는 택배 시스템 대신에 도입한 기능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게 그럴싸하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물품을 ‘나이스 마켓’에서 수수료를 내고 판매하는 형식인데, 거래 수수료의 일부 금액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환경단체에 기부한다고 한다.

편의점 답게(?) 먹을 게 꽤 많은 편이라 무게를 생각하며 구매하지 않으면 힘들 것 같으니 꼭 염두에 두시길. 내가 쟁여둔 건 이 핸드크림…이 아니라 130년 전통 프랑스의 브랜드인 크렘 드 마롱 제품의 밤 스프레드다. 빵과 생크림에 찰떡궁합이다. 아까 미리 살 걸 후회했던 도넛은 남은 하나였던 ‘크림 브륄레’ 맛을 구매했다. 왜 사람들이 박스째 털어가는지 알 만했다.


결론적으로 이 편의점이 뭐가 제일 특별하냐 묻는다면, ‘요즘 세대에게 진심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원래 나이스웨더도 으레 편의점들에서 그렇듯 일회용 컵을 판매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더 사소하게는 커피를 판매하는 홍보 이미지에 이 브랜드의 일회용 컵의 이미지를 사용했었는데, 지금은 커피 머신으로 이미지가 교체된 듯 보였다.

고르는 브랜드들 역시 대부분 친환경적인 브랜드를 고른다. 식기의 재료가 생분해성 제품이거나, 식물성 원료로 만든 친환경 제품의 브랜드거나, 안전 성분으로만 이루어진 화장품을 판매하거나 하는 등이 그 예시였다. 또 텀블러를 가져오면 할인해 준다는 문구와 자체 생산하는 브랜드 굿즈인 손 세정제에는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쓰여있다. 컬렉션의 수익금의 일부를 동물보호단체나 환경단체에 기부한다는 문구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직업병을 가진 디자이너의 과도한 해석인지는 모르지만, 생각보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책임의 가치들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이 브랜드 뭘 좀 안다.
우리가 진실된 컨셉충을 좋아한다는 걸.

나이스웨더 가로수길점

🔵 @niceweather.seoul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2길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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