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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테가 베네타가 SNS 계정을 돌연 삭제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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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패션 트렌드와 이슈에 대해 글을 쓰는 객원 에디터 이예은이다. 지난 1편(샤넬, 프라다, 셀린이 SNS에 진심인 이유)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 글은 소셜미디어에서 돌연 사라져버린 보테가 베네타에 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현재 패션씬에서 가장 화제성 있는 브랜드가 됐다. 2018년, 셀린에서 오랜 기간 일했던 다니엘 리가 보테가 베네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면서 부터다. 그가 전개하는 보테가 베네타는 구찌가 앞장섰던 패션계의 맥시멀리즘 열풍에 지쳐있었던 미니멀리스트들과 기존 셀린 스타일의 팬들을 사로잡았다.

[다니엘리가 디자인한 보테가베네타 제품 @newbottega]

그런데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보테가 베네타가 지난 1월 6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n백만 팔로워의 인스타그램은 완전히 사라지고 @bottegaveneta를 검색하면 아무 계정도 뜨지 않으며, 수많은 포스트에 걸려있던 태그마저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브랜드가 운영하던 소셜 계정을 삭제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모두가 의문을 가졌다. 아직도 브랜드의 공식 입장은 없으며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명품 브랜드가 SNS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수련을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지난 글에서 말했던 것처럼 다른 모든 패션 브랜드가 인스타그램 피드 단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니 더더욱 의아한 선택이다.


[다니엘 리 ©Tommy Ton]

인스타그램은 패션 업계의 주력 홍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브랜드가 론칭하면 홈페이지는 없어도 인스타그램 계정부터 만드는 게 이 시대의 국룰. 인스타그램 스타일의 사진 색감과 구도, 포즈는 럭셔리 브랜드 캠페인과 매거진 커버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명품을 전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 또한 인스타그램의 유산이 아닌가.

2016년 이후 발렌시아가의 디자이너 뎀나 바살리아를 선두로 많은 브랜드가 옷, 가방, 신발 등에 로고와 레터링을 내세우는 ‘로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사라졌던 빅 로고, 모노그램, 오블리크 등 브랜드의 정체성을 뿜어내는 디자인들이 수도 없이 등장했다.


이런 디자인 흐름과 힙합 문화에서 시작된 ‘플렉스’란 키워드, 유튜브의 언박싱, 하울 컨텐츠는 명품을 전시하는 문화를 큰 유행으로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프라다의 클레오백, 디올의 바비백, 버버리의 포켓백 등 새로운 가방이나 신상품을 발매할 때면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셀럽이 해당 제품을 똑같이 착용하게 하는 대대적인 시딩(seeding, 셀럽에게 제품을 협찬하고 포스팅을 올리게 하는 것)을 진행하는데, 이는 플렉스 문화를 더 타오르게 하는 좋은 땔감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은 명품 시장을 세계적인 불황과는 무관한, 오히려 호황을 맞는 시장으로 만드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경험

돌이켜보면 보테가 베네타의 갑작스러운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는 예고된 행보였을지 모른다. 현재 보테가 베네타 디자이너 다니엘 리는 과거 피비 파일로가 이끌던 셀린에서 7년간 일하며 피비의 수제자라고 불렸던 인물이다. 다니엘 리의 New 보테가 베네타에 기존 셀린 팬들이 주목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사실 피비 파일로의 셀린 재임 시절에도 오랜 기간 브랜드 공식 계정이 존재하지 않았다. 셀린은 피비 파일로 퇴임 9개월 전에야 비로소 인스타그램 계정을 처음 열었다. 평소 온라인을 통한 체험보다는 자신이 만든 옷과 고객의 직접적인 경험을 중시했던 피비 파일로의 영향이었던 것일까. 다니엘 리도 스승의 이런 점을 닮아 대중과 온라인 소통 대신 전통적인 고객들과의 오프라인 소통에 힘을 쏟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로고 플레이는 하지 않는다

또한 보테가 베네타는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를 앞세우는 디자인을 절대 하지 않는다. ‘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당신의 이니셜만으로도 충분할 때)’는 이 브랜드의 오랜 슬로건이다. 제품에 명품 로고가 없어도 당신의 이니셜(이름)만으로 충분하다는 이 슬로건은 자신들의 제품을 착용하는 고객들 자체가 명품이라는 일종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는 로고 플레이 열풍과는 대척점에 있는 가치관이다. 이는 브랜드의 탈디지털화 움직임과도 일맥상통한다.

어쩌면 이런 슬로건과 보테가 베네타의 행보는 요즘 트렌드와 아주 동떨어져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트렌드에 편승하는 게 아닌 품질과 제품 자체가 주는 경험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브랜드의 고집이기도 하다.


40만 팔로워의 팬스타그램

보테가 베네타가 인스타그램을 삭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쩌면 공식 계정을 충분히 대체할 팬스타그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테가 베네타의 미학은 다니엘 리 재임 초기부터 운영된 팬계정 @newbottega를 통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단순한 팬스타그램이라기엔 40만 이상의 팔로워를 가진 영향력이 꽤나 큰 계정이다. 심지어는 공식 계정보다 구매 욕구를 더 자극한다는 칭찬도 종종 들었으니 말이다(보테가 베네타 계정이 사라진 후 팔로워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공식 사진부터, 소셜미디어 유저들이 보테가 베네타를 착용한 모습을 적절히 큐레이션하여 보여주는 이 계정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포스트를 올리는 것이 아닌 철저히 팬의 시선에서 운영하다 보니 더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비용을 한 푼 쓰지 않고 막대한 홍보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지금은 모든 패션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에서 이 제품 어때? 저 제품은 어때? 하며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도 모자랄 새 시즌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이런 과감한 결정은 어떻게 보면 SNS 없이도 세일즈를 이어가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른다. 이건 값비싼 명품 브랜드의 로고를 인스타그램에 전시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FLEX는 아닐까. 보테가 베네타의 결정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단지 시장 상황과 대조적인 보테가 베네타의 행보가 앞으로는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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