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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똑똑함의 비밀을 담은 책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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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디에디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책 얘기를 하게 된 객원필자 기명균이다. 평일엔 퍼블리를 위해 남이 쓴 글을 읽고, 주말엔 디에디트를 위해 내가 읽은 것에 대해 쓰고 있다.


이번 달에 고른 다섯 권에는 세상을 바꾸는 생각, 생각을 바꾸는 말과 글이 담겨 있다. ‘책 많이 읽기’를 새해 목표로 정했다면 이 중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1
<스포티파이 플레이>

“좋은 것은 알아서 퍼져나가는 힘이 있어.”

나의 인생 첫 음악 감상 수단은 TV였다. <가요톱10>에 나온 노래를 다시 듣고 싶어서 ‘700-XXXX’에 전화를 건 적도 있다. 정보이용료 1만 5,000원이 청구되어 엄마에게 혼나고 울었다. 이후엔 리어카에서 파는 2,000원짜리 짝퉁 테이프를 사기 시작했고, 몇 년 후엔 CD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했다. 그러다 모두가 MP3를 다운받았고, 내 CD는 서랍 구석에 처박혔다. 신기했다. ‘다운만 받으면 모든 노래를 다 들을 수 있다니!’ 이제 나는 스마트폰에서 터치 몇 번으로 온갖 노래를 재생한다. 음원차트 1~5위를 차지한 곡도, 좋아하는 가수의 예전 앨범도 들을 수 있다. 눈이 심심할 땐 정보이용료 없이 유튜브에서 예전 <가요톱10> 영상을 보기도 한다. 내가 오래 산 게 아니다. 세상이 너무 자주 바뀐다.


자주 바뀐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건 아니다. 이 책을 보면 안다. 스포티파이 창립자 다니엘 에크는 사람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음악을 듣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사방이 적이다.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도, 음반을 판매하는 제작사도, 아이팟과 아이폰을 만든 애플도. 그럼 어떻게 성공했을까? 스포티파이의 1순위는 언제나 음악을 듣는 소비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적이 아무리 많아도, 소비자들만큼은 스포티파이를 사랑했다.


결국 스포티파이는 한 번 더 세상을 바꿨다. 매달 2억 명 넘는 사람들이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듣는다. 조만간 국내에도 진출할 거란다. 가요톱텐과 700-XXXX, 짝퉁 테이프와 CD, 그리고 MP3와 멜론에 이어 또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있을 그 날이 기대가 된다.


<스포티파이 플레이> 스벤 칼손, 요나스 레이욘휘부드 | 비즈니스북스 | 1만 8,000원


2
<문샷>

“로켓엔진에 불을 붙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1,000가지나 되는데, 그중 바람직한 경우는 딱 한 가지 뿐이다.”

0.2초 만에 음악이 재생되는 스포티파이 뮤직 플레이어를 보고 누군가 말했다. “이건 달에 로켓을 쏘아 올린 것과 마찬가지야!” 로켓은 이처럼 ‘놀라운 혁신’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건 암스트롱이 달에 처음 발을 내디딘 후의 얘기다. 처음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인간을 달에 보냈다가 무사히 귀환시키겠다’라는 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엉뚱한 상상 정도로만 받아들여졌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으니까. 하지만 로켓 과학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잠깐. ‘로켓 과학’이라는 단어에 쫄 필요 없다. 일단 나 문과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 역시 ‘로켓 과학의 모든 것’이 아니고 ‘극한상황에서 더 크게 도약하는 로켓 과학자의 9가지 생각법’이다. 생각은 누구나 하는 거니까,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쓰였다. 논문 인용 같은 건 거의 없고, 대신 심리학자, 영화감독, 테니스 선수, 소설가, 뮤지션 등 여러 분야 유명인들의 말을 가져와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로켓과학자를 때려치우고 로스쿨 수석 졸업한 사람답게, 저자 오잔 바롤은 온갖 사례와 인용구로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책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1)발사 2)가속화 3)궤도 진입. 이 3단계는 로켓이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절차인 동시에 생각이 행동으로, 아이디어가 결과물로 이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추천사 하나에 이 책의 매력이 함축되어 있어 소개한다. “문제에 대한 오잔 바롤의 접근법과 무한한 호기심은 화성착륙선을 설계할 때나 저녁메뉴를 정할 때나 모두 유용하다!”


<문샷> 오잔 바롤 | 알에이치코리아 | 1만 9,800원


3
<어린이라는 세계>

“세상에는 어린이를 울리는 어른과 웃게 하는 어른이 있다. 어느 쪽이 좋은 어른인지, 우리는 알고 있다.”

2016년 개봉한 <우리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영화다. 영화 속 아이들이 웃고, 눈치 보고, 싸우고, 마음고생하는 걸 보며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어른인데 말이다. 최연소 씬 스틸러 강민준 배우의 결정적인 대사 “그럼 언제 놀아?”에는 심장이 철렁, 했다. 극장 안에서 시끌벅적 떠드는 영화 밖 아이들을 보면서도 ‘그래, 놀아라’ 싶을 만큼.(편집자 주: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들> 대사를 아래 첨부함)


야, 이 윤, 너 바보야? 그리고 같이 놀면 어떡해?

그럼 어떡해?

다시 때렸어야지.

또?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음.. 그럼 언제 놀아?

어..?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이 책 또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린이 독서교실을 운영 중인 저자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독자를 웃기고 울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한 어린이는 자기가 재밌게 읽은 책, 하지만 저자가 이미 갖고 있는 책을 한 권 더 선물하며 편지에 이렇게 썼다. “이 책이 선생님한테 있잖아요? 하지만 다 똑같은 책이어도 이 책엔 제 마음이 있어요.”


어린이 얘기에 왜 눈물이 났을까? 나도 어린이였던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언제 놀아?”라는 대사에 대해 <우리들>을 만든 윤가은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그 마음이 누구한테나 있어서 그 대사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다들 못 놀고 있어서.” 나도 저거 아는데, 자존심보다 노는 게 먼저고, 주고 싶은 ‘마음’이 다른 무엇보다 앞선다는 게 뭔지 아는데. 근데 왜 지금의 난 못 그러고 있을까(주르륵). 울고 있지만 말고, 내 안의 어린이에게 말을 걸어봐야지. 책 뒷면에 적혀 있듯, 어린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우리의 세계는 넓어질 테니.


<어린이라는 세계> 김소영 | 사계절 | 1만 5,000원


4
<나를 움직인 문장들>

“불안해서 안심이다. 불안은 에너지니까. – 윤종신”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용감하면 누구한테든 말할 수 있고, 착하면 상냥하게 말할 수 있고, 솔직하면 뭐든지 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한 어린이가 한 말이다. 저자가 이 말을 메모해둔 이유는 잊고 지내던 걸 ‘어린 시절의 나’가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아서라고 한다. 당장 실천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잊고 살지는 말자고 다짐한다. 책에는 43개의 메모가 더 있다.


카피라이터인 저자는 업무의 일환으로 메모를 시작했다. 8년간 8,000개가 넘는 메모가 쌓이다 보니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 늘 받았으니 이번 생일엔 내가 주자!’ 1년간의 메모를 책으로 엮어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지인의 지인들까지 책을 보내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제작비, 배송비가 만만치 않았지만 보람이 더 컸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라는 생각 덕분이었다. 책 얘기가 퍼져나가면서 출판사의 출간 제의도 받았다. 그렇게 나온 책이 <나를 움직인 문장들>이다.


책을 읽으며 2020년 한 해 동안 나를 움직인 문장들을 떠올려봤다. 쉽지 않았다. 쉽지 않은 해였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한 문장을 발견했다. 2021년, ‘나를 움직일 문장’이었다. “작년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깨닫고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충분히 배우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도 넘쳐나는 새해 복 속에서 ‘나를 움직일 문장’을 찾아보시기를.

<나를 움직인 문장들> 오하림 | 자그마치북스 | 1만 9,800원


5
<일인칭 단수>

“자, 팀이 이기기를 빌어보자. 그리고 동시에 (남몰래) 지는 것에 대비해보자.”

열 달 넘게 노래방을 못 간 건 처음이다. 다들 힘든 ‘코시국’에 한가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답답한 건 답답한 거다. 중학교 때 처음 발을 들인 후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노래방이 나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다. 노래방이 그리울 때면 이제 천 원짜리 지폐를 준비하는 대신 유튜브를 켠다. 장범준의 ‘반지하 노래방’에는 나 같은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장범준이 노래를 시작하면 그들 각자의 노래도 시작이다. 노래방 반주에 맞춰 간주 점프 없이 4, 3, 2, 1, Go!


하루키와 장범준은 공통점이 많다. ‘늘 비슷비슷하다’라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비슷비슷하게,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히트메이커다. 새 책, 새 앨범을 낼 때마다 평균 이상의 성공을 거둔다. 그럼에도 은근히 자주 무시당한다. ‘고급 취향’을 뽐내는 데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 이름들이다. 만만해서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것 같고, 나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럼에도 나는 쉽게 쓰고, 쉽게 부르는 하루키와 장범준이 좋다.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어지고, 장범준의 노래를 들으면 노래를 부르고 싶어진다.


일기도 안 쓴 지 오래된 요즘, 신간 <일인칭 단수>를 읽었다. 노래방에 갈 수 없어서 장범준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역시나 비슷비슷하고, 그럼에도 벌써 많이 팔렸고, 그럼에도 ‘올해의 책’으로는 꼽히지 않고, 그럼에도 좋다. 8편의 소설 중 ‘찰리 파커 플레이즈 보사노바’, ‘위드 더 비틀스’, ‘야쿠르트 스왈로스 시집’, 이렇게 세 편이 특히 좋았다. 하루키를 읽은 덕에 글을 또 한 편 완성했다.


<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 문학동네 | 1만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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