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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F/W 신상라면 11종 리뷰

조회수 2020. 12. 15. 1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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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면 리뷰를 쓰느라 나트륨을 과다섭취한 에디터B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미식가x 대식가o) 이것저것 보이는 대로 집어먹었(?)다. 저러다 돼지가 되지 않을까 문득 걱정이 됐던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처럼 된단다.
라면을 먹으면 라면처럼 되는 거야.
건강하고 좋은 거 먹어야 돼.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 거 같다. 매일 밀가루를 먹다 보니 몸이 밀가루처럼 되었으니까. 밀가루 반죽처럼 포동포동해졌다. 내년에는 꼭 건강한 밀가루가 될 거다.


오늘은 엄마의 조언을 추억하며 대표적인 밀가루 음식, 라면을 소개하려고 한다. 평범한 라면은 아니고, 특이점이 온 요즘 라면들이다. 리뷰를 읽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맛있다는 말은 거의 안 했다. 실험적이었지만 여러 번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의미 없는 건 아닐 거다.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획 끝에 마스터피스가 나오는 거 아닌가. 기획팀과 연구팀의 노고와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 참, 사진을 찍어 보니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제품이 많아서 조리된 사진은 많이 넣지는 않았다.


농심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혹시 신라면 블랙이 처음 나왔던 때를 기억할까? 센세이션이었다. 라면이면서 보양식이라는 카피를 내세웠고, 가격은 1,600원으로 당시엔 고가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아무리 사골이 들어가도 그렇지 어떻게 그 돈을 주고 라면을 먹냐?”, “라면이 어떻게 보양식이 될 수 있어?”


대충 이랬다. 이후 신라면 블랙은 몇 번의 재정비를 거친 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금은 잘 팔린다. 이제는 누구도 신라면 블랙을 두고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그보다 비싼 라면이 많아졌으니까. 오늘 소개할 라면은 신라면 블랙의 새로운 시리즈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다.

라면에 김치를 넣고 끓여 먹는 맛과 비슷하다. 맛있다. 김치 건더기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놀랍게도 두부가 들어있는데, 생긴 건 마시멜로처럼 같고, 맛은 두부 비슷한 맛이다. 2050년 미래인이나 우주인은 이런 모양의 두부를 먹을 것 같다. 근데… 음식의 맛은 미각으로만 느끼는 게 아니다. 미각과 함께 후각, 촉감까지 포함한 3대 요소의 균형이 중요하다.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에 들어간 두부는 참 아쉽다. 차라리 신선칸에 있는 두부를 사서 넣어 먹으면 훨씬 맛있을 것 같다.


결론: 국물이 얼큰하고 맛있음. 근데 유사 두부는 빼도 될 듯.


오뚜기
크림진짬뽕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 진짬뽕에 크림을 섞었다. 나는 진짬뽕을 좋아한다. 진짬뽕과 짜파게티 섞어 먹어도 엄청 맛있다. 그리고 까르보나라도 아주 좋아한다. 그러니까 그 둘을 합치면 굉장히 맛있을 것 같다. 그런데 크림진짬뽕은 잘못된 만남의 결과인 듯하다. 짬뽕이 주는 해물 향은 선명한 데 비해, 크림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 짬뽕에 가려서 주눅 든 크림이 구석에 숨어있는 듯한 모양새다. 포장지에는 ‘꾸덕꾸덕, 매콤크뽕’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렇게 꾸덕꾸덕하지는 않다. 좋은 시도인데 아쉽다.


결론: 크림을 더 넣으면 더 좋을 듯.


삼양식품 X 배달의민족
치킨이 타고 있어요

패키지 디자인, 네이밍부터 배민의 B급 터치가 느껴진다. ‘치킨이 타고 있어요’는 판매 초기에는 B마트에서만 한정적으로 팔아서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다행히 편의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라면에서 패키지 디자인이 중해 봤자 얼마나 중할까? 맛보다 중요할까. 치킨이 타고 있어요는 보기 드문 바비큐치킨 맛이다. 그게 매력 포인트다. 다들 이런 맛은 처음일 거니까.

하지만 직접 먹어 보니 맛은 아쉬웠다. 바비큐치킨보다는 마늘 맛이 난다. 바비큐치킨 맛인데 왜 마늘맛이 나는지 모르겠다. 마늘을 잔뜩 넣은 갈비양념 같은 맛이다. 대학로에 가면 림스치킨이라고 있는데 거기서 먹었던 마늘치킨 맛이랑 비슷한 것 같다. 새로운 맛의 제품을 성공적으로 만든다는 건 역시 어려운 일이다. 갑자기 메론맛 뿌셔뿌셔가 생각났다.


결론: 치킨이 안 타고 있어요.


CU
제주마늘라면

CU는 2015년부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라면 시리즈를 선보였다. 예를 들어 청양고추, 속초 홍게, 임실 치즈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라면은 인스턴트 음식이다. 제조 과정에서 재료 본연을 깊은 맛을 살리기엔 힘들다. 그러니까 특산물을 썼다고 해도 “앗! 이 맛은 임실 치즈 맛이 분명해!!” 이러기가 힘들다는 거다. 그보다는 어려운 국내 농가를 돕기 위해 국내산 식재료를 썼다는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 제주마늘라면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은 8월에 출시되었는데 당시 1차 생산 물량만으로도 약 2톤의 마늘을 소비했다고 하더라. 맛은 어떨까.

한 입 먹었을 때, 제주마늘라면의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늘마늘마늘라면’으로. 마늘 맛이 엄청 강하다. 혀가 아려서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강한 편이다. 면을 먹기 위해 용기에 얼굴을 묻고 후루룩 삼키면 신경다발로 마늘 향이 흡수되는 것 같다. 어떤 뱀파이어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노랑통닭 메뉴 중에 마늘치킨이 있는데 그거 먹을 때 마늘소스가 내 혀를 갈기갈기 찢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까지 만든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주마늘라면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호불호가 갈릴 맛이다. 마늘매니아라면 되게 좋아할 듯하다.


결론: 마늘 엄청 좋아하면 드세요.


금비유통
불마왕

한국에서 매운 음식은 이제 스포츠의 영역에 들어간 듯하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에 느끼는 짜릿한 고통을 즐기고, 누가 잘 먹느냐로 경쟁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나는 매운맛을 즐기지 않는다). 매운맛이 너무 강하면 맛을 느끼기 힘들다. 지금 소개하는 불마왕라면은 국내 라면 중에 스코빌 지수(고추의 매운맛을 나타내는 단위. 스코빌 박사가 발견했다)가 가장 높다. 맵기로 유명한 불닭볶음면의 스코빌 지수는 4,400으로 알려져 있는데, 불마왕라면의 수치는 14,444다.

실제로 먹어 보니 실망이다. 너무 안 맵다. 여기서 안 맵다는 건 허세를 부린 것치고는 안 맵다는 거다. 당연히 매운맛은 느껴진다. 보통 국물 라면은 비빔라면보다 덜 맵다고 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렇게까지 안 매울 일인가. 불닭볶음면의 절반 정도 되는 매움이다. 라면에 청양고추 몇 개 썰어넣으면 이 정도 매운맛이 날 거다. 최근에는 불마왕 볶음면이 출시되었는데 진짜 매운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그걸 도전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결론: 불마왕 타이틀 압수


고잉메리
요괴라면 노량진 멸치간장맛, 이태원 참치마제맛

라면도 힙할 수 있다는 건 요괴라면이 최초로 보여줬던 것 같다. 예쁜 패키지 디자인도 한 몫했지만, 까르보나라, 봉골레처럼 다른 라면에서는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맛도 보여줬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맛 2종을 출시됐다. 노량진 멸치간장맛과 이태원 참치마제맛이다.


참깨마제맛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맛이었는데, 마라비빔면 같은 맛이었다. 뭐가 들어갔나보니 훠궈마라탕소스가 들어가 있더라. 미약하게 들어가서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근데 건더기가 하나도 없으니 면을 먹을 때 너무 심심하고, 참깨는 식감을 살려 줄 정도로 존재감이 강하지 않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채소가 있으면 같이 먹으면 좋겠다.


차라리 멸치간장이 참깨마제맛 보다는 더 괜찮았다. 멸치를 우려낸 국물을 베이스로 한 간장국수를 떠올리면 되는데, 광천김 네 장이 별첨되어 있어서 국물에 감칠맛이 난다. 하지만 다시 사 먹고 싶은 맛이냐고 묻는다면, 글쎄.


결론: 역시 요괴라면은 봉골레지.


풀무원
정면

풀무원에서 ‘정백홍’이라는 라면 컬렉션을 출시했다. 정면, 백면, 홍면 세 라면이 그 주인공이다. 정면은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식물성 라면이고, 백면은 해물과 사골로 맛을 낸 조개곰탕면, 홍면은 소고기 국물을 베이스로 만든 라면이다. 그중 내가 소개할 라면은 정면이다. 이 라면은 한국비건인증원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한국 최초의 비건라면이다.

비건 라면이라고 하면 ‘맛이 심심하지 않을까’ ‘그냥 건강한 맛이 아닐까’ 이런 우려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먹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버섯, 양파, 배추, 대파, 무 등 12가지 채소로 감칠맛을 살렸는데, 국물 맛도 얼큰하고 시원하다. 무언가가 빠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오히려 그동안 먹었던 라면보다 정면의 담백한 맛이 더 끌린다. 풀무원 책임연구원의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부담 없이 계속 찾게 되는 맛을 내도록 노력했다고 하더라. 건면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결론: 정면이 오늘 라면 중에 1등.


GS
꼬꼬누룽지탕면

라면사에 한 획을 그었던 꼬꼬면의 후속 시리즈다. 별첨된 누룽지를 꼬꼬면에 넣어서 먹는 상품이다. 꼬꼬면과 마찬가지로 매콤한 닭육수가 킬링포인트다. 국물을 한 입 후루룩 마시면 추억에 잠긴다. ‘맞아…꼬꼬면은 정말 맛있는 라면이었지’. 닭칼국수 국물을 먹는 것처럼 국물은 시원매콤하다.

솔직히 말해서 누룽지와 꼬꼬면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없다. 누룽지가 힘을 발휘하는 시간대는 면을 클리어한 후다. 적당량의 국물이 남았을 때, 숟가락으로 누룽지와 국물을 함께 떠먹으면 그게 참 꿀맛이다. 게다가 누룽지는 애초가 밥이 아닌가. 든든함까지 느낄 수 있다.


결론: 오랜만에 꼬꼬면이 먹고 싶다면 꼬꼬누룽지를 드세요.


비씨카드 X GS
부자될라면

BC카드도 컵라면을 만들었다. 왜 만들었는지 의아한 사람들이 있을 거다. 카드회사가 컵라면 만들어서 뭐 하게, 이런 생각이 들 거다.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옛날에 배우 김정은이 “여러분~부자 되세요”라고 했던 광고가 히트할 땐 BC카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요즘엔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을 테니까. 또 페이북이라는 BC카드 간편결제시스템을 홍보하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컵라면 용기에 광고 배너 같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파불닭볶음면은 파가 들어가 불닭볶음면이다. 파 향이 나긴 하는데 짙게 나지는 않는다. 놀라운 건 파 후레이크의 양이다. 아구찜의 주인공을 아귀라고 생각하지만 양만 보면 콩나물이다. 그거랑 비슷하다. 파 후레이크가 볶음면을 위협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보기에만 많을 뿐 맛이나 향이 그만큼 나지는 않는다.


결론: 그냥 불닭볶음면을 드세요.


GS
공화춘 유산슬라면

“저건 맛이 없을 수가 없겠네”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이 유산슬 라면을 만드는 걸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유산슬이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공화춘에서 출시한 유산슬라면은 출시된 지는 좀 됐다. 4월에 출시됐으니까 벌써 8개월 전이다. 솔직히 먹기 전부터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어떻게 유산슬을 컵라면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지.


실제로 먹어보니 예상대로다. 유산슬의 향과 맛이 나긴 하는데, 식감이 너무 다르다. 유산슬은 육류, 해산물, 채소가 골고루 볶고 녹말을 넣어 졸여 만든 음식이다. 한 입 먹으면 강한 점성 때문에 바디감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음식이다. 하지만 공화춘 유산슬은 한참 부족하다. 유산슬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먹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유산슬 경험자에게는 아쉬운 라면이다.


결론: 유산슬은 가까운 중국집에서 드시길.


삼양식품
크림까르보 불닭볶음면

생각보다 맵지 않다. “이 집, 맛있게 맵네!”라고 말할 정도도 되지 않는다. 약간의 매콤한 향이 느껴지는 정도? 떡볶이 보통 맛이 1단계, 매운맛이 2단계라면 이건 1.3단계 정도 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아쉬운 정도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면 이거 말고 다른 불닭 시리즈를 먹겠지?


크림까르보는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참 좋은 제품이다. 이 제품을 기획한 사람는 박애와 애민정신이 있는 사람일 거다. ‘그게 무슨 불닭시리즈냐’라는 사내 근본주의자의 비판을 감수하고 누구나 매운맛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외쳤을 것이다.


결론: 맵찔이를 위한 까르보 불닭.


며칠 동안 라면을 먹으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괜히 클래식이 클래식이 아니고, 괜히 베스트셀러가 아니다. 새로운 맛은 앞으로도 계속 출시되겠지만, 신라면, 안성탕면, 육개장 같은 오리지널을 넘기란 쉽지 않을 거다. 라면을 먹는 내내 오리지널 라면 맛이 간절했다. 오랜만에 육개장 하나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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