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캠핑에 의외로 필요한 아이템 4종

조회수 2020. 12. 14. 1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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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밖에서 놀고 집에 와서 글 쓰는 객원 필자 조서형이다. 묘하게 설레는 계절, 드디어 겨울이다. 아웃도어 선배들은 말한다. 캠핑의 꽃은 단연 동계라고.

‘동계 캠핑’은 그 단어부터가 웅장하다. 마치 올림픽이라도 앞둔 듯 결연해진다. 동계 캠핑에 필요한 아이템을 검색하면 본격적으로 무시무시하다. 훈련이라는 말이 세트로 붙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로 ‘혹한기’ 침낭, 텐트, 패딩 점퍼, 난로, 화롯대, 매트리스가 줄줄 등장한다. 그리고 그 가격은 겨울 캠핑을 해볼까 한 생각을 팍 꺾고도 남는다.

겨울의 숲은 초췌하다. 나무는 앙상하고 잔디는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이다. 경쾌하게 흐르던 물도 말라붙었거나 얼어붙었다. 둘러보다 시무룩해지려는 무렵이면 칼바람이 코를 탁! 치고 간다. 겨울은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쉽다. 가뜩이나 마뜩잖은 장비로 캠핑을 해야 하는 나에게도 동계 캠핑이 꽃 같을 수 있을까? 그럭저럭 겨울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 의외의 아이템을 소개한다.


헤드라이트

이전 글과의 연관성을 위해 빈티지와 겨울 캠핑 아이템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시작해보겠다. 빈티지 감성의 청록색과 보라색의 조화가 귀여운 헤드라이트다. 첫 아이템으로 헤드라이트를 꼽은 이유는 겨울은 어둠이 긴 계절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중에는 온갖 걸어두고, 세워두고, 기댈 수 있는 온갖 아웃도어용 조명이 나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내 선택은 헤드라이트. 머리에 질끈 다는 것만으로 탐험에 진심인 모험가 기분을 낼 수 있다.

칠흑 같은 어둠과 총총히 박힌 별은 겨울밤과 한 세트 같은 것이다. 겨울밤이라는 단어에 애초에 차갑고 고요한 하늘이 담겨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에 별이 많이 보이는 건 과학적으로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뜨거워진 공기는 위로 향하는데, 겨울엔 이런 상승 기류가 적어서 구름이 덜 생긴다. 맑게 갠 대기는 까만 도화지 역할을 해주고, 그래서 별이 더 많이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헤드라이트는 값이 나갈수록 가볍고, 다양한 밝기 조절이 되고, 배터리가 오래간다. 미국 아웃도어 쇼핑몰 ‘백 컨트리 기어’를 최저가 순으로 둘러보다 직구로 얻은 이 헤드라이트는 저렴한 편이다. 고로 셋 다 해당하지 않는다. 충전식이 아닌 건전지를 넣어야 해서 무게는 좀 나가는 편이고, 밝기 조절은 네 가지로 제공된다. 그러니까 겨울 캠핑에 덜 좋은 조명은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보기에 좋다.


텀블러
By 하이드로 플라스크

겨울 캠핑,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호일에 말아 모닥불에 던져둔 고구마, 밤, 계란 아니면 호호 불어 천천히 마시는 초콜릿, 노릇노릇 구워 먹는 마시멜로? 이런 클래식한 주전부리가 겨울엔 가득하다. 뜨끈한 걸 먹고 마시는 일은 다른 무엇보다도 몸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데워준다. 그 마시는 일에 텀블러가 아주 큰 역할을 한다. 꼭 스탠리나 하이드로 플라스크 같은 아웃도어 텀블러가 아니어도 된다. 선물로 받은 스타벅스 텀블러로도 충분하다.


텀블러에 뜨거운 액체를 담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내용물의 온도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에 떨며 음료를 마셔야 해서 그랬고, 텀블러가 대부분 차가운 온도는 제법 오래 유지하면서도 온기는 몇 시간 안에 잃어버린 탓도 있었다. 또 캠핑에는 백팩에 컵을 달아 달그락대는 게 더 귀여운 게 아닌가?

불 앞에 앉아 뜨거운 커피나 차를 홀짝대는 건 이 계절의 낭만이자 낙이다. 불 밖으로 벗어나면 추워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기도 하다. 불에 가까이 있으면 가진 모든 것이 재를 뒤집어쓰기 마련이다. 텀블러는 마실 물에 재가 날아 앉지 않도록 돕는다. 먹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른다면 재가 안 떠 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나을 테니까. 또한 텀블러가 있으면 원하는 온도의 음료를 마시기 위해 물을 계속 다시 끓이지 않아도 된다.

그런 날엔 캠핑을 안 나가겠지만, 종종 몹시 추운 날씨에는 이렇게 컵에 담아둔 액체가 통째로 얼기도 한다. 커피를 마시다가 등 뒤로 컵을 옮겨 두었는데, 이렇게 얼음으로 변해 있었다. 정말 얼었을까? 신기해서 뒤집어보니 통! 하고 땅으로 떨어져 내려온 이 얼음덩이는 원래 내 커피였다. 핫초코 같은 게 너무 유치하다면, 힙 플라스크류를 챙겨 술을 담아 마셔도 좋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은 색을 잘 뽑는 텀블러 브랜드 ‘하이드로 플라스크(Hydro Flask)의 것이다. 벌집 구조로 뚜껑을 만들어 온도 유출을 효과적으로 막는다고 한다. 다만 내겐 돌려서 여닫는 뚜껑이 불편하다. 두 개의 출구가 같은 방향으로 열리게 되어 있어 마실 때마다 출구가 하나만 열린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몇 번을 뜨거운 물을 뒤집어쓰고 가방에 쏟아진 물을 닦아내야 했지만, 그래도 이 귀여운 색감은 자꾸 손이 간다. 가격은 4만 원 후반.


물티슈
By 힐그라운드

집이 아닌 곳에서 씻는 일은 어렵다. 샤워 시설이나 물 온도가 열악할 수도 있고, 샤워만으로 짐이 급속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소한으로 준비해도 샴푸, 비누, 수건, 속옷을 추가로 챙겨야 한다. 그래서 물티슈로 몸을 닦기를 선택했다. 머리가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리지 않는 이상 물티슈로 해결한다. 특히나 겨울엔 샤워를 고민도 하지 않는다. 추운데 샤워를 하고 와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부터 서늘해진다. 요즘엔 코로나로 샤워장 시설을 닫은 캠핑장도 많다.

그런데도 자려고 누우면 뜨거운 샤워와 깨끗한 잠옷이 그립긴 하다. 두세 겹씩 촘촘히 껴입고 불 앞에서 굽고 끓이고 한 하루가 몸에 덕지덕지 붙은 것 같아 찝찝하다. 그럴 때 물티슈 한 장을 꺼내 얼굴, 손, 몸통, 그리고 발 순으로 닦는다. 구성만 잘하면 한 장으로 그럭저럭 몸을 닦고 잘 수 있다.

다만 일반 물티슈는 몸에 물기가 남는다. 축축한 기분도 별로지만 마르는 동안이 춥다. 작년에 아웃도어 티슈를 알게 되었는데, 애초에 몸을 닦는 용도로 나와 뽀송뽀송하다. 등산한 다음 끈적임과 땀 냄새를 닦아내기 위해 데오도란트 및 쿨링 효과를 담았다고 한다. 서핑 후 바닷물 짠 기와 선크림 잔여물을 닦기 위해 다공성 파우더와 에센셜 오일을 포함했다고 하니 뒤집어쓴 재도 어느 정도 닦아주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 개씩 따로 들고 다니려고 낱개 포장 제품을 샀다. 10개가 한 박스며 가격은 7천 원. 열 장이 한 팩에 들어 뽑아 쓰는 제품은 2천 원으로 훨씬 저렴하다.


캐시미어 담요
By OU

풉, 아웃도어에 캐시미어라니. 서민 체험하러 온 공주 같지 않을까? 선물 받았을 땐 사실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지금껏 내가 써본 캐시미어라곤 엄마가 입던 니트나 목도리 정도였고, 그 역시 보풀이 생기거나 오염될까 자주 걸치지도 못했으니까.

오유의 캐시미어 담요는 집에서도 좋지만, 밖에서 써주면 더 기쁘겠다고 말한다. 가로 130, 세로 180cm로 싱글 침대보다 조금 큰 사이즈라 담요보다는 이불에 가깝다. 무릎 담요로 쓰려면 한두 번 접어 쓰는 게 좋다. 워낙 얇고 솜털처럼 가벼워 추위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가만히 덮고 있으면 천천히 온기가 올라온다. 담요를 덮고 그 위에 침낭을 덮으면 살에 닿는 촉감이 아주 호화롭고 행복하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칙칙하고 무거운 침낭에 짓눌리듯 잠에 들었는데, 그 기억들과는 영원히 안녕이다. 여름엔 아예 침낭 없이 오유 담요만 덮어도 좋겠다.

오유의 대표는 세계여행 중 담요 한 장이 만들어내는 휴식의 분위기를 경험하고 순우리말 ‘요’를 딴 브랜드를 시작했다고 한다. 오유의 모든 제품은 염색 공정을 최소화한 솜털로 만들어져 가격이나 환경적 측면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테두리와 태그 색이 카키, 옐로우, 아이보리로 세 가지며, 가격은 27만 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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