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이하도 가능한 보드게임 "추천 4"

조회수 2020. 10. 12. 12: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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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평소 취미는 독서와 음악감상이지만 두세 달에 한 번씩 보드게임 모임에 나가 7~8시간을 불태우며 살아있음을 느끼는 객원필자 기명균이다.


작년 봄, 이전 회사 동료들과 처음 <시타델>을 한 후로 나는, 아니 우리는 모두 승부의 맛에 중독되어버렸다. 여름엔 아예 ‘보드데이’라는 이름으로 숙소를 잡고 1박2일 동안 술 한 모금 안 마시고 보드게임만 하다 체크아웃한 적도 있다. 그 치열했던 ‘보드데이’의 승자 자격으로 이 글을 쓴다.

1.정치 편
<레지스탕스 아발론>
“거짓말을 잘하고, 잘 잡아내야 하는 게임”

<레지스탕스 아발론>(이하 아발론)의 한줄 요약은 ‘정치’에 대한 정의로 대신한다.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 땡! 교과서에 나오는 그런 정의 말고.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나는 선, 너는 악’이라 주장하며 싸우는 게임? 딩동댕!


선과 악, 두 진영으로 나뉜 참가자들은 매 라운드 출정을 떠난다. 출정 인원 수는 정해져 있고,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는 누가 출정할지 정한다. 출정을 떠난 사람은 ‘성공’과 ‘실패’ 중 하나를 낼 수 있고, 누가 뭘 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실패’가 하나라도 있으면 출정은 실패. 세 번 출정에 성공하면 선의 승리, 세 번 실패하면 악의 승리다. 그래서 본인이 만약 ‘선’이라면, 자신이 출정 멤버를 선택할 차례에 ‘선’인 사람을 잘 골라 출정 인원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게 전부라면 마피아게임과 다를 게 없으니, 각자 캐릭터를 부여받는다. 멀린과 퍼시벌은 ‘선’이고, 모르가나와 암살자는 ‘악’이다. ‘멀린’은 게임 시작 때부터 악의 정체를 안다. 그럼 다 폭로하면 되지 않냐고? 그럴 수 없다. ‘멀린’ 또한 본인의 정체를 숨겨야 한다. 선이 세 번 출정에 성공하더라도, ‘암살자’가 ‘멀린’이 누구인지 맞히면 악의 승리로 끝나기 때문이다. 감투 하나 썼다고 나댔다간 오히려 패배의 원흉이 된다. ‘퍼시벌’은 게임 시작 때 ‘멀린’과 ‘모르가나’에 대한 힌트를 얻지만, 누가 멀린이고 누가 모르가나인지는 모른다. 멀린인 줄 알고 무한신뢰를 보냈다가는 모르가나에게 뒤통수 맞기 딱 좋다.


<아발론>이 정치와 딱 하나 다른 점은 참가자들이 정해진 룰을 잘 지킨다는 것이다. 게임 중에 아무리 서로를 의심하고 뒤통수를 치더라도 게임이 끝난 후엔 진실이 밝혀지고, 진 쪽은 패배를 인정한다. 게임에도 룰이 있다. 지금 우리 정치에 룰이 있나? 진실이란 것이 있나?


👫 5 – 10인

⏰ 30분


2.사회 편
<시타델>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게임”

교과서로 배운 정치는 현실과 많이 달랐지만, 사회 교과서 맨 앞장에 적혀 있던 이 말은 반박하기 어렵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들 지 잘난 맛에 사는 개인처럼 보여도 결국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거룩한 가르침은, <시타델>에도 적용된다. 다들 머릿속으로는 저마다의 계획을 세워도 결국은 난무하는 권모술수 속에서 좌절하게 되니까.


<시타델>은 하나의 작은 사회다. 암살자, 도둑, 마술사, 왕, 주교, 상인, 건축가, 장군 등 다양한 인간들이 이 사회를 구성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플레이어는 각자 8개의 캐릭터 카드 중 하나를 고르고, 캐릭터의 능력을 활용해 돈을 모으고 건물을 짓는다. 캐릭터는 턴마다 다시 뽑을 수 있다. 돈이 필요할 땐 ‘상인’ 카드를, 건물을 지어야 할 땐 ‘건축가’를 뽑는 것이 정석이지만 ‘암살자’에 의해 죽거나, ‘도둑’에게 지갑을 털릴 수 있기 때문에 너무 뻔한 선택은 화를 부른다. 누군가 가장 먼저 일곱 번째 건물을 지으면 그 턴에 게임이 끝난다. 건물들의 점수를 더해 최종 점수가 높은 사람이 우승.


우승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캐릭터의 특징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다. 손에 쥔 건물카드를 남과 맞바꿀 수 있는 마술사, 돈을 내고 남의 건물 하나를 파괴할 수 있는 장군 등 이 게임에는 변수가 많다.


개인적으로 <시타델>을 하면서 새삼 나의 기질을 체감하게 되었다. ‘왕’은 다음 턴에 캐릭터 선택 우선권을 갖는다. 막강한 능력인 만큼 ‘암살자’와 ‘도둑’의 집중 견제 대상이다. 반면 ‘주교’는 ‘장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 외에 별다른 능력이 없다. 그래서 다들 잘 선택하지 않고, 견제도 덜 받는다. 중요한 순간마다 ‘왕’ 대신 ‘주교’를 선택하는 나를 보며, 가끔 왕이 되어 주도권을 가지면 오히려 더 헤매는 나를 보며, 야망 없고 우유부단한 인간이 살아남는 법에 대해 고민했다.


👫 2~10인

⏰ 20~60분

3.경제 편
<모던아트>
“경쟁심보다는 경제 감각이 중요한 게임”

아직도 예금, 적금, 안 쓰고 쟁여두기로 돈을 모으는 나 같은 사람도 한 번 해볼까 싶을 만큼, 이제는 투자가 현대인의 필수 교양처럼 느껴진다. 투자 및 경제원리의 이해를 넘어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있다. 미술품 경매게임 <모던 아트>다(아래 룰은 5인 기준이다).


준비된 미술 작품은 총 70점으로 5명의 작가가 그린 것이다. 참가자들은 각각 미술 작품 카드 8점과 10만 달러를 지급받는다. 본인 차례가 되면 작품 하나를 캔버스에 올려놓고 경매를 시작한다. 작품 카드에는 4가지 경매 방식 중 하나가 적혀 있다.


1)자유 경매는 자유롭게 숫자를 불러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이 구매한다. 2)순차 경매는 앉은 순서대로 한 번씩만 가격을 제시하여 가장 높은 금액을 부른 사람이 구매한다. 3)고정가 경매는 경매인이 특정 금액을 제시하고, 앉은 순서대로 ‘pass’와 ‘ok’ 중 하나를 선택해 먼저 ‘ok’한 사람이 구매한다. 모두가 ‘pass’를 하면 경매인이 돈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한다. 4)비밀 경매는 각자 희망하는 가격만큼 돈을 손에 움켜쥐고, 동시에 주먹을 펴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람이 구매한다. 


이런 식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이 5개째 팔리면 그 순간 1라운드가 끝나고, 작가별로 작품의 가격이 매겨진다. 가장 많은 작품, 즉 5개를 판 작가의 작품은 3만 달러(A등급), 그다음으로 많이 판 작가의 작품은 2만 달러(B등급), 그다음은 1만 달러(C등급). 반면 C등급 안에 들지 못한 작가의 작품은 종잇조각에 불과하다. 구매자들은 이 가격대로 작품을 되팔아 돈을 번다. 게임은 총 3라운드로 진행되는데, 1라운드 때 책정된 단가가 누적되어 2~3라운드 가격까지 결정한다. 만약 고흐가 1라운드 때 A등급, 2라운드 때 C등급을 받았다면 2라운드 때 구매한 고흐의 작품은 4만 달러(3만+1만)에 되팔 수 있다.


이 게임에서 배운 투자 원칙은 두 가지다. 첫째,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라. 경매에서 우선권을 갖는다고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오기가 생겨 비싼 값을 불렀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 둘째, 기회가 왔을 땐 망설이지 말아라. 종잣돈 10만 달러를 불리려면, 경매에서 우선권을 잡고 작품을 사야 한다.


👫 3~5인

⏰ 45분


4.커뮤니케이션 편
딕싯
“공감능력이 필요한 게임”

앞서 소개한 게임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트릭’이 곧 무기다. 내 마음을 들키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속이면 게임의 승률은 자연히 높아진다. 거짓말 못해서 다 티나는 사람들이 보드게임판의 최약체가 되는 이유다. 그런데 <딕싯>의 무기는 ‘공감’이다. 그림과 단어를 조합해 내 의도를 잘 전달하고, 반대로 상대방의 의도를 잘 캐치하는 사람이 유리하다. (아래 룰은 5인 기준이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여섯 장씩 받는다(카드는 계속 충원된다). 플레이어 A는 본인 차례에 카드 1장을 보이지 않게 내면서 특정 단어를 말한다. 그럼 다른 참가자들도 본인이 가진 카드 중 그 단어와 관련이 있는 카드 1장을 보이지 않게 낸다. 누가 뭘 냈는지 알 수 없도록 5장의 카드를 섞은 다음, 그림이 보이도록 뒤집는다. A를 제외한 참가자들은 5장의 카드 중 A가 뭘 냈는지 동시에 가리킨다.


본인 차례가 아닌 플레이어 B 입장에서 점수를 얻는 방법은 세 가지다. 1)A가 뭘 냈는지 맞혔을 때. 2)C, D, E 중 내가 낸 카드를 가리켰을 때. 3)A가 낸 카드를 모두 맞혔거나, 모두 틀렸을 때. 본인 차례인 플레이어 A 입장에서 점수를 얻는 방법은 딱 하나다. 누구는 맞히고 누구는 틀렸을 때. 즉, 모두 맞히거나, 모두 틀리지만 않으면 된다. 따라서 본인 차례에는 너무 쉽게 그림과 연결지을 수 있는 직접적인 단어를 말해서도 안 되고, 도저히 그림과 연결할 수 없는 생뚱맞은 단어를 말해서도 안 된다. 이 밸런스가 중요하다.


이 게임을 하면서 신선한 광경을 봤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다른 게임들에서 날아다니던 사람이, 유독 이 게임을 할 때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아발론>을 하며 그에게 몇 번 호되게 당했던 나는 고소하면서도, 이거야말로 보드게임의 재미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약점이 하나씩은 있고, 보드게임을 여러 개 하다 보면 몰랐던 내 강점이 발현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 3~6인

⏰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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