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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 9,000원짜리 유튜버 필수품?

조회수 2020. 9. 4. 11: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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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DJI의 신형 스마트폰 짐벌인 오즈모 모바일의 신제품이 출시됐다. 오즈모 모바일4가 아니라 OM4라는 MZ 세대스러운 짧은 이름으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제품 설계도 완전히 바뀌었다. 스마트폰과 본체를 자석으로 탈부착하는 방식이라고. 아이디어가 훌륭한 제품이라고 칭찬하긴 했지만, 특별히 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딱히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에 구입한 오즈모 모바일1과 오즈모 모바일2도 먼지 뽀얗게 쌓인 채 백수생활 중이니까. 하지만 한편으론 신제품이 몹시 궁금하더라. 결국 유튜브 각이나 잡아보자는 생각으로 쿠팡에 들어가 주문해 버렸다(유튜브 4년 차가 되니 모든 것을 유튜브 각으로 판단한다). 로켓배송. 피슝. DJI 공홈보다 빠르다. 택배 박스를 받아들면서 생각했다. “영상 찍고 당근 마켓에 팔아버려야징~”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무래도 DJI OM4를 되팔 것 같지 않다. 그렇다고 무지하게 자주 쓸 것 같지도 않지만, 이렇게 떠나보내기엔 너무 마음에 드는 제품이었던 것이다. 어떤 영상을 찍을 수 있는지는 아래에 유튜브 리뷰로 준비해두었다. 이 글에서는 짤막하게 다들 OM4를 사기 전에 궁금해하는 부분을 다뤄보려고 한다.


자석 탈부착이 떨어지면 어쩌죠?

본래 스마트폰 짐벌의 가장 번거로운 부분이 바로 탈부착이었다. 스마트폰 사이즈에 맞게 나사를 풀고, 조이고, 수평을 맞추고. 촬영하다 전화라도 오면 다시 풀고 꺼내고… 이 과정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는 OM4의 구성품에 ‘마그네틱 스마트폰 클램프’와 ‘마그네틱 링 홀더’가 추가되었다. 클램프는 폰 크기에 맞게 벌려서 고정하는 형태고, 링 홀더는 스마트폰 아이링처럼 본체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형태다. 둘 중 하나를 스마트폰에 장착하면 자력을 이용해서 OM4 본체에 쉽게 장착할 수 있다. 당연히 떼어내는 것도 쉽다. 약간 힘을 줘서 손으로 당기면 쉽게 떨어진다. 전화가 오면 잠깐 떼어내서 통화하고 다시 ‘톡’하고 붙여서 쓰면 그만이다. 이것만으로도 오즈모 모바일을 쓰던 기존의 경험이 완전히 달라졌다.

자력은 아주 센 편이다. 흰 점으로 방향이 표시되어 있는데, 방향에 맞게 갖다 대면 근처만 가도 철썩 붙는다. 붙이는 과정이 너무 쉽다 보니 쓰다가 자석이 맥 없이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랬다간 스마트폰 화면이 박살이 나고 말 테니까. 다행스럽게도 그런 염려는 접어둬도 되겠다. 사실 자석 탈부착 방식을 쓰면서 이 정도 테스트도 안 했다면 DJI에 문제가 있는 거다. 그거야 말로 코미디다. 충분한 테스트를 거쳤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거치한 상태에서 칵테일 셰이커처럼 흔들어 보거나, 사무실 옥상을 왕복으로 서너 번 전력 질주해 봐도 꿈쩍없었다.

참고로 ‘마그네틱 스마트폰 클램프’와 ‘마그네틱 링 홀더’ 두 가지 액세서리 모두 스마트폰에 부착한 상태로는 무선 충전이 불가하다. 평소에 무선 충전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붙여서 쓰는 마그네틱 링 홀더는 패스하자.


옛날 오즈모보다 좋나요?

좋다. 모터 성능이 좋아졌고, 더 무거운 스마트폰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이건 짐벌로서의 성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사실 모바일 짐벌이라는 게 크기나 가격만큼 ‘약식’인 제품이다. 흔들림을 상당 부분 줄여줘서 매끄러운 영상을 만들어줄 수 있지만 그게 절대적인 건 아니다. 움직임이 격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떨림이 들어간다. OM4는 여태까지 써봤던 오즈모 모바일 시리즈 중에 흔들림을 보정하는 능력이 가장 탁월했다. 사실 미친 듯이 달리면서 찍은 영상은 스마트폰 짐벌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려고 촬영한 거였는데, 생각 보다 흔들림을 잘 잡아줘서 깜짝 놀랐을 정도다.


초보도 쓰기 쉬운가요?

기능이 많아졌지만, 인터페이스는 더욱 직관적으로 개선됐다. 모바일 짐벌을 처음 써보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가로 영상뿐만 아니라 세로 영상도 많이 찍는 만큼, 방향 전환도 용이해졌다. 전원 버튼이기도 한 M버튼을 빠르게 두 번 누르면 가로 모드에서 세로 모드 사이를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또 M버튼을 세 번 누르는 동작이나, 스마트폰을 분리하는 동작 만으로 대기 모드 전환이 가능하다.

또, 본체 뒷부분 검지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위치한 트리거 버튼도 아주 유용하다. 두 번 누르는 동작으로 어느 때나 짐벌의 수평을 맞출 수 있다. 세 번 누르면 전면 카메라와 후면 카메라가 전환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조작이 한 손안에서 해결되도록 만든 것.


신기한 기능이 많던데 정말 쓸만 한가요?

이번에 DJI는 자석 탈부착 설계와 함께 DJI Mimo 앱의 다양한 기능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드웨어만으로는 사용자를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보통 스마트폰 짐벌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냥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는 평범하고 밋밋한 영상보다는 더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하는 니즈를 품고 있다. 그래서 흔히 ‘돌리줌’이라고 부르는 히치콕 효과를 ‘다이내믹 줌’ 이라는 이름으로 구현했다. OM4를 들고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피사체를 중심으로 점점 뒤로 멀어지면서 촬영하라는 가이드가 뜬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로 계속 줌인 효과를 넣어서 점점 배경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 독특한 영상을 만들어 주는 원리다. 꽤 재밌다. 하지만 디지털 줌을 사용하다 보니 화질 저하가 눈에 띄고 조금만 흔들림이 들어가도 배경이 덜덜 떨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재미 삼아 몇 번 쓸만한 마케팅용 기능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쓰다 보니 구미가 당겼던 건 ‘스핀샷’ 모드다. 정말 쿨한 기능이다. OM4에 있는 조이스틱을 사용해서 스마트폰을 회전시키면서 촬영할 수 있는 모드인데, 듣기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막상 사람 손으로 이렇게 스핀을 넣으며 촬영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점점 다가가거나 멀어지면서 스핀 효과를 적용하면 마치 뮤직비디오 같은 효과를 연출할 수 있다. 궁금하다면 사무실 옥상에서 촬영한 ‘대표님 갱스터샷’을 유튜브 영상에서 보고 오시길. 기사 제일 아래에 첨부했다. 상상력을 발휘하면 틱톡처럼 재미있는 세로 영상에도 응용할 수 있겠다. 여행 영상에서도 스핀샷 모드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멋진 결과물을 편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디도 떠나기 쉽지 않은 지금 시국이 아쉽다.

[유니피디가 열연한 클론미 파노라마]

파노라마샷도 재미있다. 3X3 파노라마를 선택하면 OM4가 헤드를 움직이며 9개의 화각으로 촬영해서 합성해 주는 기능이다. 같은 원리로 시간차 촬영을 이용해 같은 피사체가 여럿으로 복제된 것 같은 클론미 파노라마 기능도 생겼다. 이걸로 정말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달까.

DJI Mimo 앱의 다양한 기능을 언급하는 김에 아쉬운 점도 말하자면, 앱을 종료하고 다시 켤 때마다 촬영 설정이 초기화된다. 스핀샷과 다이나믹 줌으로 근사한 영상을 찍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부 720p로 찍혀서 영상에 하나도 쓰지 못했다. 제발 개선해주었으면.


그럼 살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OM4의 완성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특히 17만 9,000원의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사용 방식도 간편해졌고, 모터 성능도 좋아졌으며, 촬영 기능도 다양해졌다. 하지만 당신에게 진짜 모바일 짐벌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 오즈모 모바일이 처음 출시되던 그때와는 달리,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훨씬 좋아졌으니까. 특히 작년부터는 각 제조사마다 스테디 캠 성능 개선에 열을 올리며, 마치 짐벌로 찍은 것 같은 흔들림 보정이 가능해졌다. 간단한 브이로그만을 생각한다면 굳이 짐벌을 결합해서 찍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좀 더 특별하고 퀄리티 있는 영상을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그때는 OM4를 진심으로 추천한다. 고작 400g 남짓한 짐벌 하나로 영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놀라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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