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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가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을까?

2,01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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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0년째 늘 아이패드를 끼고 잠자리에 드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저는 아이패드로 일을 합니다. 특히 인터뷰나 간담회 자리에서는 아이패드 프로를 꺼내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 이야기도 아이패드로 쓰고 있고요. 생각해보면 글쓰기 도구로 아이패드를 써 왔던 게 ‘아이패드 2’부터였습니다.


지금은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이게 풀네임입니다)’를 쓰고 있습니다. 최신 제품들 이야기가 아니어서 실망이라고요? 아, 기기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패드라는 카테고리의 의미를 읽어보려고 하니 미리 서운함에 이야기를 닫지는 말아주세요. 🙂

지금 쓰는 기기 중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큰 고민 없이 ‘아이패드’라고 말할 겁니다. 아이패드는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제는 ‘태블릿’ 따위의 분류가 아니라 그냥 아이패드 그 자체로 만족하고 쓰고 있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조금은 묘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바로 아이패드로 일하는 모습인가 봅니다. 차라리 “그걸로 일이 돼?”라는 질문을 해주는 게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아이패드로 일을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생각을 담아내기가 좋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면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는 제품이랄까요. 아주 단순하게 일을 할 수 있지만 그 기능과 결과물은 점점 더 맥이나 PC와 다르지 않습니다.


성능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요? 아, 벤치마크 테스트 점수가 어떻고, 뭘 몇 초 만에 처리하고 그런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아이패드에 기대하는, 그리고 만족하는 성능의 지표는 ‘빠르다’가 아니라 ‘느리지 않다’에 가깝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좀 어려운데, 느리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아슬아슬한 성능이 아니라 빠르고 느림을 생각할 이유가 없을 만큼 즉각적이라는 이야기가 더 가까울 듯합니다. 기다리는 일이 없는 거죠.

제가 빠른 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답답함 같은 부분보다 기다림 때문에 생각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아이디어나 생각은 정말 의외의 곳에서 터져 나오거든요. 자다가 문득 오랫동안 고민하던 글의 실마리가 잡히기도 하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그럴싸한 문장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의 느낌을 메모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잠깐 사이에 떠오른 이미지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미묘하게 다른 느낌으로 기록되기도 합니다. 머릿속에 떠오른 무엇인가를 조심스럽고 빠르게 잡아서 담아내는 과정의 반복이 결국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일의 흐름 같기도 합니다.

아이패드처럼 즉각적으로 움직여주는 기기가 좋습니다. 지금이야 PC도 SSD를 달아서 빨라지기도 했고, 노트북을 덮었다가 펼치면 바로 작동하지만 아이패드가 처음 나올 때만 해도 지금 같은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PC는 부팅을 해야 했고, 워드 프로세서를 띄우는 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죠. 그리고 PC를 켜는 순간 많은 유혹이 따릅니다. e메일 알림부터 메신저, 이전에 띄워놓았던 앱들의 창까지… 이 험난한 길을 넘어야 했죠.


아이패드는 열고 메모나 문서 작성기 앱을 띄워서 바로 써 내려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들은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에 저장됩니다. 너무 좋은 세상이 됐죠. 가방을 떨어뜨려서 노트북 하드디스크가 박살 난 경험도 있고, 글을 쓰던 프로그램이 갑자기 먹통이 되면서 저장하지 않은 글이 날아간 적도 있죠. 클라우드에 모든 문서를 보관하게 되면서 심지어 기기를 잃어버려도 그 안의 작업하던 글들은 모두 되살릴 수 있기 때문에 큰 걱정거리를 덜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주변에 아이패드를 구입할 때 꼭 LTE가 되는 셀룰러 모델을 사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외부에서 웹페이지를 열어보고, 소셜미디어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하죠. 아이패드는 생산성을 갖춘 기기이고, 이걸로 뭔가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동기화가 중요합니다.

애플 기기의 가장 만족스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연결성인데, 일단 모든 문서는 클라우드로 모든 기기에 동시에 동기화됩니다. 그러니까 지하철에서 아이폰으로 메모장에 글 내용을 스케치하다가 역에 내려 어딘가 커피숍에 앉은 뒤 아이패드를 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내용을 그대로 이어받아 작업할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든 제가 남긴 기록은 모든 기기에 실시간으로 동기화되기 때문에 저장, 보관 등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거든요.

이게 일의 집중도에 끼치는 영향이 꽤 큽니다. 그리고 동기화가 어디에서나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결국 인터넷, 즉 LTE에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패드는 똑같이 생겼어도 LTE가 되는 모델과 안 되는 모델을 쓰는 경험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건 참 써봐야 아는데 말로 담을 수가 없어서 참 답답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테더링 등으로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다릅니다.

같은 값이라면 저장 용량을 한 단계 낮추고 LTE를 쓰는 편이 낫긴 하지만 요즘은 또 큰 저장 공간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아이패드 프로에 1TB 제품이 나왔을 때 도대체 아이패드에 왜 1TB가 필요한가 했는데 정말 이걸로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합니다. 하는 시늉이 아니라 실제로 할 수 있습니다. 아이무비도 꽤 훌륭한 편집 도구이고, 루마퓨전같은 경우에는 색보정까지 할 수 있을 만큼 전문적인 편집기입니다.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앱들도 잘 됩니다. 포토샵과 라이트룸은 PC 버전 못지않습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어도비 클라우드에 올려두고 잠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라이트룸으로 사진을 이렇게 저렇게 만져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영상이든 사진이든 도구는 이미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섰습니다. 제 편집 실력이 따르지 못할 뿐입니다.

음악을 듣고 영상을 보고, 글 쓰고 사진을 편집하는 것처럼 기존의 컴퓨터로 하던 일의 상당 부분이 점점 아이패드로 손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아이패드를 잘 써야지’라고 마음 먹은 것도 아니고 뭔가 있어 보이려는 것도 아닙니다.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PC를 대신할 수 있다는 말도 조금 이상합니다 그냥 아이패드도 하나의 컴퓨터고, 원하는 결과물을 똑같은 수준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썩 만족스럽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값의 노트북을 사는 게 낫다고 느낄 분들도 있고요. 중요한 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과정, 즉 경험에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이패드는 좋은 도구입니다. 아이패드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PC와 다른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는 제 머릿속에 꼬여 있는 복잡한 생각들을 잘 담아낼 수 있는 ‘컴퓨터’가 바로 아이패드입니다.


(편집자주: 최호섭 칼럼니스트의 이야기를 좀 더 느긋하게 들어볼 준비가 되었다면 ‘여기’로 가서 유튜브 영상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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