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조회수 2020. 8. 21. 14: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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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B야. 어떤 음식은 먹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돼. 그런 음식을 소울푸드라고 하지. 근데 위로를 해주는 것이 어디 음식뿐이겠어? 그 장소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 있어. 내겐 교보문고가 그런 곳이야. 그곳의 백색소음이며 책 냄새며…하아, 생각만 해도 마음이 뽀송뽀송해져. 나한테는 교보문고가 거의 실리카겔이지.

장마가 끝나고 오랜만에 해를 본 날 교보문고에 갔어. 이 서점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알 거야. 교보문고의 시작은 광화문 글판에서 시작한다는 걸. 일 년에 네 번씩 바뀌는 문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그날도 유심히 봤어.

“다시 RUN RUN RUN

넘어져도 괜찮아

또 RUN RUN RUN

좀 다쳐도 괜찮아”

저건 뭐지? 영어에 화려한 색감? 내가 알던 광화문 글판이 아니야. 물론 글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채기 어렵지는 않았어. 바로 옆에 ‘방탄소년단 RUN’이라고 쓰여 있었으니까. 다시 런런런, 나도 모르게 노랫말을 흥얼거리게 되더라고.

지금껏 많은 브랜드가 BTS와 콜라보를 했어. 도자기 잔, 아이스크림, 스마트폰 브랜드 등등. 멤버들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BTS의 상징 컬러인 보라색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 근데 말이야. 생각해보면 BTS는 ‘문학돌’이라 불릴 만큼 근사한 가사로 팬들의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잖아. 그래서 가사를 글판에 활용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더라고. 이게 첫 번째 글판이고 두 번째 글판은 바로 아래에 있어. 바뀐 날 바로 가서 찍었지.

지나가면서 호기심에 찍어보는 분들도 있더라고. 어쩌면 아미일지도 모르지.


글판에 걸린 노래 말고 다른 곡의 가사도 좋아. 2집 <WINGS>에서는 앨범 전체를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을 모티브로 작업했다고 밝혔어. 덕분에 <데미안> 판매량이 갑자기 증가했대.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고전문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새삼 흥미로워.

©BIG HIT ENT.

원래 광화문 글판에는 시구를 걸곤 했어. 김소월, 윤동주, 나태주, 로버트 프로스트 같은 작가들의 아름다운 글귀 말이야.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글판이 있는데, 바로 이거.

뭐 때문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7년 전에 마음이 힘들었을 때 봤어. 2013년 여름에 걸린 글판인데 파블루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야. 사회생활에 지친 어른들의 마음을 툭 건드리는 문장이야. 그런데 이번에 BTS 글판을 보니 주인공이 꼭 시가 될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고. 생각해보면 시에 음을 넣어서 부르는 게 음악이 되었으니 대중가요의 가사도 못 쓸 이유는 없지. 밥 딜런도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문학과 가요는 가까우니까. 가요계에 가사 잘 쓰기로 유명한 가수들이 몇 명 있잖아. 아이유나 악동뮤지션의 가사도 글판에 어울리겠어. 아니면 이효리가 작사한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도 괜찮지 않을까?

광화문글판은 일 년에 네 번, 계절마다 교체되는데 한 번 놓치면 다시 만나기 힘들다는 점에서 리미티드 에디션 같다는 생각도 들어. 그 덕분에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힙의 조건을 갖추게 되었어. 대세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힙의 조건이라면 말이야. 뭐든 디지털로 해결하는 시대에 아날로그 글판이라니, 힙하잖아. 이런 걸 91년도부터 해오고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고.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있어. 광화문 글판은 누가 봐도 교보문고의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교보생명이 하는 거야. 그래서 글판이 걸리는 빌딩도 교보생명빌딩이야.

당연히 보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교보생명에 관심을 가져볼 일이 별로 없었으니 생소한 브랜드겠지. 근데 여기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곳이라 몇 개만 말해줘도 아 그게 다 교보생명이 한 거야? 이런 반응을 보일걸.

내가 교보생명의 미담을 꽤 많이 아는데, 줄줄이 계속 설명하면 재미없잖아. 그래서 내 기준에 가장 대단한 미담 하나를 설명하자면, 고 신용호 창업주가 독립운동을 후원했다는 거야. 사실 창업주의 아버지 때부터 독립운동 집안이었어. 형도 마찬가지였고. <암살> 같은 영화 보면 잘 나오지만, 친일파는 호의호식하면서 배부르게 살았고 독립운동하면 가난할 수밖에 없잖아. 처음엔 신용호 창업주 집안도 가난했는데 중국에서 곡물 유통업을 성공시키면서 큰돈을 벌었대. 근데 대부분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썼고. 그때 이육사 같은 시인을 만나면서 교류도 했는데 그게 나중에 교보생명을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된 셈이지.

창업주의 정신을 계승해서 그런지 광화문 한복판에서 대형 태극기 현수막에 유관순 독립운동가 대형 래핑까지 한 적이 있어. 내꺼 광고하기에도 바쁜 세상인데, 좀 이상하면서도 착한 브랜드 같아.


왜 그런 애들 있잖아.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은데 친구들이랑 사이 좋은 그런…유니콘 같은 애들말이야.


문학계 지원사업도 꾸준히 해오고 있어.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 역시 교보생명에서 번역 사업을 지원한 작가 중 한 명이었어. 그리고 1,800억 원이나 되는 상속세도 치트키 안 쓰고 편법 없이 내기도 했어. 상속세 성실 납부로 유명해진 갓뚜기 보다 먼저. 다들 구조조정을 하던 IMF 때는 일부러 신입사원을 600명이나 채용하기도 했고. 브랜드 중에 이 정도로 미담 많은 건 처음 봐. 알게 모르게 좋은 일 많이 하는데…이런 건 소문 많이 퍼뜨려야 된다고 봐.

[나름 입소문을 탔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야. 원문은 아래 링크에 있어.]

돈에 휘둘리지 않고 변함없이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게 감사한 요즘이야. 뭐든 빠르게 변하고 쉽게 사라지니까. 예전에 북콘서트 갔을 때 이런 말을 들었어. 교보문고 매대에 책이 깔린 걸 보고 마침내 작가가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는 말. 그 모든 게 브랜드의 우직함 덕분이라고 생각해. 교보생명이 하는 좋은 일이 여기저기 많이 소문나면 좋겠어.


*이 글은 교보생명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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