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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가성비! 존버는 승리한다 55만원으로 돌아온 아이폰SE

조회수 2020. 4. 16. 16: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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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아이폰SE 언제 나와?”


아아. 타이핑만 하는 데도 음성지원이 될 만큼 귀에 인이 박인 질문이다. 이럴 때만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나의 동생 지인들은 그렇게도 아이폰SE의 출시가 궁금했다고 한다. 사실 댓글창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세월 동안 ‘아이폰SE 존버’를 부르짖는 사람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올림픽도 아닌 주제에 4년을 기다리게 하다니 얼마나 치명적인 전화기인가. 드디어 신제품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여러분의 존버는 성공했으며, 우리는 구원받을 것이다.

[이것이 2020년의 아이폰 라인업 왼쪽부터, iPhon SE, iPhone 11, iPhone 11 Pro Max, iPhone 11 Pro]

애플이 아이폰SE를 공개했다. 지난 2016년에 처음 출시됐던 아이폰SE의 맥을 잇는 2세대 제품이다. 아이폰SE의 첫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이폰6s 시리즈가 출시되고 반년쯤 지난 즈음이었는데, 별안간 아이폰5s처럼 생긴 4인치 아이폰이 등장했으니까. 특히 아이폰6 시리즈부터는 무려 5.5인치의 플러스 모델이 따로 출시되는 등 스마트폰 업계에 대화면 패블릿폰 바람이 불고 있는 시기였다. 그 타이밍에 4인치 스마트폰을 출시한다는 건 3년쯤 뒤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폰SE에 대한 반응은 꽤 좋았다(판매량은 고무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지만). 4인치 스마트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향수를 기가 막히게 자극하면서도 최신형 칩셋을 탑재하고 있었고, 가격까지 착했으니까.

[깜찍하던 4인치 시절의 아이폰SE, ‘로골’이 진리였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아이폰SE도 4인치로 출시되기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더라. 하지만 아이폰SE 2세대는 4.7인치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4년 동안 세상이 너무 변했다. 아무리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로 참아보려고 해도 2020년의 콘텐츠를 품기에 4인치는 너무 작고 한계가 뚜렷하다. 요컨대 4.7인치는 현명한 판단이었다는 거다. 게다가 0.7인치 커졌다고 해서 아이폰SE의 가격이 인상된 것도 아니니 실로 이득이 아닌가. 애플이 4.7인치 아이폰을 5억 대 이상 팔아치웠다는 것도 이번 선택에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대중적인 인기가 이미 검증된 사이즈라는 뜻이다.

[왼쪽이 아이폰SE, 오른쪽이 아이폰8]

아이폰SE의 4.7인치 폼팩터는 2017년에 출시된 아이폰8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아이폰SE 1세대와 비교하는 것보다는 아이폰8과 비교하면서 살피는 게 더 현실적이겠다. 가로, 세로, 두께, 무게까지 골격은 완벽하게 똑같다. 심지어 아이폰8의 케이스를 아이폰SE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148g의 무게는 188g인 아이폰11 Pro와 비교해도 확실히 산뜻하다. 다른 점이라면 아이폰8은 4.7인치 기본형 모델과 함께 5.5인치 플러스 모델도 함께 출시되었는데, 아이폰SE 2세대의 경우는 4.7인치로만 출시된다는 것. 사실 작은 사이즈가 아이폰SE 아이덴티티이기도 하고 저가형일수록 옵션을 단일화하는 것이 단가 절감에 유리하다.

컬러는 달라졌다. 아이폰8은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컬러로 출시되었는데 아이폰SE 세대는 화이트, 블랙, 프로덕트 레드를 택했다. 마감 처리는 똑같지만 컬러 팔레트가 달라졌으니 나란히 두면 다른 느낌이긴 하겠다.

컬러는 달라졌다. 아이폰8은 실버, 스페이스 그레이, 골드 컬러로 출시되었는데 아이폰SE 세대는 화이트, 블랙, 프로덕트 레드를 택했다. 마감 처리는 똑같지만 컬러 팔레트가 달라졌으니 나란히 두면 다른 느낌이긴 하겠다.

디스플레이도 아이폰8과 99%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4.7인치 LCD 화면에 1334×750 해상도를 지원한다. 숫자만 보면 굉장히 뒤떨어져 보이는 해상도지만 픽셀 밀집도는 326ppi로 높은 편. 이미 구형이 되긴 했지만 아이폰8 역시 출시 당시 애플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서 우수한 디스플레이 품질을 보여줬던 제품이다. 지금 사용하기에도 전혀 문제는 없다. 명암비는 1400:1. 주변 조명에 맞게 화이트 밸런스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트루 톤 기능과 P3 와이드 컬러 색 영역을 지원한다. 최대 화면 밝기는 625니트로 지금 봐도 밝다. 디스플레이 스펙에서 아이폰8과의 차이를 찾자면 단 하나다. 3D 터치가 빠지고 햅틱 터치로 대체됐다는 것.

사실 하드웨어적으로 많은 부분이 아이폰8에 머물러있지만, 강력한 ‘까방권’을 주는 포인트가 있다. 바로 A13 바이오닉 칩이 들어갔다는 것. 사실 나도 깜짝 놀랐다. A13 바이오닉은 아이폰11 Pro에 들어간 프로세서다. 이 칩셋이 50만 원대에 출시된 보급형 기기에 들어갔다는 것 자체가 과감한 선택이다. 사실은 A12 정도 들어가도 충분했을 텐데.

덕분에 아이폰SE는 현재 애플이 판매하고 있는 아이폰 중 가장 오래된 폼팩터에 가장 빠른 칩셋을 넣은 아이러니한 제품이 되었다. 사진 작업이나 영상 작업은 물론 고사양 게임, 증강현실 구현에도 전혀 버벅임이 없을 것이다. A13 바이오닉은 초당 5조 회의 연산이 가능하다고 하는 전용 8코어 뉴럴 엔진을 대동해 모든 작업을 능하게 해낸다. 특히 CPU에 적용된 두 개의 머신 러닝 가속계와 새로운 머신 러닝 콘트롤러를 통해 성능과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머신러닝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개발됐다. 이렇게 설명하면 너무 어렵지만, 머신 러닝을 통해 기기 밑단에서 돌아가는 작업이 엄청나게 빠르고 정교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 가능성을 최고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카메라다.

아이폰SE의 후면에는 1,200만 화소 f/1.8의 와이드 카메라가 적용됐다. 사실 스펙만 보면 아이폰XR이나 아이폰11 정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는 아이폰8의 카메라에 기반을 두고 새롭계 설계했다. 그러니까 아이폰8에 들어간 구형 이미지 센서를 활용했지만, 결과적으론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거다. 이것도 A13 바이오닉의 이미지 시그널 프로세서와 뉴럴 엔진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다. 촬영 후의 처리 과정에서 훨씬더 정교한 처리가 이루어져서 피사체의 디테일을 살리고 저조도를 개선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아이폰SE로 촬영한 인물 사진]

아이폰SE의 싱글 카메라로 인물 사진 모드와 조명 효과까지 구현할 수 있는 것 역시 머신 러닝을 활용한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피사체로 ‘인물’이 인식되어야만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동물이나 음식, 사물을 촬영할 땐 심도 효과를 쓸 수 없는 것이 아쉽긴 하다.

[아이폰SE의 HDR 성능을 볼 수 있는 사진]

아이폰11 시리즈부터 적용된 ‘차세대 스마트 HDR’ 역시 지원하기 때문에 사진 결과물이 꽤 기대된다.

[아이폰SE로 촬영한 사진, 부분 부분의 디테일이 잘 살아있다]

시멘틱 렌더링이라고 부르는 이미지 처리 방식도 지원한다. 배경부터 전경까지 사진의 모든 요소를 분리해서 인식하고 얼굴, 머리카락, 피부, 옷자락 같은 모든 디테일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의 요소에 맞는 디테일을 표현하고 재결합해서 하나의 사진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보다 촬영한 후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역시 A13 바이오닉과 3세대 뉴럴 엔진의 힘으로 구현된다. 아이폰SE의 카메라는 스마트폰 사진 촬영 환경에서 후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구형 센서로 깜짝 놀랄 만한 사진을 찍어준다면 그게 진정한 가성비가 아닌가. 다만, 아이폰11 시리즈에 들어간 야간 모드는 사용할 수 없다.


동영상 기능도 훌륭해보인다. 후면 카메라에서는 30프레임 확장된 다이내믹 레인지 동영상 촬영을 지원하고, 아이폰XS 시리즈부터 적용된 스테레오 녹음도 적용됐다. 사진 촬영 중에 바로 동영상 촬영에 접근할 수 있는 퀵테이크 기능도 지원한다.


전면 카메라에서도 인물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이 역시 사람을 인식했을 때만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페이스ID가 빠졌기 때문에 트루뎁스 카메라도 적용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면 우리가 좋아하는 애니모티콘과 미모티콘 기능을 활용할 수 없다는 뜻.

페이스ID가 빠진 게 아주 섭섭할 일은 아니다. 왜냐면 그립고 그리운 홈버튼과 터치ID를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터치ID가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사실 마저 아득할 만큼 페이스ID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올해가 되니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 시대와 마스크의 생활화는 지문인식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낳았다. 내 아이폰은 마스크를 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혼자 징징 울다가 암호를 입력하라고 말했다. 이 상황에 지문인식이라니 얼마나 시기적절한가. 게다가 사람들의 위축된 경제상황과 소비심리를 겨냥한 저가 정책까지. 이 정도 타이밍이면 코로나 에디션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배터리는 애플의 독특한 설명 방식에 따르면 ‘아이폰8과 비슷한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한다. 아이폰8은 ‘아이폰7과 비슷한 배터리 사용 시간’을 제공하고, 아이폰7은 ‘아이폰6s보다 최대 2시간 더 긴 배터리’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아이폰SE는 ‘아이폰6s보다 최대 2시간 더 긴 배터리’를 가진 셈. 성능이 개선되고 카메라 역량이나 네트워크 기술도 모두 업데이트된 상태에서 배터리 시간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효율이 나쁘지는 않다. 다만 아이폰XR 이후 모델 정도의 배터리 시간을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메모리 용량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분이 많더라. 언제나 그렇듯 애플은 공개하지 않았다. 3GB로 추정하는 카더라 통신이 있을 뿐이다. 사실 나는 아이폰을 10년 쯤 쓰고 나니 굳이 RAM 용량에 연연하지 않는다. 애플이 기가막히게 잘 컨트롤 하는 부분이 iOS에서의 멀티태스킹 성능이기도 하니까. 실제 성능이 어떤지를 떠나 애플이 아이폰 메모리에 박하게 구는 것은 사실이다. 타 제조사의 스마트폰과 비교하면 아마 형편없는 숫자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RAM 용량이 아이폰에서의 성능과 경험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말은 전하고 싶다.



무선 충전과 18W 급속 충전도 가능하다. 다만 기본 구성품으로 들어있는 어댑터는 5W라는 걸 항상 가슴에 아로새기자. 아이폰8과 동일하게 IP67 등급의 방수 방진을 지원하며, 와이파이6, 듀얼 SIM을 지원한다.

가격은 공개 전에 추측했던 것보다도 더 접근성이 훌륭하다. 64GB 모델이 55만 원, 128GB 모델 62만 원, 256GB 76만 원. “이상적 그러나 합리적”이라는 애플의 이번 슬로건에 반문을 던질 수가 없을 정도로 좋은 가격이다. 아이폰SE 1세대는 16GB 모델을 399달러에 출시했던 것에 비하면, 아이폰SE 2세대는 64GB 모델을 399달러에 내놨으니 용량 장사에도 상도덕이 생겼고 말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조합해서 이 정도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는 애플밖에 없지 않을까.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데 새로운 아이폰SE에 마음이 간다. 아이폰SE를 오랫동안 갈구해온 사용자에게는 절대 나쁜 선택이 아닐 것이다. 홈버튼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열광하는 마니아층도 있을 거고 말이다. 아이폰6, 7시리즈나 그 이하라면 갈아탈 명분은 충분하다. 지갑이 들썩들썩 거린다면 충분히 이해간다 그 마음.


시절이 각박한 가운데 모처럼 저렴한 아이폰의 등장이 여러분에게 즐거움이었으면. 출시되는 대로 리뷰를 준비해보겠다. 가격 만큼인지 가격 이상인지 너무 너무 궁금하니까. 4년 만에 돌아온 아이폰SE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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