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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에 출시한 가향 탄산수의 정체는?

조회수 2020. 4. 3. 11: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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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탄산러버 에디터B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어른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 “때가 되면 알 거다” “네가 어려서 그렇다” 나이 지긋한 어른이 그런 말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뭘 안다고 그래?’라고 생각했다. 예의 없게도 정말 그랬다.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가끔은 어른들이 경험을 앞세워 하는 말 중에 정답도 꽤 있다는 생각을 한다. 예컨대 ‘나이가 들면 입맛이 달라진다’는 말에는 격하게 공감한다. 가수 윤종신은 이 현상을 두고 ‘혀가 까진다’라고 말했던데 적절한 듯하다. 나는 영원히 청국장을 싫어할 줄 알았고, 콩비지찌개 같은 건 입에도 안 댈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서 못 먹는다.


입맛에 대해 얘기하는 이유는 소소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난 술을 꽤 잘 마시는 애주가였지만, 지금은 흥미가 뚝 떨어졌다. 예전에는 술자리가 주는 분위기, 조금씩 차오르는 취기, 알콜 맛이 모두 좋았다면 이제는 정말 흥겹지 않다. 물론 아주 가끔씩 술 생각이 날 때도 있다. 기분이 정말 좋거나 정말 안 좋을 때. 그럴 땐 그냥 탄산을 마신다. 탄산만으로도 족하다.

탄산에도 종류가 있다. 탄산수와 탄산음료. 대부분의 탄산음료에는 단맛이 들어간다. 설탕을 넣기도 하고 다이어트 콜라에는 스테비아나 아스파탐 같은 걸 넣기도 한다. 단맛이 들어가면 당연히 맛있다. 하지만 쉽게 질리고 무엇보다 칼로리를 높이거나 식욕을 돋운다는 점이 큰 단점이다. 자, 여러분은 지금까지 ‘나와 탄산 그리고 산펠레그리노’의 도입부를 읽은 거다. 이제 본론을 시작한다. 내가 요즘 마시는 산펠레그리노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은 산펠레그리노를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아마 대부분은 유럽 여행을 갔다가 식당에서 처음 보지 않았을까. 그게 아니라면 한국의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 봤을 수도 있겠다.

만약 산펠레그리노가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사람은 시그니처와 같은 초록색 병과 붉은색 별 모양을 보면 ‘아, 저게 그거구나’ 할 것 같다. 이 탄산수를 알게 된 배경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산펠레그리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탄산수 브랜드 중에 하나라고만 기억하자.

이탈리아의 탄산수 브랜드 산펠레그리노의 역사는 1899년부터 시작한다. 처음 병에 담에 탄산수를 판매한 것이 벌써 약 120년이 된 셈이다. 1500년대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산펠레그리노 지역의 생수를 마시고 물 성분을 분석했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진위는 확실하지 않다. 중요한 건 산펠레그리노의 수원지이기도 한 동명의 지역에서 나오는 물이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름값 했다는 거다.

[1908년의 산펠레그리노 공장]

요즘에는 탄산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대중적’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생각해보면 그냥 탄산이 들어간 물일 뿐, 중독될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니니까. 지금은 나도 탄산수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찾아 마실 정도는 아니었다. 강남의 네스카페에서 처음으로 탄산수를 마셨다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데미소다 같은 맛일 줄 알았지 아무 맛도 없을지 몰랐으니까.

그래서 플레인 보다는 향이 가미된 탄산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에 나온 ‘산펠레그리노 에센자’는 가향 탄산수다. 말 그대로 향을 첨가한 탄산수라고 이해하면 된다. 참고로 우리나라 법에서는 탄산수에 식품첨가제가 들어가면 탄산음료라고 불러야 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탄산수는 아니고 탄산음료다.

알고 보니 이번에 선보이는 에센자는 산펠레그리노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가향탄산수라고 한다. 120년 동안 가향탄산수를 출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면서 새 제품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가향탄산수가 가향탄산수지 무슨 차이가 있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탄산수에도 급이 있다. 그 급은 향기와 탄산에 따라 나뉜다.

에센자는 세 종류로 출시되었는데 플레이버가 독특하다. 탠저린&산딸기, 레몬&레몬 제스트, 모렐로 체리&석류. 마트에서 흔히 파는 가향탄산수는 라임 아니면 레몬 향이 대부분인데 산딸기라니? 석류라니? 탠저린이라니! 흥미롭지 아니한가. 쉽게 볼 수 없는 향을 쓴 것도 신기한데, 두 개씩 섞은 게 더 신기하다.

보통 시도하지 않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때가 많은데, 맛을 보니 이번에는 그건 편견이었던 것 같다. 색다르고 맛있다. 오래된 브랜드가 이런 실험적인 맛을 내놓는다는 게 꽤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

다른 탄산수와 비교했을 때 향의 강도가 달랐다. 입을 가까이 대는 순간 향이 코끝을 건드렸다. 한 모금 마셨을 때도 향의 존재감이 컸다. 타 브랜드의 라임이나 레몬 향 탄산수를 마셨을 때는 미미하다고 느꼈는데, 이건 과일 음료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랄까. 은은함 보다는 풍성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다들 알다시피 디에디트는 한 달 동안 지중해 마을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지중해의 특산물하면 역시 과일과 채소가 아닌가. 탄산수에서 나는 강한 과일의 향은 역시 지중해에서 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며 꿀꺽꿀꺽 마셨다. 감미료나 인공향료를 넣지 않고 천연재료로만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강할 수 있나. 아니면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이렇게 강한 걸까.

탄산의 질감도 다르다. 그전에 탄산의 종류에 대해 잠깐 말해야 할 것 같은데 크게 탄산이 함유된 광천수를 쓰는 방법이 있고, 둘째는 광천수에 탄산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정제수에 탄산수를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산펠레그리노는 천연탄산을 광천수에 주입해서 만드는데 아무 탄산이나 쓰지 않는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화산온천수에서 탄산을 추출해 산펠레그리노 광천수에 주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까다로운 과정 덕분일까. 직접 마셔 보면 혀끝으로 느껴지는 탄산의 질감이 다르다.

에센자의 탄산은 오밀조밀한 느낌이다. 입안에 탄산을 머금고 있어도 자극이 되지 않을 만큼 소프트한 질감을 가진 탄산이다. 덕분에 목 넘김도 부드럽다. 식도를 흘러가며 폭죽을 터뜨리는 것 마냥 속이 뻥 뚫리는 탄산감을 기대했다면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양냉면에 중독되면 물냉면이 자극적으로 느껴지듯 에센자의 부드러운 매력에 빠지면 다른 탄산수는 찾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아이템이든 손에 닿는 촉감과 경험이 주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종이의 재질을 살피고, 키보드의 타건감을 따지고 그리고 심지어는 LA갈비를 뜯는 맛까지 신경 쓴다. 산펠레그리노 에센자에서도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캔 표면을 보면 무광으로 되어있는데 마감이 고급스럽다. 덕분에 손으로 쥐었을 때 그립감이 다르다. 기분 좋은 부드러움에 백종원처럼 “이거 재미있네”라고 말하고 싶어지더라.

그리고 캔 입구 부분은 은박지로 덮어놓았다. 이걸 보고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가끔 비싼 제품의 포장을 풀 때 사소한 디테일을 발견할 때가 있다. ‘아니 뭐 이런 걸 다…’하고 웃음이 나오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위생을 생각해도 좋은 것 같다.

아니다 다를까 디자인으로 상을 받았더라. 재료로 사용한 과일의 컬러와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며 미국 음료 전문지 베버리지 다이제스트가 뽑은 ‘2019년 최고의 라벨 디자인’이라는 상. 잘 보니 정말 과일들이 그려져 있고, 색상이 은은한 것이 에센자의 부드러운 탄산과 어울리는 것 같다.

고급스러운 파티는커녕 집 밖으로 나가기도 어려운 요즘, 산펠레그리노를 가득 쟁여두면 좋을 것 같다. 종류도 세 가지라 요리에 따라 맞춰 페어링하기도 좋고 나처럼 술을 즐겨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도 괜찮으니까. 기분이 바닥을 길 때 이런 거라도 마시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에센자를 마실 때 여러 음식과 궁합을 맞춰보면 먹어보면 더 괜찮을 것 같다. 치킨엔 콜라가 정답이라지만 세상엔 치킨 말고 다른 음식도 많으니까. 산펠레그리노가 추천하는 페어링 팁을 공유하자면 레몬&레몬 제스트는 샐러드, 과일같이 가벼운 음식과 잘 어울리고, 탠저린&산딸기는 토마토 파스타나 찐 채소, 흰살생선과 잘 맞다고 한다. 또 모렐로 체리&석류는 육류 요리나 초콜릿, 아이스크림과 같은 디저트랑 어울린다고. 하지만 페어링에는 절대적인 정답이 없으니 입맛에 맞춰 이것저것 먹어보면 좋겠다. 참고로 에센자는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다. 쿠팡, 강남콩, 워터라임에서 현재 판매 중이다.

‘나와 탄산 그리고 산펠레그리노’는 여기까지다. 오늘 들려준 이야기가 어느 정도 공감이 됐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스크롤을 여기까지 내리지 않아서 지금 쓰고 있는 이 문장을 못 봤을 수도 있다. 만약 진작에 뒤로 가기를 누른 사람이 친구라면 이 얘기를 그에게 전해주면 좋겠다.


비싼 것도 많이 사고, 싼 것도 많이 사지만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건 가격과는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미루고 미루던 푹신한 슬리퍼를 사거나, 새빨간 와인잔을 하나 사는 게 기분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주는 것 같다. 내겐 탄산수도 그런 것 같다. 콕 집어 말하자면 산펠레그리노 에센자. 냉장고에 채워두면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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