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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만 원짜리 아이패드 키보드 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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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에디터H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혼돈의 시대입니다. 애플 팬이라면 누구나 “애플이 3월에는 이벤트를 하지 않을까? 3월은 아이패드의 계절 아닌가?”라고 추측할 수 있죠. 그런데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30년 동안 개발자들의 축제로 자리 잡아온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 WWDC도 온라인 행사로 바뀐 마당에 신제품 공개 행사가 오프라인에서 열릴 일이 만무했죠. 그래도 신제품 출시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지난 밤에 2020년의 애플 첫 신제품이 우르르 등장했거든요.

먼저 아이패드 프로입니다. 요점만 훑자면 새로운 A12Z 바이오닉 칩, LiDAR 스캐너, 듀얼 카메라, 스튜디오 품질의 마이크, 새로운 매직 키보드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애플이 새롭게 내건 슬로건이 재밌습니다.

“당신의 다음 컴퓨터는 컴퓨터가 아니다
(Your next computer is not a computer).”

2015년에 처음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선보였을 때가 생각나네요. 이 초대형 아이패드를 공개했을 때 애플은 감히 ‘PC를 대체할 정도의 아이패드’라는 자신감을 보였죠. 이 워딩은 수많은 쟁점을 낳았구요.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 대신 사용해본 저로서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긴 했지만, 운영체제의 한계일 뿐 아이패드 프로가 가진 하드웨어 성능은 실제로 PC 이상일 때가 많았습니다. 어떤 작업들은 컴퓨터 프로그램보다 아이패드 프로의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더 가볍게 이뤄지기도 했구요.


출시 이후로 아이패드는 애플의 지극한 편애를 한 몸에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아이폰으로 돈 벌어서 아이패드 프로 개발에 투자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제가 한 적이 있을 만큼요. 그도 그럴 것이 아이패드 프로는 iOS 기기의 신기술을 처음 테스트해보기 정말 좋은 기기였습니다. 일단 화면이 크니까 할 수 있는 작업의 영역이 넓은 데다가 키보드와 애플펜슬이라는 입력장치가 있었죠. 그리고 출시 초기부터 유지해온 고가 정책과 프로 제품이라는 아이덴티티 덕분에 마음껏 지를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 결과 점점 영역을 넓히면서 나중엔 iPadOS라는 맞춤형 OS까지 갖게 됐죠.

새로 공개된 4세대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편애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프로세서가 A13시리즈가 아니고 A12Z라는 게 조금 의아하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위해 설계된 칩셋인 만큼 충분한 성능을 보여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엔 최초로 8코어 GPU가 적용됐는데요. 아이패드 프로 화면 안에서 이루어지는 그래픽 작업들을 더 수월하게 감당하기 위함이죠. 실제로 아이패드 프로는 고화질 사진 작업이나 3D 모델링, 영상 편집, 일러스트 등의 영역에서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사용하는 기기이기도 하거든요. 얼마 전에도 아이패드 프로를 기가 막히게 활용하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인터뷰를 했는데 기대해 주세요!


애플이 실제 사용한 표현처럼 ‘대부분의 윈도우 노트북 PC보다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위해 열관리 설계도 달라졌는데요. 덕분에 최대 성능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여기에 애플이 설계한 뉴럴 엔진을 통해 머신 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향후 개발될 앱들에 대응할 수 있구요.

이번 아이패드 프로의 향상된 성능은 모두 최적의 증강현실 경험을 위한 밑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아이패드 프로에 최초로 적용된 ‘LiDAR 스캐너’죠. 쉽게 설명하자면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기술이에요. 빛이 물체에 닿았다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계산해서 거리를 파악하는 거죠.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LiDAR 스캐너는 최대 5m 떨어진 물체까지의 거리를 광자 수준에서 나노초 속도로 측정해 줍니다. 빠르단 얘기입니다. 실내에서나 야외에서나 모두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겠죠.


iPadOS의 새로운 깊이 측정 프레임 워크는 이 스캐너로 측정된 거리뿐만 아니라 카메라나 모션 센서의 데이터까지 통합해서 눈앞의 장면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냅니다. 이런 요소들이 면밀하게 합쳐져 새로운 AR 경험을 할 수 있는 거구요. 이전까지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AR 기능을 사용하려면, 주변 풍경을 스캔하거나 카메라를 이리저리 움직여 사물을 인식하게 해야 했잖아요. 근데 LiDAR를 기반으로 하는 ARkit 앱에서는 이제 즉각적인 배치가 가능합니다.


저는 아이폰의 카메라를 이용한 측정 기능을 생각보다 자주 사용하거든요. 이번에 사무실 인테리어를 바꾸면서 가구를 주문할 때마다 우리 벽 넓이에 맞는 물건인지를 계속 측정해야 했거든요. 유용하긴 하지만 1~3cm 정도 오차가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크기를 가늠할 때만 쓰곤 했습니다. 근데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측정 기능이 더 정확해질 뿐만 아니라, 눈금자 보기를 제공해서 더 편리해졌어요.

물론 이런 단순한 일에만 쓰이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개발사들이 쓸 수 있는 스토리가 무궁무진해진 거죠. ARkit의 기능 개선과 LiDAR 스캐너 덕분에 Complete Anatomy 같은 의료 앱에서도 물리 치료사들이 환자 상태가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정량화해서, 신체 가동성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말로 하면 어렵지만 아이패드 화면에서 보면 설명할 것도 없이 쉽죠. 이런 작업들이 너무 쉽게 이뤄지는 게 놀라워요. 예전에 국내 어떤 스타트업이 몸에 센서를 장착하고 간단한 동작을 한 뒤에 전체 몸의 밸런스나 척추 상태 등을 측정해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꽤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들도 아이패드 프로를 접목하면 더 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패드 최초로 듀얼 카메라가 적용됐습니다. 와이드 카메라에 울트라 와이드 카메라가 추가된 거죠. 얼핏 봐선 아이폰11 카메라와 같은 스펙일 것 같지만, 울트라 와이드가 1,000만 화소라 약간 더 떨어지는 수준입니다.

카메라만큼 오디오 성능도 좋아졌습니다. 아이패드로 영상을 찍으며 고품질 오디오도 담을 수 있도록 스튜디오 품질의 마이크를 4개나 장착했어요. 덕분에 아이패드 프로 하나만으로 촬영, 나레이션, 편집까지 해결할 수 있는 전천후 장비가 되어버렸네요. 제가 지금 사용중인 맥북 프로 16인치의 오디오 레코딩과 비슷한 성능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됩니다.


이제 아이패드 프로의 새로운 짝궁, 신형 매직 키보드를 보시죠. 사실 애플 신제품 공개 직후에 슬플 정도로 이 키보드만 주목을 받았는데, 어쩔 수 없어요. 그 만큼 씬스틸러예요. 요약부터 하고 시작할게요. 트랙패드, 백라이트, 가위식 키보드, 플로팅 캔틸레버. 느낌이 오죠?

오랫동안 루머 속에서 유니콘처럼 떠돌던 아이패드 키보드의 트랙패드가 드디어 현실화됐습니다. 원래 터치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사용하던 기기에 새로운 입력장치가 나타났으니 iPadOS 자체적으로 트랙패드를 위한 업데이트가 있어야겠죠.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동그란 것이 커서]

iPadOS 13.4부터는 아이패드에 마우스나 트랙패드가 있는 매직 키보드를 연결하면 ‘커서’가 나타납니다. 일반적인 마우스 커서와는 다르게 반투명한 동그라미 형태의 커서인데요.

[아이콘을 선택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어차피 언제든 화면을 터치할 수 있는 기기인 만큼, 화면상 위치의 맥락을 파악하고 더 빠르거나 세밀한 조작이 가능하도록 돕는 용도인 것 같습니다. 커서가 화면에서 어떤 요소를 선택하고 있는지에 따라 필요한 형태로 변화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버튼인지 텍스트인지, 앱 아이콘인지, 사진이나 영상인지에 따라서도 다르구요. 텍스트에서 원하는 영역만큼 선택하거나 스프레드 시트를 다룰 때도 훨씬 편할 것 같습니다. 그냥 마우스 커서처럼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이패드 화면에서 이루어지던 멀티 터치들이 트랙패드 제스처로 잘 녹아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세 손가락을 트랙패드에 대고 스와이프 업하면 멀티태스킹 화면이 나오구요, 핀치 줌도 가능합니다. 더 자세한 사용환경은 실제로 써 봐야 알겠지만, 두 손가락을 보조 클릭으로 사용하거나 탭하여 클릭하기 등의 설정도 사용 가능하니 생산성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되겠어요.

백라이트는 아름답고 영롱하구요. 나중에 가격을 들으면 이 백라이트를 빼고 가격을 줄이고 싶어지실 테지만, 아름답습니다. 호호. 아이패드 프로용 매직 키보드가 여태까지 눌린 듯 만 듯한 구름 같은 키감을 제공해왔다면, 이번에는 진짜 키보드가 됐습니다. 개별 하드 키캡과 맥북 프로 16과 같은 가위식 메커니즘을 갖췄습니다. 키 트래블이 1mm로 기분 좋은 키감과 함께 조용한 타이핑 경험을 선사하죠. 제가 지금 그걸로 치고 있어서 잘 압니다. 방향키도 바뀌었네요.

[불안해 보이는데 너무 의연한 모습]

거치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플로팅 캔틸레버 디자인이라고 하는 어려운 이름인데, 옆모습을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정말 아이패드가 플로팅 상태예요. 뒷면이 커버에 자석으로 부착된 상태로 공중에 떠있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눈으로 보기엔 상당히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공식 영상을 보면 막 아무데서나 타이핑하고… 잘 쓰고 다니더라구요. 굳이 이런 디자인을 채용한 이유는 아이패드 프로의 거치 각도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요. 본래는 딱 2가지 각도 밖에는 제공하지 않아서 많이 답답했었죠. 새로운 디자인에서는 130° 뒤로 눕힌 각도부터 90°로 세운 각도까지 아주 세밀하게 내가 원하는 상태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자, 아직 키보드 얘기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놀라우시죠? 또 하나 화제가 됐던 부분이 매직 키보드 측면에 USB-C 포트가 있다는 사실이죠. 이 포트를 통해 아이패드 프로를 충전할 수 있는데요. 화제가 된 이유는 일단 얼핏 봤을 때 아이패드와 키보드가 후면 커버의 자석으로만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간에서는 매직 키보드와 아이패드 프로 사이에 무선 충전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죠.

다들 존재가 미미하여 까먹으신 것 같지만, 아이패드 프로와 키보드는 스마트 커넥터라는 단자를 통해 연결됩니다. 이 단자가 맞닿는 것만으로도 아이패드와 키보드 사이에서 전원 공급이 이루어지고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지며, 블루투스 연결 없이도 바로 페어링이 이뤄지죠. 정말 대단한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충전은 이 스마트 커넥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본래 아이패드 프로용 키보드는 이 커넥터를 통해 아이패드에서 전력을 끌어오는데 이제는 역방향으로 키보드로 들어온 전류가 아이패드를 향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의문이 남죠. 아이패드 프로에는 이미 USB-C 포트가 있는데 왜 하나 더 넣어줬을까? 이게 왜 필요한가?


앞서서 아이패드 프로가 PC 급의 성능을 자랑한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수많은 무선 전송 방식을 향유하는 시대지만, 우리는 여전히 외부 액세서리나 기기를 PC와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맥북 프로에 4개나 되는 썬더볼트3 포트가 있는 것도 확장성을 위함이죠. 아이패드 프로는 키보드를 통해 충전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여분의 USB-C 포트를 하나 획득하게 된 겁니다. 이게 핵심이죠. 이제 아이패드 프로를 충전하는 중에도 외부 모니터나 카메라, 저장장치를 연결해서 작업할 수 있습니다. 이거야말로 아이패드 프로의 사용성을 확장할 수 있고, 프로페셔널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또, 2018년형 아이패드 프로까지 호환 가능하다고 하니 카메라 부분에 조금 빈 공간이 남는 것만 참을 수 있다면 기존에 사용하던 아이패드 프로에 신형 매직 키보드만 결합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소식이죠?


나쁜 소식은 가격입니다. 매우 나쁜 소식이죠. 11인치용 매직 키보드가 38만 9,000원. 12.9인치용 매직 키보드는 44만 9,000원. 제가 어지간해선 가격에 놀라는 사람이 아닌데 눈을 의심했습니다. 혁신의 대가는 정말 값비싸네요. 정말 분노가 치미는 가격입니다. 5월 이후에 출시된다고 하니 제가 나오자마자 구입해버리겠습니다.

참고로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의 가격은 나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가격이 오른 것 같지만, 3세대에서는 최저 용량이 64GB였는데 4세대에서는 128GB부터 출시되거든요. 용량은 두 배가 됐는데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아요. 그리고 512GB 모델이나 1TB급의 대용량 모델은 3세대 제품보다 4세대 아이패드 프로가 오히려 더 저렴하게 출시되었습니다.

신형 맥북 에어도 공개되었습니다. 맥북 에어에는 막 신기술이 들어가거나 놀라운 혁신이 적용되진 않았어요. 하지만 맥북 에어가 썩 살 만한 제품이 된 건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 아무리 맥북 ‘에어’라지만 지금 이 시대에 128GB짜리 노트북으로 용량 장사를 하는 애플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2020년형 맥북 에어는 최저 용량이 256GB로 인간적인 궤도에 진입했죠. 용량이 2배가 된 것에 비하면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2018년 말에 맥북 에어가 리프레시되어 출시되던 당시에 128GB 용량 최저 가격이 159만 원이었거든요. 가격 접근성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맥북 프로 16인치에 적용됐던 매직 키보드가 신형 맥북 에어에도 적용됐습니다. 가위식 메커니즘의 키패드로 이 제품 역시 1mm 키 트래블의 정숙하면서도 손맛 좋은 키감을 제공하구요. 트랙패드 사이즈도 20% 커졌습니다. 스피커가 좋아진 것도 특징입니다. 베이스는 2배 더 두터워졌고 출력도 좋아졌다고 합니다.

노트북이니 전반적인 성능 향상이 가장 중요한 변화겠죠. 인텔 10세대 최신 프로세서인 쿼드코어 i7 옵션으로 최대 두 배 더 빨라진 CPU 성능을 제공하며, 그래픽 성능 역시 최대 80%가량 빨라졌습니다. 맥북 에어의 장점인 배터리 시간도 여전하구요. 썬더볼트3 포트가 들어간데다 인텔 아이리스 그래픽을 지원하며 무려 6K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맥북 에어를 추천하는데 망설이게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덧붙이자면 맥 미니도 소소하게 업데이트가 되었어요. 저장 용량이 늘어났습니다.


숨 가쁘게 정리해본 애플의 신제품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흉흉한 시절에도 신제품은 반갑습니다. 기분 전환이 되었네요. 3월은 역시 아이패드의 계절. 국내 출시되면 리뷰로 다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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