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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평론가가 발견한 '띵곡'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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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음악평론가 차우진이야. 요즘 TMI를 구구절절 써대느라 가끔 사람들이, 때론 나조차도,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잊곤 하는데 사실 나는 음악 듣는 게 일인 사람이야. 이렇게 말하면 왠지 음악 들을 시간을 딱 정해두고, 예를 들면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음악을 딱 들어야지, 할 것 같지만 설마. 대충 아무 때나 들어. 그래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지.


솔직히 예전에는 음악을 듣는 게 수월했어. 음원 서비스 몇 개만 체크하면 웬만한 신곡과 흐름은 알 수 있었으니까. 언제 어떤 음원이 나오는지 거의 알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유튜브가 나오면서, 맞아, 이게 다 유튜브 때문인데, 새삼 세상에는 음악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걸 깨닫게 된 거야. 덕분에 체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져서 한동안 패닉에 빠졌다가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두고 있지. 뭐, 어떤 음악은 어쩌다 얻어걸리곤 하지.


그래서 유튜브 계정에 폴더도 하나 만들었어. 제목도 정직하게 ‘얻어걸린 음악’. 오늘은 이 폴더에서 몇 곡을 꺼내 볼 생각이야.

1
Karen Dalton – Something on Your Mind

이 곡은 넷플릭스에서 <아이 엠 낫 오케이>를 보다가 얻어걸렸어. 2화의 딱 중간. 시드니가 스탠리에게 “왜 아직도 나한테 말 걸어?”하자 스탠리가 “이 동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따분해서.”라고 대답하는 바로 그때. 그리고는 둘이 대마초를 피우는데, 이 곡이 흐르거든. 좀 대책 없이 낭만적인, 뭐든 다 좋아질 것 같은, 타로카드 같은 음악이야.


1971년 발표한 카렌 달튼의 [In My Own Time]의 수록곡이야. 이 앨범은 카렌 달튼의 마지막 앨범이기도 한데, 1993년에 그가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인 2006년, 재발매만 전문으로 하는 라이트 인 더 애틱(Light in the Attic) 레이블에서 다시 발표됐어. 제작진은 아마도 이 음반을 들었겠지? 곡 제목을 확인하고 유튜브에 가보니 역시 “<아이 엠 낫 오케이>보고 온 사람?”이란 댓글이 맨 위에 있더군.


2
SEVDALIZA – SHAHMARAN

6분 50초. 이 뮤직비디오는 단편 영화라고 봐도 무방할 거야. 강렬한 이미지, 에스닉하면서도 파워풀한 음색, SF나 판타지 영화처럼 기이한 분위기를 만드는 비주얼 이펙트가 나를 완전히 사로잡았거든.


세브달리자는 이란계 네덜란드인으로 2014년부터 활동 중인 싱어송라이터야. 내가 정기적으로 받아보는 뉴스레터 중에서 얻어걸렸어. 어쩌다보니 뉴스레터 중독이 되어서 10개 정도의 국내외 뉴스레터를 받아보는데, 그 중 젠더 이슈를 다루는 뉴스레터가 있어. 거기 에디터가 강력하게 추천하길래 찾았는데, 꽤 마음에 들어서 요즘 틈날 때마다 틀어놓고 있지.


3
Tuvaband – Trees

이 곡은 한남동에 있는 초능력에서 얻어걸린 음악이야. 오랜만에 만난 후배들과 밥&술을 하는 자리였는데, 이 노래가 나오길래 나도 모르게 밥 먹다 말고 자리에서 슥 일어나 스피커 앞에 서서 사운드하운드를 켰지 뭐야.


투바밴드는 노르웨이의 싱어송라이터 투바 헬럼 마슈하우저의 솔로 프로젝트야. 그리 유명하지 않아서 밴드캠프까지 가서 앨범을 다 들어봤지. 2000년대 초반의 슈게이징 느낌이 물씬 나는 음악이야. 애플 뮤직에 있어. 한동안 열심히, 딱 새벽 1시쯤에 자주 들었던 음악.


4
Memory Tapes – House On Fire (Single 2015)

운전 중이었어. 운전할 때는 유튜브 뮤직보다는 디저나 애플뮤직을 틀어놓는데 이쪽의 플레이리스트가 드라이빙에 좀 더 잘 어울려서 그렇게 하거든. (참고로 내가 구독 중인 음원 서비스는 모두 4개야, 직업적인 이유라기보다는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거지) 경기도 어디쯤의 국도를 시속 70km로 달릴때 얻어걸렸어.


메모리 테잎스는 필라델피아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데이브 호크의 예명이야. ‘메모리 카세트’와 ‘위어드 테잎스’란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하나로 합친 이름이래. 콕토 트윈스와 너무 닮아서 헷갈렸는데, 실제로 굉장히 좋아한다고 해. 조금 우울한 중에 기분이 좋아지는 이상한 음악이야.


5
Night Moves – Carl Sagan

뮤직 비디오를 좋아하는 곡이야. 코엔 형제의 범죄 영화처럼 시작하는 뮤직비디오에는 두 남자가 나와. 아무 말도 없이 차를 몰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사내들. 분위기는 너무 심각해. 그러다 사막 한가운데, 어느 언덕쯤에 멈추어 서는데, 정작 거기엔 아무것도 없지. 심지어 뮤직비디오 주제에 음악도 멈춰. 바람 소리를 따라 카메라도 한 바퀴 돌아. 바로 거기. 응 바로 그 순간. 여러분도 내가 느낀 걸 같이 느꼈으면 좋겠어.


이 노래는 구글 미니한테서 얻어걸린 곡이랄까. “오케이 구글, 괜찮은 음악 좀 틀어봐.”라고 했을 때 이거저거 나오다가 흐른 곡이야. “오케이 구글, 지금 나오는 노래 제목 뭐야?” 그러자 나의 귀엽고 조금 멍청한 인공지능이 말했지. “잘 못 알아들었어요.” 결국 PC를 켜고 유튜브 히스토리를 뒤져서 찾았어.


6
The Lumineers – Sleep On The Floor

더 루미니어스의 뮤직비디오는 짧은 소설 같아. 지나치게 상징적이지도, 너무 구구절절하지도 않아. 게다가 각각의 스토리가 하나의 연결고리로 모두 연결되는 것도 흥미로워. 이 비디오의 다음 편만해도 주인공을 태워준 택시 기사의 얘기니까. 무엇보다 이 뮤직비디오를 보면 당장 차를 몰고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져. 한 편의 로드무비거든.


몇 년 전, 빔프로젝터를 샀을 때 빈 벽에다가 유튜브를 틀어두고 내 할 일을 하곤 했는데, 그때 얻어걸린 곡이야. 낡은 자동차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 커플이 귀엽지만, 사실은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서 기억에 남았어. 응, 어째서인지 이 비디오를 돌려보면서 엉엉 울었어. 지금은 아니야. 대신 아주 멀리, 계획없이, 무작정, 떠났지.


7
Yumi Zouma – In Camera

유미 조우마는 위키피디아에도 정보가 나올 만큼 어느 정도 알려진 밴드지만, 내가 처음 들었을 땐 그야말로 ‘거의’ 아무도 모르던 밴드였어. (에헴) 뉴질랜드에서 결성되었지만 2011년, 진도 4.6 규모의 크라이스트 처치 지진 이후 해외로 이주한 멤버들이 이메일과 유튜브로 작곡을 하며 앨범을 만들었다고 해. 이 캐치한 멜로디가 재난 덕분에 만들어진 거라니. 음반사는 라이브도 보지 않고 계약을 했다지. 딱 80년대 분위기의 팝이야.


이들의 비디오도 굉장히 유쾌한데, 대체로 활달하고 매력적인 여자가 어설프고 수동적인 남자를 쥐락펴락 갖고 노는 이야기야. 응, 나는 이런 게 좋더라고. 이들의 곡을 처음 들었던 게 디저(Deezer)였어. 디저에는 덜 알려진 인디 음악이 많아서 좀 자주 얻어걸리는 편이야.


이런 생각을 해. 우리가 살면서 무수한 음악을 만나게 될 거잖아? 그런데 그건 대체로 과분한 행운 같은 게 아닐까. 매일 함께 잠들게 될 고양이를 골목에서 만나는 거나, 조용히 뺨을 어루만지고 싶은 누군가와 처음 마주 앉는 일, 혹은 생각 없이 들어간 매장에서 마음에 꼭 드는 운동화나 원피스를 맞닥뜨리는 것처럼, 어떤 음악은 우리와 시속 120km로 충돌하거든. 그렇게 얻어걸린 음악이란 건 말이야, 참 얼마나 행운이냐 이 말이지. 여러분에게도 그런 음악이 몇 개쯤은 있을 거야,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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