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은 위험하니까, 넷플릭스 추천 7

조회수 2020. 3. 5.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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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의 TMI 담당 차우진이야.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칩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 뜻밖의 재택 근무, 리모트 워크, 디지털 노마드 등등에다가 개학이 연기된 건 물론이고, 대학에서는 원격 강의를 권장한다는 얘기도 있으니 사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집에 갇혀 있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야. 다들 답답하고 갑갑하겠지. 그런데 일 주일이나 이 주일 동안 집에 있으면 할 게 뭐 있겠어? 넷플릭스나 보는 거지.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인터넷 킬러 사냥>

넷플릭스는 사실 다큐멘터리로 유명했는데, 이름값에 비해 다소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작품들이 많았어. ‘내셔널 지오그래픽’보다 ‘히스토리 채널’ 같았달까.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딱 그 정도의 관심으로 시작했는데, 웬걸 3부작 내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지. 페이스북에 올라온 끔찍한 고양이 학대 영상에서 출발한 네티즌들의 ‘탐정 놀이’가 실제 살인사건으로 연결되는 순간은 말 그대로 소름끼치는 순간이지.


그런데 이상한 건 이 감각이 굉장히 양가적이라는 점이야. 새끼 고양이를 살해한 익명의 범죄자가 인터넷의 관심을 받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영상을 초 단위로 분석하면서 그가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아마추어 탐정들’도 온라인의 관심을 원했던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하게 되는 다큐멘터리야. 요컨대 정의감과 복수심은 얼마나 다른가. 소셜미디어에서 감정을 폭발하는 것은 얼마나 과시적인가. 자기과시는 자기애가 아닐까. 그럼에도 정의를 지키는 일은 중요하지 않을까. 정의로운 시민으로서 그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등등.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에는 영화 <서치>처럼 극적인 순간들이 있어. 긴장과 반전이 거듭되면서 ‘아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들거든. 덤으로 집 밖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지. 응,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말아.


<내 몸이 사라졌다>

애니메이션이야. 2월부터 3월까지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업데이트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 너무나 많지만 굳이 이 작품을 골랐어. 2019년에 개봉한 프랑스 애니메이션인데, 20자평 같은 걸 해보자면 “명징한 감각으로 직조된 ‘오른손’의 처연한 로드무비”라고 할 수 있으려나. 맞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잘린 손이야. 해부학실 냉장고에서 탈출해서 도시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떠나지. 그러는 동안 하수구에 빠지기도 하고, 쥐떼의 습격을 받기도 하고, 하늘을 날아가기도 해. 박진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였다가, 호러무비가 되기도 하고, 풋풋한 로맨스와 가족 드라마가 겹쳐지기도 해. 그때마다 흐르는 음악은 영하 12도의 새벽 거리처럼 너무나 공허하면서도 아름답지.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봐. 그게 제대로 작동할 때 관객은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 <내 몸이 사라졌다>에서는 틈틈이 그런 순간들이 등장해. 그래서 마침내 네 손가락으로 기어다니는 오른손을 응원하게 되지.


기욤 로랑의 소설 <해피 핸드>가 원작이고, 제레미 클라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해. 2019년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그랑프리를,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장편부문 크리스털상과 관객상을 받았어. 러닝타임 1시간 20분, 치킨 시켜 먹으면서 보기에 딱 좋지.


<세상의 끝까지 21일>

지구 멸망까지 21일 남았다면 뭘 할 수 있을까? 빼박캔트 온 인류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몽땅 사라진다면? 인류 뿐 아니라 지구가 쪼개진다면, 그 결과를 바꾸거나 피할 수도 없을 때 삶이란 대체 어떤 것이 될까. <세상의 끝까지 21일>은 이 질문을 꽤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이야기야. 2012년 작품으로 러블리한 키이라 나이틀리와 젠틀한 스티브 카렐이 나와.


취향에 따라선 심심할 수도 있겠지만, 완성도니 작품성이니 그런 것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영화. 다들 그런 영화 몇 개 쯤 있지 않아? 특히 나는 지구종말 카운트다운에서 매일 하던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생각이 많았어. 루틴한 일상이라는 건 뭘까. 일상을 지킨다는 건 뭘까. 나는 액션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 이야기의 곁가지가 아닐까. XX 그러면 또 어때. 우리 삶에서 중요한 건 결국 이 하루를 잘 지켜내고 있다는 감각이 아닐까. 요즘 상황과 겹쳐서 특히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컨테이전>이나 <감기>를 보는 것보단 좋았어.


참고로 1998년에 제작된 <라스트 나잇>이라는 캐나다 영화가 있는데, 산드라 오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찍기 전에 출연한 독립영화야. 소행성 충돌을 몇 시간 앞두고 남자와 여자가 우연히 만나서 마지막 순간을 함께 보내기로 하는 이야기. 두 영화가 상당히 비슷하면서 또 다른 느낌이 있으니 관심있으면 이 작품도 추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10대들이 성장하는 이야기가 좋아. 사실 10대든 40대든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를 사랑하지. 그래서 이 분야의 추천작은 너무 많은데, 일단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토라도라>, <목소리의 형태>, <나츠메 우인장> 같은 애니메이션을 강추해. 뭐 아무리해도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이 낯설다면 엘르 패닝이 나오는 <눈부신 세상 끝에서, 너와 나>같은 영화도 좋아. 물론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이 분야의 베스트라고 할 수 있어. 영국 드라마인데 미국 드라마 같아. 로리 넌 감독은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살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존 휴즈 감독의 <조찬 클럽>이나 <패리스의 해방> 같은 하이틴 무비의 클래식을 보고 자란 탓이었다고 해. (존 휴즈는 <나홀로 집에>의 각본가이자 제작자이기도 해.)


이 시리즈는 시끌벅적하지만 정치적으로도 매우 올바른 영화야. 학교에는 온갖 사고뭉치들이 있지만 혐오를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원제인 <Sex Education>대로 매우 교육적이라는 점이 그래. 덕분에 불편한 마음없이 볼 수 있지. 소녀와 소년의 엇갈리는 감정이 닿을 듯 말듯 하다가 폭망하는 게 시즌1의 줄거리였다면 시즌2에서는 등장인물 모두, 그러니까 어른들까지도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을 기반으로 타인과 관계맺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 물론 시즌3를 보려면 적어도 1년은 기다려야겠지만!


<무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

2020년의 클래식 무비란 6~70년대의 작품들이 아니라 80년대 할리우드의 히트작들이 아닐까. 그 점에서 이 다큐 시리즈는 <더티 댄싱>, <나홀로 집에>, <고스트 버스터즈>, <다이하드>를 20세기 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작품으로 재정의하고 있지. 특히 그 시절의 영화시스템을 유추하게 해주는 제작 비하인드부터 영화적 클리셰와 제작 관행을 바꾼 순간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게 매력적이야. 아 정말 너무 좋아.


무엇보다 이런 영화들이 제작비 문제, 사회적 편견, 할리우드 시스템의 문제로 세상에 나오지도 못할 뻔 했다는 이야기가 흥미를 끌어. 특히 <더티 댄싱>의 제작, 감독, 각본을 모두 여성들이 맡는 바람에 투자는 물론 촬영부터 개봉할 때까지 난관의 연속이었다는 얘기는, 21세기는 그로부터 또 얼마나 나아졌을지에 대해 새삼 떠올리게 하거든. 그런데 수익 배분 문제로 넘어가면, 와우, 맙소사..! 관련해서 <토이: 우리가 사랑한 장난감들>과 함께보면 콘텐츠, 브랜드, IP 비즈니스에 대한 나름의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을 거야. 아, 넷플릭스 보면서 일하는 기분까지는 들지 않으니 너무 겁 먹지는 말고.


<치어: 승리를 위하여>

나바로 대학의 치어리더 팀은 전미 최고의 치어리딩을 선보여. 공중회전, 피라미드 쌓기 같은 것들을 연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 게다가 그 멤버들이 어떤 편견과 시선 속에서 자신을 가다듬는지가 정말 스펙터클하게 펼쳐져.


나바로 대학의 치어리더팀 수석 코치 모니카 앨다마는 고교 시절 치어리딩을 했지만 텍사스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따고 대도시로 떠나고 싶었지만, 임신과 육아로 계획이 틀어져. 대신 나바로 대학에서 치어리딩 코치 제안을 받지. 전혀 원하던 길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경영학 이론을 치어리딩에 접목해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고, 그 결과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며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하게 돼. 그렇게 나바로 치어리딩의 전설이 시작되지. 여러모로 치어리딩 산업은 케이팝 시스템과 닮았다는 생각도 하게 돼. 독자적인 역사와 시스템 안에서 치열한 훈련과 경쟁이 존재하지만 바깥에서는 여전히 편견과 오해 받는 산업이라는 점. 여러가지 의미로 엄청난 다큐멘터리였어.


<아이 엠 낫 오케이>

자, 이 시리즈를 짧게 설명하면 <빨간 머리 앤>과 <캐리>를 섞은 다음, 1970년대 포크 송부터 2000년대 힙합까지 쿨하고 힙한 음악을 끼얹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야. 감수성 예민하고 온갖 문제들에 시달리는 17살 여자애한테 초능력까지 생겼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실 열일곱 살에는 보통 세상 천지에 나 혼자 뿐이라는 생각으로 괴롭지만 동시에 그거 참 외롭고 높고 근사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냐는 말이지. 여태껏 이런 이야기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굉장히 디테일에 신경쓴 화면과 심리 묘사 덕분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역시 문제는 디테일!)


원작은 찰스 포스먼의 그래픽 노블이고, <기묘한 이야기>의 제작자들과 <빌어먹을 세상 따위>의 감독(조나단 엔트위슬)이 참여했어. 대략 어떤 분위기인지 알겠지? 게다가 회당 20분 정도로 굉장히 짧게 리드미컬한 편집과 속도감을 뽐내는 작품이지. 유튜브에 ‘I AM…’까지만 쳐도 삽입곡의 플레이리스트를 찾을만큼 사운드트랙도 인기가 많아.


무엇보다 소피아 릴리스라는 젊은 배우를 발견하게 한 작품. 엉망진창이면서 사랑스럽고 복잡하고 유쾌한 이 복잡한 캐릭터는 성장 드라마와 러브 코미디와 SF 스릴러를 몽땅 소화하거든. 자, 그래서 앞으로 그는 슈퍼 히어로가 될까, 빌런이 될까…! 집 밖은 위험하니 이런 퀴즈나 풀면서 음악이나 듣자 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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