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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어이 젊은 친구, 전시는 타이밍이야 [2월 전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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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오늘이 마감일이라는 사실에 놀란 마감 노동자, 아니 라이프스타일 덕후 신동윤이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한탄을 좀 해야겠다. 마감이 있는 일이라는 게, 참 가끔 보면 좋은 것 같으면서도 마감이 닥치면 삶의 질이 너무 뚝 떨어져 버린다. 어? 내가 게으른 탓 아니냐고? 아하하하.

[몇 년 전이지만, 마감을 마치고 뻗어있는 모습]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사실 모든 일에는 마감이 있다. 그리고 일의 효율을 가장 높이는 건 마감, 그러니까 시간제한이다. 나만 해도 매번 원고 스케치랑 구성만 짜두고 마감 며칠 전에야(늦으면 당일 아침에야!) 원고로 간신히 뽑아낼 때가 많다. 효율을 높이지만, 스트레스를 주는 마감은 늘 애증의 대상이다.

[최근에 가장 핫했던 BTS 팝업]

하지만 마감이 있기에 소중해지는 것들도 있다. 팝업 스토어나, 한시적으로 열리는 전시들이다. 제목처럼 정말 ‘Now or Never’라는 말대로, 이번에 안 가면 어쩌면 다시는 못 가는 곳들이다. 그래선가, 팝업스토어나 한시적으로 열리는 전시가 있으면 ‘가봐야 할 리스트’의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신기하게도 다른 곳에 비해서 한시적으로 열리는 경우에는 잘 미루지 않고 가게 되기도 하고. 자, 지금 내 리스트 상단에 있는 녀석들로만 슬쩍 공개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당장은 가기 어려울 테니, 대부분 마감까지 좀 남아있는 녀석들로만.


🔎Unboxing : KAWS Collection

📍앨리웨이 광교 near my [A] 갤러리

📅 2019.12.07 – 2020.03.27


어라, 뭔가 낯익은 캐릭터인데? 싶으시다면, 조금만 더 기억을 더듬어 보자. 한 2018년 여름쯤으로. 이제 기억이 나셨으려나? 석촌호수에서 잠시 머물다간 KAWS 컴패니언이 다시 돌아왔다.

[정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귀여운 에어팟 케이스도 많이 나와있다]

카우스가 누구인지 모르시는 분도 계실 테니 간략하게 설명해보겠다. 카우스는 대중문화의 캐릭터의 재생산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를 전복시키곤 하는 젊은 아티스트다. 근래에는 DIOR과의 협업 등으로 상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무척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가를 몰라도 상징하는 캐릭터인 ‘컴패니언’은 꽤나 유명하기에 익숙할 수도 있다. 앨리웨이 광교의 광장에는 KAWS 컴패니언 상시 전시 중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다 보니 굳이 찾아가서 보고 온 적도 있었는데, 좀만 참을 걸 그랬다. 지금 조금 더 본격적으로 앨리웨이 광교의 갤러리에서 <Unboxing: Kaws Collection>이 진행 중이니까.

카우스의 작품은 항상 익숙하면서도 뭔가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서미 스트리트, 심슨, 디즈니 캐릭터인데 카우스 특유의 무기력함이 함께 느껴진다. 슬픔에 푹 절인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익숙함과 신선함을 느낀다. 이런 독특한 감성을 표현하기에 언박싱이라는 방법은 아주 적절한 방식이다. 새로움을 만나는 건 어색하면서도 기대되는 일이고, 현대 사회에서는 그걸 표현하기에 ‘언박싱’이라는 단어만큼 적절한 단어가 없다.

전시 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장난감스러움을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부분들이 보인다. 인형 뽑기 기계를 배치한 점이라든지, 집게에 작품을 매달아 둔 점들이 눈에 띈다. 그뿐만 아니라 카우스가 자주 사용하는 짙은 파란색과 핑크색, 무채색 위주로 색상을 배치해 전시장 자체가 ‘KAWS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여러모로 카우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전시다. 그리고 대개 애정이 드러나는 전시는 괜찮기 마련이다.


🔎호텔사회

📍2020.01.08-2020.03.01

📅 문화역서울 284


스스로를 힙스터라고 자부하는 사람에게 호텔이라는 단어의 존재감은 클 수밖에 없다. 힙스터 문화의 발원지가 포틀랜드의 에이스 호텔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고, 뉴욕의 월도프 아스트리아 호텔은 그 자체로 뉴욕을 상징하는 곳 중 하나였다. 먹고 자고 놀고 일하는, 사회의 모든 과정이 혼합되어 있는 공간이 바로 호텔이다. 즉, 호텔은 단순히 숙박시설이 아니라 시대와 장소를 대변하는 하나의 문화 전시장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문화역서울284, 구 서울역사에서 <호텔사회>라는 전시를 진행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호텔을 통해서 시대의 한국 사회와 문화의 엿보는 전시라고 생각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콘셉트는 호텔이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보이는 모습은 호텔의 로비와도 같고, 중간중간 나타나는 배우들은 고용인들의 모습을 연출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호텔에서 배치되는 가구와 조경도구들을 이용한 예술품들과 조형물들, 화려한 샹들리에, 과거의 음식, 여가, 그루밍, 유행, 여행 문화 등 호텔을 매개로 이용되던 사회의 모든 문화가 총집되어 있다.

하지만 <호텔사회>는 박물관이 아니다. 그냥 오래된 물건들을 모아다가 한곳에 모아둔 것이 아니라, 그를 해석하고 구성하고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과거의 문화를 현대의 예술품으로 만들어낸, 예술관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복원할 수 있는 과거는 여러 전문가가 참여해 복원해냈다. 대표적인 모습이 수많은 바버들이 참가한 바버샵. 과거의 아름다움과 현재의 아름다움의 혼재가 조화로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시다면, 없는 시간을 내서라도 가야 할 전시라고 단언한다.


🔎텐가 히어

📍마포구 연남동

📅 2020.02.14 – 2020.02.23


나는 텐가를 좋아한다. 제품도 제품이지만, 브랜드 자체가 제법 멋지다. 그래선지, 주변에 항상 적극적으로 텐가를 어필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그저 어덜트 토이라는 이미지를 못 벗어난 모양이다. 여전히 텐가가 어색한 분들을 위한 장소, 텐가 팝업스토어가 연남동에 등장했다. 그것도 꽤나 기세등등한 이름으로. TENGA HERE! 번역하자면, “텐가, 여기 왔다!”

이제 어덜트 토이 매장이 추천 데이트코스로 나오는 시대가 됐지만, 혹시 여전히 어색하고 부끄러우신가? 그렇다면 <텐가 히어!>가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텐가는 좀 더 복합적인 ‘섹슈얼 헬스 브랜드’임을 내세우고 있는 브랜드고, 실제 제품군도 성 건강과 관련된 게 제법 되는 편이다. 사람들에게 편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 덕분인지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적다고 생각한다(아닌가?)


무엇보다, 보자마자 얼굴이 붉어지는 몇몇 어덜트 토이와는 다르게 텐가의 어덜트 토이들은 꽤나 유쾌하게 생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미 어덜트 토이에 익숙하신 분들에게도 TENGA HERE는 좋은 선택이다. 텐가 특유의 한정판과 콜라보 제품이 많이 준비되어있다. 곧 마음이 살랑거리는, 사랑의 계절 봄이 다가온다. 내 사랑하는 이와의 즐거움을 위해서, 혹은 나를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구경 삼아 TENGA HERE!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어쩌면 내가 그랬듯 첫 만남에서 텐가에게 한눈에 반하게 될지도 모른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2019

📍2020.02.06-2020.04.23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가보신 적이 있으신가? 나는 꽤 많이 간 편인데, 매년 느끼는 건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거다. 게다가 인스타그램에서도 일러스트 작가분들은 인기가 많다. 배달을 많이 시켜 배달의 민족이라면, 일러스트를 사랑하는 우리는 꽤 예술적인, 일러스트의 민족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 일러스트의 민족 동포들께 53년째 이어지고 있는 일러스트 원화전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의 프로그램의 일부인데, 전 세계에서 선발된 76명의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 300점을 전시하는 행사다. 전 세계에서 사람을 뽑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어마어마한 다양성이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장점이다. 물론 세계적인 트렌드가 있긴 하지만 역시 문화가 다르면 트렌드도 조금은 다르기 마련이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아기자기함부터, 일순간 움찔하게 되는 약간의 기괴함까지, 그 모든 걸 준비해뒀다.

인스타를 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삶에 치이는 와중의 안식으로 혹은 마음이 따듯해지는 감각을 위해 일러스트레이터분들을 팔로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무엇보다 ‘어린이도서전’의 일부이기 때문에 일러스트 자체가 조금은 동화적이거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많다. 잠시나마 현실에서 떨어져 우리를 편안하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게 할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홍보 문구에도 ‘마음이 행복해지는 전시’라고 써있기도 했고. 물론 홍보 문구를 너무 믿으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한번쯤 속아봐도 손해는 아닐 거다. 어쨌건 우리는 일러스트의 민족 아닌가!


🔎이탈리아 디자인의 거장 카스틸리오니 

📍2020.01.17-2020.04.26

📅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마지막은 공교롭게도 위에 소개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과 같은 곳에서 하는 전시다. 그러니까 날 좋은 어느 날 한가람 미술관에 가셔서 두 가지를 한 번에 관람하면 도랑치고 가재 잡고 뭐 이런 거랄까.

[이 발랄한 할아버지가 바로 카스틸리오니]

이 전시는 이탈리아의 거장이자, 건축의 마르셀 뒤샹이라고 불리는 카스틸리오니의 인생과 그가 디자인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이 귀여운 할아버지가 뒤샹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당연히 변기랑은 상관없고, 그의 유쾌함과 기발함에 있다.

자, 이게 바로 그가 디자인한 의자들이다. 자전거 안장을 달고 오뚜기처럼 흔들거리거나, 한 눈에 보기에도 이렇게 불편해 보이는 의자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실제로 앉으면 보는 것보다는 편안하다고 한다. 카스틸리오니가 이 의자를 디자인하고 집앞 유선 전화기에 두었더니, 아내의 전화 시간이 짧아져 요금이 줄어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정말 유명한 건 바로 이거. 아마 익숙할거라 생각한다. 거실에서 책읽기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천장의 조명을 역할을 하면서도 움직일 수 있게 한 ‘아르코 램프’다. 대리석에 지지하는 대리석의 무게가 60kg에 달하지만, 수작업으로 대리석에 손가락만한 구멍을 뚫은 덕분에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용할 수 있다. 얼마전 촬영하러 간 스튜디오에 이거랑 비슷하게 생긴 조명이 있더라고.


요즘들어 바우하우스나 그 비슷한 시대에 활동했던 건축 가구 디자이너들의 전시가 자주 눈에 띈다. 흔히 ‘현대(modern)’라고 불리는 그 당시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건축, 가구, 산업 디자인의 뿌리가 모두 그 시대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원형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전시,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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