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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걸 이제 샀지?"LG트롬 스타일러

조회수 2020. 2. 6. 1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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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고 들어온 남편을 스타일러에 넣고 돌렸으면 좋겠다”는 연말 술자리 우스갯소리가 그날 나눈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묘하게 머리에 남았다. 그리고 얼마 뒤 우리 집에 LG전자 트롬 스타일러가 들어왔다. 그리고 하루 만에 “왜 이걸 이제 샀지?”라는 말이 입을 떠나지 않고 있다.


크다. 그리고 생각보다 비싸다. ‘이왕 살 거면 큰 걸 사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로 옷걸이 다섯 개를 걸 수 있는 제품을 골랐다. S5로 시작하는 모델이다. 옷걸이 세 개가 꽂히는 S3 시리즈와 40만 원 정도 차이 난다. 작은 모델이 훨씬 예쁘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기 때문에 설치 기사가 제품을 내려놓는 순간까지 ‘지금이라도…’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하지만 막상 패딩과 코트 등을 넣어보니 혼자 쓸 것이 아니라면 큰 제품을 사는 것이 맞다. 대신 둘 자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집에 들어온 스타일러는 전시장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크고 우람하다.

스타일러가 처음 나온 건 2011년이다. 내 기억으로는 백화점에서 덜렁덜렁 옷을 흔들고 있는 낯선 기계가 스타일러의 첫인상이다. 뉴스로 출시 소식을 보긴 했지만 이제까지 없던 개념의 가전이었기 때문에 대체 무엇 하는 기기인지 목적이 아리송했다. ‘의류 관리기’라는 이름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당시에 판매 직원에게 흔들어서 먼지를 털어내고, 구김을 펴서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둥의 뻔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내 머릿속에는 생김새로나, 옷을 잘 관리, 보관해준다는 의미로나 ‘냉장고’가 떠올랐고, (나이 때문에…???)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는 멋대로 ‘옷 냉장고’라는 이름을 붙였고, 주변에서도 이 한 마디를 찰떡같이 알아 들었다.


그런데 사실 제품이 집에 들어올 때까지도 그 효과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역시 직접 해보는 것만 한 게 없다. 설치 기사가 돌아간 뒤에 얼른 방에 굴러다니는 옷가지를 집어 들었다. 패딩과 셔츠 세 개가 옷걸이에 걸렸다. 패딩이 들어가니 옷 다섯 벌은 택도 없다. 셔츠 두 개에 패딩 하나면 이 큰 게 꽉 찬다.


앞면에 버튼이 가득이고, 기능도 많다. 일단 만능인 ‘표준’ 코스를 골랐다. 35분이 찍힌다. 먼저 채워둔 물통에서 뜨거운 스팀이 올라온다. 아니 올라온다고 한다. 속이 안 보이니 그렇다면 그런 거다. 오래전 홈쇼핑에서 모든 옷을 전투복처럼 펴줄 것 같은 스팀다리미를 붙들고 끙끙대던 게 떠올랐다. “옷을 쫙 펴주는 건 아니다”라는 판매 직원의 이야기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 같다.

속이 보이지 않으니 굳이 35분을 이 덩치 앞에 서 있을 이유는 없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일을 좀 보고 있었더니 ‘툭툭툭툭’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드디어 옷을 흔들어 털기 시작했다. 꽤나 오래 흔든다. 그런데 멀찍이 앉아서 보니 묘하게 거슬린다. 소음은 생각보다 컸고, 옷을 세게 흔들다 보니 기계 자체가 출렁출렁 흔들린다.


소음은 뭔가 직접 귀를 찌르는 건 아닌데 꽤 묵직하게 울리는 진동이기 때문에 우리 집 보다 다른 집에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밤에 쓰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아랫집에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다른 방에 있어도 느낌이 오기 때문에 집이나 상황에 따라서 층간 소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따른다.


그리고 옷을 털어내는 동안 좌우로 꽤 흔들리기 때문에 벽이나 다른 물체에 바짝 붙이면 안 된다. 애초에 설치 기사도 스팀 열과 진동 때문에 양옆에 어느 정도 공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집에 어느 정도 공간이 있다면 책장이나 다른 가전과 나란히 두기보다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디자인도, 옵션으로 가격 차이가 나는 전면 커버도 신경을 써야 하나 보다. 물론 우리 집은 공간이 없어서 책장 옆에 두었고, 그 어중간한 ‘띄움’이 지금도 묘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다음은 건조다. 이것도 눈으로 볼 수 없으니 마음으로 믿어야 한다. 옷을 정리하기 전에 한참 스팀을 뿌렸으니 이 습기를 거두어들여야 할 게다. 열교환기를 쓰는 빨래 건조기와 비슷한 원리로 보인다. 조금 우습지만 이 스타일러의 기능 중 하나가 실내 건조기다. 메뉴에서 ‘건조’를 누르고 문을 열어두면 실내의 습기를 빨아들인단다. ‘그냥 그런 게 있다…’라고 정도만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렇게 35분이 흘렀다. 마치 전기밥솥을 여는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바로 코를 찌르는 향기 시트의 냄새가 나쁘지 않다. 패딩부터 만져봤다. 따뜻하다. 아 그런데 옷걸이에서 꺼내는데 벌써 느낌이 다르다. 거의 10년을 궁금했던 스타일러의 효과가 손끝에서 느껴진다. 따뜻하면서도 바스락거리는 느낌이 있다. 원래 패딩은 바스락거리는 것 아니냐고? 그 버스럭거리는 느낌이 아니다. 표현이 쉽지 않다. 그동안 사람들이 “아휴… 그냥 좋아”라고 말하던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억지로 표현해보자면 막 구워져서 나온 따뜻하고 바삭하면서도 폭신한 빵 같다. 세탁소에 맡겨서 온 것보다 느낌이 더 좋다. 꽤 오래 입었던 옷인데 새것 같다. 당연히 냄새도 좋다. 스팀으로 냄새를 빨아들인다는 게 이런 건가 싶다. 왜 ‘남편을 넣고 싶다’는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정말 넣으면 안 된다. 겉은 평화로울지 몰라도 속은 펄펄 끓는 수증기가 나오는 위험한 물건이다.


셔츠도 마찬가지다. 때가 지워지는 건 당연히 아니고 다림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주름이 조금 펴지는 건 있다. 옷감의 거친 느낌이 줄어들고 옷을 훨씬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되는 듯하다. 정장을 입지 않으니 두꺼운 모직 옷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타일러가 가장 위력을 발휘하는 게 정장과 교복이라는 건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많이 들었다. 아프리카에 몇 년 업무차 나가 있는 지인이 이삿짐에 스타일러를 싸서 갔는데 ‘온 동네 사람들이 친목을 핑계로 옷을 싸 들고 온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삼성전자의 에어드레서를 왜 안 샀냐는 질문도 꽤 많이 받았다. 삼성도 이 ‘옷 냉장고’ 사업에 늦었지만 최근 꽤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가격도 괜찮다. 혹시나 해서 구입할 때 양쪽을 다 살펴보긴 했는데 백화점이나 판매점에서 신경전이 대단했다. LG전자에서는 ‘주요 특허 때문에 삼성은 제대로 옷을 다루지 못한다’고 말하고, 삼성전자에서는 ‘스타일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옷 관리 도구’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선택은 스타일러로 했다. ‘가전은 XX’ 같은 논리 없는 이야기는 접어두자. 애초 사려고 했던 게 스타일러였고,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써본 사람들의 경험이었다. 사실 가장 확실한 검증이다. 스타일러는 이미 검증된 제품이고, 에어드레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더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내가 나서서 먼저 확인하기에는 이 기기가 비쌀 뿐 아니라 한번 사면 바꾸기 어려운 가전이기도 하다.


맞다. 안일하게 골랐다. 어쨌든 마음에 든다. 뭐 하는 기계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다. 남는 것은 왜 이제 들였나 하는 후회다.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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