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다들 이 차 얘기만 하던데..? 제네시스 첫 번째 SUV GV80!

조회수 2020. 2. 4. 11: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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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퍼런 파도가 빌딩만큼 높았다. 바이킹들이 타던 기다란 목조선을 타고 파도를 넘었다. 정확히 말하면 추락과 상승의 반복이었는데, 파도를 넘을 때마다 선원이 하나씩 사라졌다. 북대서양의 바다는 검은색이었고, 선원들은 바다의 입이라고 불렀다. 백 미터짜리 파도를 보았을 땐 내 차례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파도는 너무 거대했고, 배는 무게 중심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져 저 깊은 바다 속으로 떨어질 때 후배가 깨웠다. 뭐 먹을 거냐고 저녁 메뉴를 물었다. 뜻하지 않게 야근하는 날이 있는데, 이날은 졸다가 야근을 맞았다. 이상한 꿈을 꾸었고, 마감도 아닌데 야근을 하려니 일하기도 싫었다. 적당히 대충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열심히 하기로 다짐했다. 퇴근 후 제각기 알아서 집에 가는 게 직장인들의 ‘국룰’이지만, 이날은 수고한 후배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차로 집까지 에스코트해주기로 했다.

사실은 시승해야만 하는 차가 있었다. 제네시스 GV80. 카디프 그린 색상이다. 혼자 타기 적적할 만큼 큰 데다가 뒷좌석의 승차감도 알아봐야 했으니, 겸사겸사 후배들에게 선의를 베푸는 척 이용해먹었다. GV80의 위용을 본 후배들은 감격 어린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뿌듯하면 된 거다.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성공한 사람이 타는 차 같은 느낌을 주니까. 하지만 GV80은 나와 어울리는 차는 아니었다. 내가 아직 성공을 못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는 대학생처럼 풋풋하고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 어쨌든 GV80은 재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 그러니까 부장님이 몰아야 자연스러운 차다. 5m에 육박하는 전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GV80의 디자인이 주는 감성 때문이기도 하다. GV80의 디자인 방향성은 역동적인 우아함이다. 풀이하자면 싸움 잘하는 귀족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귀족 같은 얼굴이 뭐냐고 묻는다면, GV80의 전면부를 보라고 하겠다. 중앙에는 거대한 그레스트 그릴이 위치한다. 제네시스 특유의 화려한 지–메트릭스 그릴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커다란 그릴은 자연스레 이 차가 가진 힘을 기대하게 만든다. 얼마나 힘 쎈 엔진을 얹었으면 숨구멍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겠나하는 기대감이다. 그릴 양옆에는 날카로운 선을 단호하게 마감한 쿼드램프가 위아래로 심어있어 긴장감을 조성한다. 보닛과 측면 라인에는 볼륨감을 넣어 풍성한 느낌을 강조했고, 여기에 역동적인 캐릭터 라인을 더 해 날렵한 이미지도 추가했다. 주목할 점은 루프라인이다. 후면부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 실루엣은 쿠페처럼 느껴진다. 속도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GV80의 속도감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은 기다란 보닛에서도 발견된다. GV80의 실루엣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지만 후면부 특히 트렁크에는 칼로 슥 단면을 잘라낸 듯 날카로운 선을 넣어 반전을 꾀했다. 뒷모습은 볼수록 신비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차량의 바퀴에는 22인치 휠이 적용됐다. 신발까지 크니 큰 차체가 더욱 웅장해 보인다. 사람들은 GV80은 벤틀리 벤테이가와 견줄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들 한다. 그 정도로 우아하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디에디트 역사상 가장 심란한 사진=편집자주]

조금 더 잘난 척하고 싶었다. 요즘 현대차는 원격주차를 지원한다. 차키의 홀드 버튼을 5초 이상 누르면 차량의 시동이 켜진다. 이때 전진 버튼을 누르면 차량은 바퀴를 일렬로 만든 다음 차키를 가진 사람에게 다가오다 충돌 직전에 멈춘다. 좁은 주차장에서 유용한 기능이다. GV80이 스르륵 내 앞에 다가오자 후배들의 감탄이 또 터졌다. 그럴 줄 알았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미소를 감추고 차에 올랐다. 그런데 이거 은근히 높다. 우아하게 착석할 줄 알았는데, ‘으영차’ 소리 내 앉았다.

차고가 높다. GV80의 실내를 요약하면 ‘우와함’이다. 요란한 요소는 과감히 뺐다. 직선과 원으로 귀결된다. 이 얼마나 미니멀한가. 컵홀더에도 뚜껑을 달았고, 스마트폰 무선 충전대에도 뚜껑이 있다. 안 쓸 때는 안 보이도록 한 것이다. 튀어나온 것을 못 보는 깔끔쟁이가 마감한 듯 간결하다.

[어디를 찍으려고 했는지 알기 어려운 사진…]

대부분의 기능은 대시보드 위의 터치디스플레이로 조작하는데, 화면이 좀 멀다. 팔이 길지 않다면 손을 내밀어 조작해야 한다. 불편하다고? 그래서 센터콘솔에 컨트롤러를 마련해뒀다. 동그란 패드인데, 역시 터치방식이다.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글씨도 쓸 수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주소 입력할 때 모음 자음 찾기 번거로우니, 글씨를 쓰라는 것인데 글자 쓰기는 쉽지 않았다. 적응이 필요하다. 볼륨과 백, 메뉴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아날로그 버튼으로 만들어 놨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는 전용 디스플레이와 다이얼로 구성된다. 역시 직선과 원이다. 공기정화기능도 제공된다. 기어 역시 동그란 다이얼로 조작하는 전자식 변속기다. 주행중 시선을 두지 않고 손의 감촉으로만 조작해야 하는 기어와 주행모드 변환 다이얼은 톡 튀어나와있다. 기어 다이얼은 모드를 바꿀 때마다 빛의 세기나 색이 달라진다. 이게 디테일이다. 다시 대시보드 위 터치디스플레이의 위치에 대한 변호를 하자면, 거리가 멀어야 시인성이 좋다. 원거리를 주시하다가 가까운 것을 보면 눈의 초점이 바뀌기에 불편하다. 빠른 속도일수록 멀리 보는 게 안전하다.

[아마 뒷자석 인턴이 찍은 것으로 보인다]

조수석에는 나이 많은 후배가 탔고, 2열에는 인턴들이 앉았다. 사실 인턴들은 이 차에 큰 감흥을 보이지 않았다. 이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었기 때문이다. 승차감이 좋아서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조수석의 후배가 말이 너무 많아서 잠든 척했으리라 추측한다. “우와 이게 뭐예요?” 후배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난 뒤 놀랬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증강현실 모드를 사용하면 화면에 주행 중인 길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차량 전방에 부착된 카메라, 즉 내장형 블랙박스라고도 할 수 있는 카메라가 주행상황을 녹화하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전송한다. 그리고 그 화면에 주행 경로를 그래픽으로 입힌다. 지금껏 경험한 내비게이션 중 가장 직관적이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키고도 길을 잃는다면 그때는 진지하게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 계기반의 그래픽도 탁월하다. 계기반이 3D로 표현된다. 빨강파랑 안경을 안 써도 3D로 보인다. 속도계는 물론이고 화면 중앙에 위치한 차량과 내 차 주변에서 주행중인 다른 차량들도 입체적으로 보인다. 계기반만 봐도 재밌는 차는 처음이다. HUD도 완성도가 높다. 색상이 다채롭고, 계기반에서처럼 주변 차량들이 표시된다. 대체 그래픽 카드를 뭘 썼는지가 궁금할 지경이다. 후배는 주차할 때도 놀랐다. 화면에 차량 주변이 360도 뷰로 보여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화면에서 3D로 표현된 차량을 손으로 터치하고 화면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3인칭 시선으로 플레이할 때, 마우스로 시선을 옮길 때와 동일한 경험이다. 후배는 ‘대박’이라고 연신 소리쳤고, 인턴은 움찔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행감각이다. GV80은 직렬 6기통 3.0 디젤엔진을 사용한다. 막힘없이 힘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이 차가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기품을 잃지 않는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안락하게 움직인다. 승차감이 참 부드럽다. 우아한 주행감각을 기조로 한다. 스포츠 모드로 바꿔도 그렇다. 거친 엔진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고, 시트가 옆구리를 바짝 잡아주고, 쓰로틀 반응이 조금 더 빨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가열찬 느낌은 없다. 빠르게 달리지만 우아함을 놓치진 않는다. 차체가 바닥에 낮게 깔린다는 느낌도 없다. 그렇다. GV80은 스포츠카가 아니라 뒷좌석에 사장님을 태우고도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이는 럭셔리 SUV이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실내에선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린 속도라고 느껴졌다. 떨림과 소음이 적고, 안정감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을 중요시한다는 것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에서도 발견된다.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통해 과속방지턱을 찾아내고, 과속방지턱 넘을 때 서스펜션을 제어해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스폰지처럼 과속방지턱을 넘자 후배가 엄지를 들었다.


자니? 인턴에게 물었다. 생각하고 있어요. 인턴은 눈을 감고 생각했을 것이다. 택시탈걸. 나는 GV80이 너무 안락해서 2열 시트에 앉으면 상념에 빠지기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GV80은 6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만 실내는 조용하다. 디젤 특유의 떨림이 있지만 결코 불쾌한 수준은 아니다. 정숙함을 위해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가 적용됐다. 세계 최초로 적용된 기술이다. 이게 뭐냐면. 주행 중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반대 음파를 발생시켜 소음을 낮추는 기술이다. 일종의 노이즈캔슬링이다. 게다가 창문은 2중으로 단열과 차음 성능이 뛰어나다. 2열 시트에는 열선과 통풍은 물론이고 뒤로 눕힐 수도 있다. 한 30도 정도? 정확한 각도는 모르지만 반쯤 누워있는 인턴은 꽤 편해 보였다. 차량 내부에는 미세먼지 센서도 있다. 공기질이 안 좋으면 자동으로 공기청정이 이루어진다.

나이 많은 후배와 나는 인턴을 놀리고 싶었지만, 인턴은 이미 강력한 철벽을 친 상태였다. 어지간한 장난으로는 그를 놀릴 수 없겠다 싶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이것 좀 보라고 말하자. 그제야 인턴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GV80은 지금 유행하는 최신의 기능들은 거의 모두 적용됐다. 반자율주행 기능도 매우 우수하다. 한국 도로 실정에 최적화되었달까. 특히 고속도로 주행 보조 II 기능은 고속도로의 제한 속도를 알아서 찾고 그에 맞춰 달린다. 과속 카메라 걱정이 없다. 차로를 읽고 맞춰 달리는 능력과 앞 차의 속도를 파악하는 능력도 정밀하다.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자동으로 차로를 변경할 줄도 안다. 서행 구간에서 내 앞에 끼어드는 얌체 운전자에 대한 대응력도 더 빨라졌다. 한국을 잘 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기능도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하여, 운전자의 주행 성향을 학습한 다음 그 데이터를 토대로 운전자의 성향과 비슷하게 자율주행을 한다. 자신의 운전 습관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거다.


집이 가까워져 갈 즈음 인턴에게 묻고 싶었다. 요즘 회사 생활은 할 만한지, 어려운 것은 없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나 역시 인턴일 때 선배들이 내게 같은 질문을 했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이런 질문을 하면 선을 넘는 걸까. 꼰대처럼 보일까. 불편하다고 솔직히 말할 수 없는 걸 아는데, 그럼에도 불편한 것을 찾아내려는 것은 억지가 아닐까.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물었다. 군대 어디 나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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