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하나로 심쿵! "이거 살까 말까?"

조회수 2019. 9. 4.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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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소비 요정 에디터H다. 요즘은 도통 리뷰에 소홀했다. 리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그 물건과 충분히 마음을 섞을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대신 여름 더위에 입맛(?)을 잃고 집 나갔던 물욕이 나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것 같다. 한 동안 갖고 싶은 게 없어서 얼마나 초조하던지. 갖고 싶은 게 없다는 건 때론 돈이 없는 것보다 서글픈 일이니까. 불행하게도 오늘 소개할 물건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에디터H가 손에 넣고 싶은 것들이니 재미있을걸. 구경하고 가시길. 여러분의 마음속 장바구니도 가득 차올랐으면. 


BESPOKE

이건 비밀인데, 올가을엔 디에디트 사무실을 확장할 계획이다. 에디터M이 부동산 계약도 하기 전에 섣불리 나불대고 다니지 말라고 엄포를 놨지만, 입이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는걸? 지난 2년 동안 에디터H와 M이 신혼집 마련하는 기분으로 하나 하나 세간살이를 채워 넣은 우리의 사무실엔 넘치는 건 너무 넘치고, 부족한 건 너무 부족하다. 와인잔은 종류별로 지나치게 많은데 막상 와인을 보관할 곳은 없고, 열 세 개의 의자가 있는데 테이블은 비좁고. 식량은 넘치는데 냉장고에 빈자리가 없다.


사무실을 넓히게 된다면 꼭 바꾸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다. 더 큰 냉장고를 사고, 정수기를 들여야지. 오늘의 물욕이 향한 대상은 냉장고다. 그냥 냉장고가 아니라 요즘 제일, 제일, 엄청 핫한 그거. 백화점에 갔다 실물을 보고 에디터M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혜민아, 나 비스포크.” 답변은 냉혹했다. “사무실에 비스포크가 왜 필요해?”

8년 전쯤에 국내 냉장고 디자인의 몰개성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주방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제일 넓고, 가장 오래 사용하는 제품인데 디자인에 대한 선택의 여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그런데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컬러는 물론이고 재질, 기능, 용량까지 선택할 수 있는 냉장고라니. 얼마나 번거롭고 신선한 아이디어인가. 이건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소비자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비스포크의 전면은 사용자가 원하는 컬러의 패널을 쉽게 넣고 뺄 수 있게 설계됐다. 마치 스마트폰 케이스를 갈아 끼우는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사용자의 필요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섯 가지 타입의 냉장고 중 고를 수 있다. 나의 경우야 집에서 쓰려는 게 아니고, 사무실에서 쓰려는 거니 대용량 양문형 냉장고까진 필요하지 않겠다. 김치냉장고 겸용도 필요하지 않고 말이다. 그냥 냉동실만 구분된 2도어 타입이면 충분하다. 음료 냉장고로만 쓰려고 한다면 깔끔한 1도어 타입도 괜찮겠다. 이걸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고민이다.

디에디트의 새로운 공간엔 어떤 디자인이 어울릴지 상상해본다. 스튜디오로 꾸밀 테니 코럴이나 옐로우처럼 강렬한 컬러로 포인트를 줄 수 있는 것도 재밌고, 슈퍼픽션 캐릭터가 그려진 냉장고도 힙하지 않을까. 가격은 1도어 240L 모델은 120만 원대부터. 내가 갖고 싶은 2도어 333L 모델은 170만 원대. 대표님 사주세요. 제발. 


GBDAY

두 번째도 역시 인테리어에 대한 것. 사실 친구들이 결혼에 이혼까지 마치는 나이가 되도록 여즉 부모님과 살고 있는 입장이라 내 공간을 꾸미는 일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그런데 직접 월세를 내는 사무실이 생기고 나니 그 욕구가 조금씩 뿜어져 나오더라. 게다가 우리 사무실은 사진 촬영과 영상 촬영을 겸하는 스튜디오 공간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무렇게나 찍어내는 싸구려 인테리어 포스터 말고, 젊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얼마 전에 삼청동을 산책하다 발견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흰 벽에 컬러풀한 일러스트를 서너 점 나란히 걸고 싶었는데 딱 맞는 작품을 찾았거든. GBDAY라는 작가인데, Good and Bad days를 의미하는 이름이라고. 키치하고 감성과 동시에 위트가 가득하다. 하나하나 감상하며 에디터M과 실컷 키득거리게 됐을 만큼.

루이비통, 발렌시아가, 아크네 스튜디오 같은 브랜드의 쇼핑백을 소재로 사용해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기발함을 보라. 이걸 액자에 곱게 담아 감상하는 행위까지가 완결성 있는 전시가 된다. 즐겁고 유머러스하지만, 동시에 스타일리시한 그림이었다. 딱 마음에 드는 게 있어서 두 점을 사서 사무실에 나란히 걸어두고 싶었는데, 에디터M이 아직 계약도 안 한 사무실에 액자부터 사는 건 안 된다고 날 잡아끌고 나왔다. 결제 직전이었는데! 언젠가 또 만나.


Apple Watch Hermès Etoupe Swift Leather

에디터M과 내 생일은 열흘도 차이 나지 않는다. 나야 선물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너무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태어난 날 따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에디터M은 선물을 고르는 게 너무 큰 스트레스라더라. 난 배려심 깊은 동업자이기 때문에 올해는 커플템을 맞추기로 했다. 애플워치 밴드 밀레니즈 루프를 똑같이 사서 맞춰 끼웠다. 여름이 끝날 무렵의 날씨에 어울리는 스타일리시한 밴드다. 스테인리스 스틸을 섬세하게 직조해서 마치 메시처럼 팔목에 착착 감긴다. 자석으로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이라 착용도 쉽고 편하다. 개인적으로 애플이 만든 워치 밴드 중에 최고라고 생각하는 물건.


근데 이미 산 물건을 왜 장바구니 리스트에 소개하냐고? 아니다. 밀레니즈 루프를 사러 갔다가 애플워치 에르메스 밴드를 몇 가지 착용해봤는데 그게 기가 막히게 예쁘더라. 아는 분들은 알겠지만 나는 애플워치 에르메스를 사용 중인데, 기본 밴드 말고 추가로 ‘줄질’을 하지 못해 슬프다. 에르메스 가죽 밴드 중에 에투프 컬러는 정말 기가 막힌다. 이건 정말 에르메스니까 만들 수 있는 은근하고 우아한 컬러다. 텍스처가 잘 살아있는 가죽과 스티치가 클래식한 맛을 잘 살려준다. 손목에 착용해보는 순간 내 것임을 알았지만, 생일이라고 기분을 내느라 이미 엄청난 지출을 한 직후였기 때문에 44만 9,000원짜리 밴드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곧 데리러 갈게.


CASETiFY Pangram Custom

디에디트 기사에서 케이스티파이만 몇 번을 소개한 건지 모르겠다. 매번 순수한 홍보였으니 오해 없으시길. 사실 케이스티파이는 지나치게 10대 소녀 취향이라 촌스러운 디자인도 많다. 하지만 최근에 선보인 콜라보레이션 디자인 중에는 정말 근사한 게 많다. 이번엔 ‘팬그램’과의 협업이다. 테마는 여행. 전 세계 12개 도시의 공항을 주인공으로 비행기 티켓, 주차장 영수증 등을 표현했다. 정말 공항 카운터에서 붙여준 스티커 같은 무심함이 포인트. 흔히 말하는 힙의 요소를 그대로 담고 있다. 원하는 도시로 도착지와 출발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설레는 부분. 케이스티파이는 이렇게 주문 제작에 능해서 좋다. 파리, 베를린, 런던, 홍콩, 뉴욕, 시드니는 물론 서울까지 포함됐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도 꽤 팔리는 듯? 스마트폰 케이스는 너무 멋진데 애플워치 밴드는 약간 과하다. 폰케이스로 선택하자.


LOEWE Basket Bag

요즘 나는 모든 쇼핑을 할 때 10월에 한 달 동안 살 예정인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떠올린다. 그곳은 10월에도 한국의 초여름 날씨라고 한다. 여름엔 쨍한 햇살이 내리쬐고, 저녁엔 선선하다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에 살면서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떤 가방을 들어야 할까. 꼬질꼬질해진 에코백을 들고 가기도 싫고, 고가의 가방을 들고 갔다가 소매치기들의 사랑을 받고 싶지도 않다. 비싼 듯 안 비싸며 이탈리아 남부의 섬에 어울리는 가방이 없을까? 결론은 답정너인데, 올여름에 벼르다 결국 구매하지 않은 로에베의 바스켓 백이 필요할 것 같다. 저기에 와인이랑 치즈를 담아서 소풍을 가는 거지. 인생은 로망이잖아. 아, 생각만해도 너무 좋아. 미듐 사이즈가 64만 원. 딱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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