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 필요할까?

조회수 2019. 8. 23. 13: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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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온갖 아이템에 관심이 많은 에디터B다. 나는 밀리터리 덕후까지는 아니지만 전쟁사에 꽤 흥미가 있는 편이다. 전쟁사를 보면 결국 장비가 좋은 편이 이긴 것이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면 그 전에 통용되던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들이 있으니까. 전쟁에서 정말 중요한 건 전략이었지만, 장비의 힘 또한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전쟁 뿐만이 아니라 어떤 대결에서도 장비는 중요하다. 이것을 두고 단순히 ‘장비빨’이라고 깎아내릴 일이 아니다.


<심시티> 시리즈나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육성 시뮬레이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게임은 대결 방식이다. 게이머와 게이머가 싸우거나, 게이머와 PC가 싸우거나, 게이머들끼리 편을 먹고 싸운다. 그래서 장비가 중요하다. 이것은 대결이기 때문이다. 게이밍 모니터, 게이밍 키보드, 게이밍 마우스 등 유독 게임이라는 목적을 위해 태어난 장비가 이토록 많은 이유는 아이템이 게이머를 유리한 고지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하나. 수많은 게이밍 디바이스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내 생각에는 모니터가 아닐까 싶다. 게임을 할 때는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기 때문이다. 눈으로 정보를 얻고, 머리로 판단을 내리고, 손으로 명령을 내리는 게 기본적인 순서다. 시작이 늦으면 계속 늦는 법이다. 오늘은 삼성 게이밍 모니터 CRG5 27형(이하 CRG5)을 소개하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FPS 장르를 좋아한다면 CRG5는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리고 한마디 더 보태자면, 이 모니터가 어떤 스펙에 힘썼는지 보면 게이밍 모니터에서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도 함께 알 수 있을 거다.


포인트 1. 240Hz의 주사율

어떤 모니터가 ‘좋은’ 모니터일까. 모공까지 보이는 고해상도의 모니터? 실제 색과 정말 가깝게 표현해내는 색재현력이 좋은 모니터? 만약 당신의 업무가 디자인 관련이거나 취미가 영화감상이라면 그런 모니터도 좋겠다. 하지만 게이밍 모니터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요소다. 좋은 게이밍 모니터를 찾는다면 주사율이 높은 제품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좋아하는 게임이1초 안에 승부가 결정 나는 FPS라면 말이다.

[두근두근, 전장이 당신을 기다린다]

서든어택이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같은 FPS 장르가 한 시대를 풍미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흥미로운 현상이 하나 있었는데, FPS의 인기가 올라가자 CRT 모니터 중고거래가 활발해진 거다. 아버지 세대 때나 쓰던 뒤가 뚱뚱한 그 모니터 말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CRT 모니터의 응답속도와 주사율 때문이었다. 응답속도란 마우스나 키보드로 입력했을 때 출력되기까지의 속도를 말하는데, CRT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0ms(밀리세컨드)였다. 5ms는 5/1000초 즉, 0.005를 뜻한다. 게다가 CRT 모니터는 주사율 120Hz까지 지원할 수 있었다. 다른 모니터가 고작 60Hz까지밖에 지원하지 못할 때였다.


주사율이란 초당 프레임의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주사율이 60Hz라고 하면 1초에 60장의 프레임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다들 알다시피 영상은 사실 사진의 연속이다. 인간의 눈은 1초당 15개의 프레임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면 여러 개의 사진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하나의 영상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니 초당 프레임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부드럽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치타가 A지점부터 B지점까지 뛰어가는 장면을 60번으로 쪼개서 보여주는 것보다 240번으로 더 잘게 쪼개서 보여주면 당연히 더 부드러울 수밖에 없다. 60Hz와 240Hz의 차이는 정말 선명하지만, 144Hz와 240Hz의 차이는 눈으로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눈을 몰라도 몸은 안다. 화면이 부드럽다는 뜻은 곧 눈을 덜 피로하게 한다는 뜻이며, 결국 오랫동안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의미와 같다.


고주사율 모니터의 좋은 점을 계속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높은 주사율은 그렇게 중요한 스펙은 아니었다. PC방에 가면 1번부터 100번까지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만 하던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화면 전환이 많고 1초가 승부를 가르는 FPS가 대세가 되며 사람들은 고주사율을 찾게 되었다. 요즘 PC방에 가면 죄다 오버워치 아니면 배틀그라운드니까. 예전에는 60Hz 모니터가 일반적이었는데 이제는 144Hz의 모니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모니터 설정에서 주사율을 바꿀 수 있다]

낮은 주사율의 모니터를 쓰다가 고주사율 모니터를 쓰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주사율에 적응했을 때 낮은 주사율을 쓰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왠지 모르게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고 화면에서는 잔상이 느껴진다. 만약 잔상이 느껴지지 않는대도 이것 역시 ‘눈은 몰라도 몸은 안다’. 잔상이 있으면 정확한 화면을 인식하는 데 방해가 되고 그럴수록 눈의 피로도는 자연스레 쌓이기 때문이다.


포인트 2. G-sync

FPS 장르에서는 화면을 안정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끊어지지 않게, 쾌적하게.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고주사율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엔비디아 지싱크(G-sync) 호환이다. 지싱크 호환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말하기 전에 지싱크가 없다면 게이머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얘기를 해주는 게 순서일 것 같다.

아까 위에서 말했다시피 영상은 사진의 연속이다. 그래픽 카드가 1초에 240개의 사진을 보내면 그 사진은 모니터에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서 그래픽은 완성된 한 장이 ‘빰’하고 나타나는 게 아니라 위에서부터 아래로 쓱쓱 그려지며 나타난다

만약 모니터의 성능은 60Hz인데 그래픽카드가 프레임을 더 보내면 어떻게 될까. 모니터는 일 처리를 미처 다 못한 채로 다음 일거리를 받게 된다. 이렇게 일이 밀리고 과부하가 생기면 1초 전 화면과 지금 화면이 찢어진 것처럼 한 화면에 나오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티어링(tearing)이라고 한다. 바로 눈앞에 적이 있는데, 갑자기 갑자기 화면이 찢어지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지싱크에 대해서는 이제 곧 말할 거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티어링 현상은 그래픽카드의 성능과 모니터의 주사율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 간극만 메워주면 해결된다. 그래서 수직동기화라는 기능이 나왔다. 하지만 수직동기화는 모니터 성능에 맞춰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하향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고 컴퓨터가 과부하에 걸리면 랙이 생길 수 있다. 화면이 찢어져서 수직동기화를 했더니 이제는 랙이 생기다니…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지싱크다.



지싱크는 수직동기화가 아닌 가변동기화를 한다. 아까도 말했듯이 티어링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모니터 주사율과 그래픽 카드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했다. 지싱크는 그래픽 카드의 성능을 다운시키지 않고 모니터의 주사율을 시의적절하게 바꾸는 기술이기 때문에 티어링도 없고, 랙도 없다. 실제로 디에디트 사무실에서 와이파이를 잡고 오버워치를 플레이했지만 티어링 현상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인트 3. VA패널

사실 고주사율과 지싱크 호환은 다른 게이밍 모니터도 앞다퉈 갖추고 있는 요소다. 그렇다면 CRG5만의 특별한 매력은 뭘까. 확실히 다른 하나가 있다. 바로 VA패널을 사용했다는 것. 대다수의 게이밍 모니터는 TN패널을 사용한다. 둘의 차이가 뭘까.


TN패널은 1971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개발된 방식인데 VA패널보다 생산 단가가 낮아 가격이 저렴하고 응답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에서 선호하는 패널이다. 하지만 TN패널에게는 큰 단점이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좁은 시야각이다. TN패널은 시야각이 좁아 정면이 아닌 각도에서 보면 색이 변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모니터나 TV를 만들 때는 VA패널이 많이 사용한다. CRG5는 VA패널을 사용했기 때문에 시야각이 178도다. 바로 옆에서 봐도 선명하게 보이는 광시야각이다.

TN패널이 포기한 두 번째는 명암비다. 명암비는 말 그대로 밝은 명, 어두울 암. 밝음과 어두움의 비율이며 그 두 가지를 얼마나 잘 표현하느냐에 대한 수치다. 가장 밝은 화면의 cd(칸델라, 광도의 단위)를 가장 어두운 화면의 cd로 나누어 산출하는 수치다. 명암비가 높을수록 밝은 것은 더 밝게, 어두운 것은 어둡게 나타낼 수 있다. TN패널을 사용한 게이밍 모니터의 명암비는 보통 1000:1 수준을 지원한다. 그리 낮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CRG5의 명암비는 3000:1이다.

어두운 밤, 안개 낀 전장을 상상해보자. 달은 어둡고 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때 적은 나를 볼 수 있다면? 승부의 결과는 이미 뻔하다. 명암비가 더 높다고 해서 안 보이는 것이 보이는 건 아니나 전투에 유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잘 보이는 것과 잘 보이지 않는 것 중 무엇이 더 낫냐는 질문에 꼭 답할 필요가 있을까.


VA패널이 TN패널에 비해 잔상이 많이 남는다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니터에는 랙과 잔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력 지연 감소와 응답 속도 제어 기능을 넣어두었다.


포인트 4. 커브드 디스플레이

아직도 커브드 디스플레이 회의론자가 있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안 써본 사람은 여전히 ‘정말 그게 필요해’라고 반문을 제기할 거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평면보다는 곡면이 낫습니다” 외형적으로도 곡면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디자인은 취향 차이이니 논외로 하겠다. 디자인 외적으로도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나은 점이 있다. 이번에도 내가 위에서부터 계속 언급하고 있는 ‘쾌적한 환경’과 관련이 있다. 무릇 좋은 게이밍 모니터라면 게임을 오래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그 목적에 부합한다.

여기서 질문 하나. 눈은 어떤 상황에서 피로를 느낄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눈도 일을 많이 하면 피로를 느낀다. 눈의 일이란 초점을 맞추는 것인데, 사물과의 거리에 따라 수정체 두께를 조절하며 초점을 맞춘다. 카메라처럼 지잉지잉하면서.


평면 모니터는 눈이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만든다. 게이머가 평면 모니터로 게임을 하기 위해 모니터 중앙에 앉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왼쪽을 봤다가 중앙을 봤다가 오른쪽을 보는 사이 사물과 게이머의 거리는 계속 달라지며 눈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지잉지잉. 모니터는 평면이지만 모니터와 게이머 사이의 거리는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쌍한 눈아…

갑자기 분위기 생명과학 같지만 중요한 얘기니까 조금만 더 들어보자. 눈은 어느 한 물체를 볼 때 그 주변의 이미지까지 선명하게 보이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물체가 곡면이면 이 과정이 보다 쉬어진다. 또 같은 크기의 모니터라고 해도 평면 디스플레이 보다 움직여야 하는 거리가 짧기 때문에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야 하는 FPS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거다.


CRG5의 곡률은 1500R이다. 한눈에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게이머들에게 1500R이라는 수치는 꽤 괜찮은 듯하다. 처음 봤을 땐 화면이 많이 휘었구나 싶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커브드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정도로 눈에는 더 익숙하고 쾌적한 환경인 거다.

눈에 쾌적하다고 말하니 설정 메뉴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도 꽤 좋았다. 여기서는 FPS, RPG, AOS, 전략시뮬레이션 등 게임 장르에 맞춰 화면의 색감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블랙 이퀄라이저, 조준점 표시하기 등으로 플레이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가끔씩 오버워치로 머리를 식힌다는 디에디트의 인턴 여진쓰 역시 조준점을 표시하니 확실히 플레이할 때 편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게임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이런 질문을 볼 수 있다. ‘240Hz 주사율 모니터가 필요한가요?’ ‘144Hz랑 차이 많이 나요?’ 나는 그 질문에 대해서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이번 글에서 눈이 느낄 피로와 쾌적한 게임 환경에 대해 장황하게 얘기를 했지만, 그 효과에도 개인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예측해볼 수 있다. 게임 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고주사율 모니터는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예상 말이다.


모바일 게임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리고 PC게임은 모바일에서 줄 수 없는 경험을 주며 영역을 지킨다. 화려한 그래픽, 정교한 컨트롤, 박진감 넘치는 액션이 있는 블록버스터 게임처럼 말이다. 그래서 ‘240Hz 주사율 모니터가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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