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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년 만에 등장한 하겐다즈

조회수 2019. 7. 24. 1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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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태양을 피하고 싶은 에디터B다. 내가 아끼는 맛집들은 주로 연남동에 있다. 국물이 끝내주는 닭볶음탕 가게, 깻잎을 넣어주는 감자탕 식당, 태국 쌀국수집까지. 하지만 무더위란 녀석은 먹성 좋은 나를 게으르게 만든다. ‘이번 주말에는 쌀국수를 먹어야겠어’라고 평일 내내 다짐을 하다가도 주말이 되면 칩거를 선택하고야 마는 것이다.

밖으로 ‘덜’ 나가는 대신 집에서 ‘더’ 찾게 되는 게 있다. ICE CREAM. 아이스크림. 다행스러운 건 아이스크림 맛집에 가기 위해서는 굳이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는 거다. 냉장고 속 하겐다즈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내가 하겐다즈를 처음 알게 된 건 스무 살 새내기 때였다. 여느 날처럼 불쾌해진 얼굴로 편의점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동기들과 우르르 들어갔다. 나보다 더 취한 고학번 선배가 이렇게 말했지. “야, 하겐다즈 먹어도 되니까 맘대로 골라”


무분별하게 쌓아놓은 아이스크림과 달리 ‘하겐다즈’라는 그 아이스크림은 별도의 냉장고에 들어가 있었다. 오와 열을 맞춘 채로 고고하게. 이름이 멋스럽다고 생각했던 하겐다즈는 내가 처음 맛 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이었다.

누구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아이스크림에 무슨 프리미엄이 있겠냐고. 그런 거 괜한 상술이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근거가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하겐다즈가 탄생한 1961년의 뉴욕 브루클린으로 떠나보자.

[ⓒLyons Maid ice-cream van, Cambridge 1960’s]

그 당시의 미국에서 판매하던 아이스크림은 거친 질감과 강한 단맛을 내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하겐다즈의 창립자 루벤 매투스&로즈 매투스 부부가 만들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은 달랐다. 합성 향료와 합성 색소, 보존료를 쓰지 않고 좋은 품질의 크림, 우유, 설탕, 신선한 달걀만을 베이스로 쓰고, 각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개별 원료만 추가해 순수하고 질 좋은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었던 거다.

좋은 재료에 대한 그의 고집은 참 대단했는데, 딸기 아이스크림에 사용할 딸기를 찾기 위해서 6년이나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하겐다즈는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가격대가 높았음에도 인기를 얻었는데,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이국적인 ‘하겐다즈’라는 네이밍도 마케팅에 한 몫했다.

‘Häagen-Dazs’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나라가 떠오르는가? 나는 독일이나 덴마크가 떠오르는데, 그게 바로 매투스가 원하던 것이었다. 덴마크가 가진 천연 낙농국 이미지가 합성 향료와 보존료를 쓰지 않는 하겐다즈와 어울린다는 것과 미국인들이 봤을 때 ä(움라우트)는 더 ‘유럽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투스 부부는 북유럽이나 덴마크와 아무런 연고가 없지만 말이다.

스무 살이었던 나의 기억을 되짚어봐도 잘 지은 이름 같다. 처음 하겐다즈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나라 아이스크림인 줄 몰라도 이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유럽 어딘가,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브랜드든 장인처럼 우직하게 길을 가는 이들을 보면 박수를 치고 싶다. 1961년 매투스가 생각했던 ‘아이스크림이란 차갑고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닌 만족스러운 경험 그 자체를 제공해야 한다’는 철학은 계속 이어졌다.


하겐다즈는 모든 아이스크림 제품에 대해 고객들의 희망사항을 충실히 실현하고 싶어했다. 초콜릿으로 아이스크림을 코팅하는 실험을 해보거나, 아몬드의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그렇다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외면하지도 않았다. 파인트, 스틱바처럼 기존 라인업 외에도 케이크, 마카롱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모찌 조각을 넣은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올여름을 맞이해 하겐다즈는 새로운 라인업을 선보였다. 아이스크림 콘이다. 흔히 ‘아이스크림’하면 바 아니면 콘을 떠올리기 쉬운데, 놀랍게도 이번에 출시하는 콘 제품은 기존 샵에서만 맛 볼 수 있었던 둥근 스쿱형 모양을 그대로 살린 제품으로 처음 선보이는 거라고 한다. 59년 만에 콘을 출시하는 셈이다.

스틱바가 종이 박스 안에 포장되어 원형 손실이 최소화되었듯 콘 역시 마찬가지다. 박스 안에 보관되어 있다. 여기까지는 ‘하겐다즈니까 당연히 이 정도는 하겠지’라는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건 그다음.

아이스크림 콘 상부에 플라스틱 캡을 씌워 놓았다. ‘우와…아니, 근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뚜껑을 벗기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동그란 모양의 헤드. 다른 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마치 방금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스쿱으로 뜬 것만 같다. 헤드에는 아몬드 조각, 초콜릿 칩이 알알이 박혀있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콘을 둘러싼 종이에 적힌 메시지다. ‘Love It’ ‘So Happy’ ‘Oh LaLa’ ‘Yummy’ 등 네 가지 메시지는 포장을 뜯으며 괜히 궁금하게 만드는 소소한 재미다.

이쯤에서 포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포장을 벗기면 보이는 메시지는 파인트에도 있다.


파인트 뚜껑을 열면 10-15min이라고 적혀있는데, 누가 봐도 15분 안에 먹으라는 뜻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 15분 뒤에 먹으면 더 맛있다는 뜻이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밀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에도 공기가 들어있는데 공기의 양이 적을수록 먹을 때 밀도가 높고, 그렇기 때문에 무거움&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공기 함유량을 오버런(over-run)이라고 하는데, 아이스크림 맛의 또 다른 비밀이다. 오버런 100%라고 하면 아이스크림의 절반이 공기, 나머지가 아이스크림이라는 뜻이며, 오버런 50%는 1/3 정도가 공기라는 뜻이 된다. 하겐다즈의 오버런은 약 25% 정도로 관리되어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파인트 아이스크림이 오직 아이스크림 맛으로 승부를 본다면, 콘은 조금 더 까다롭다.


고깔 모양의 과자에 아이스크림을 담은 형태가 콘이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과자의 맛 그리고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하모니가 중요하다. 아이스크림 따로 과자 따로 먹을 사람은 없으니까.

겉을 자세히 보자. 무언가 보인다. ‘나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듯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녀석은 아몬드 슬라이스다. 얇은 두께의 콘에 아몬드가 촘촘하게도 박혀있다. 아몬드 슬라이스는 과자의 식감과 함께 고소한 맛을 살려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도 하겐다즈의 손길이 있다. 콘과 아이스크림 사이를 보면 초콜릿으로 얇게 코팅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코팅된 초콜릿 덕분에 아이스크림이 과자에 스며들어 눅눅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과자는 조연, 진짜 주연은 아이스크림이다. 이건 모든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합성 색소 및 향료, 보존제를 쓰지 않고 낮은 공기 함량의 좋은 원료로만 생산되어 남다른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렇게 아이스크림을 요목조목 설명하니 마치 손님들에게 요리를 설명하는 셰프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겐다즈가 엄선한 좋은 품질의 우유로 만든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콘에 담았고요. 얇게 슬라이스한 아몬드가 식감을 살려줄 겁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듦새를 보면 하나의 아이스크림에도 과연 프리미엄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콘 하나에 이토록 많은 요소를 발견한다는 건 꽤 흥미로운 일이다.

그런 음식이 있다.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것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콜라, 빨갛게 익은 자두 그리고 종류별로 쌓아둔 하겐다즈. 여름을 시원하게 해 줄 이것들만 있으면 ‘그래, 여름아 덤벼봐’라는 호기로운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나의 여름 대비는 이걸로 끝난 것 같다. 두 달만 잘 버텨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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