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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XR 왜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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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아이폰’ 써요?”


안녕하세요, IT 칼럼니스트 최호섭입니다. 이제는 조금 뜸해지기도 했고, 무덤덤해지기도 했지만 잊을 만 하면 누군가 조심스레 묻는 질문입니다. 아, ‘그 아이폰’은 ‘아이폰 XR’입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H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대한 대답을 긴 글로 대신합니다.


—다시는 묻지 마라—

저는 사실 아이폰 XS도 갖고 있습니다. 출시 첫 날 어렵게 일본에서 구입했지요. 하지만 국내에 아이폰 XR이 나오던 날 다시금 아이폰 XS 맥스와 함께 저울질이 시작됐습니다. 애초 9월 아이폰 발표 현장에서 만져봤을 때의 결론은 ‘나는 아이폰 XS, 주변에 추천은 아이폰 XR’이었습니다.


소재, 디스플레이, 가격의 ‘만만함’

일단 아이폰 XR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만만함’입니다. 아이폰 XS는 흠잡을 데 없이 잘 만든 스마트폰입니다. 지난해 아이폰 X을 쓰는 내내 마감과 질감, 그리고 새로운 UX는 새삼스럽다고 할 만큼 즐거운 경험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뭐 그래 봐야 스마트폰이고, 케이스를 씌워서 쓰는 게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폰 X은 오른 가격, 그만큼의 만족감을 주었지요.

하지만 모든 것은 다 제 소심함 때문입니다. 아이폰 X을 쓰는 내내 떨어뜨릴까 겁이 났고, 케이스 아래로 드러난 스테인리스 스틸의 매끈함 사이로 흠집이 비칠까 마음 졸이면서 썼지요. 수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OLED는 OLED 특유의 과장된 느낌 없이 아주 좋은 화면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OLED의 특성인 스크린 번 인(Burn in) 걱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1년 쓴 아이폰 X은 이런 제 소심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긁히거나 상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고 스크린 번 인 역시 조금도 남지 않았습니다. 너무 예민하게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마음에는 상처가 조금 남았습니다. 기기의 가치는 깨끗하게 쓰는 데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적절히 잘 활용해서 내가 필요한 일들을 빠르고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폰 XR이 막 굴려도 되는 기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아이폰 XR의 알루미늄 케이스는 잘 긁히지 않고 튼튼하기도 합니다.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LCD는 일반적으로 OLED와 거의 차이 없을만큼 색 표현력이 좋고 무엇보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잠들어서 밤새 화면이 켜져 있어도 놀라지 않아도 됐습니다.


딱 좋은 화면 크기, 진짜로요


디스플레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요. 스크린 번 인을 떠나 아이폰 XR에 대해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디스플레이입니다. 아이폰에는 두 가지 디스플레이 표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표준’과 ‘확대’로 아이폰을 처음 셋업할 때, 혹은 디스플레이 설정에서 고를 수 있지요. 둘의 차이는 간단히 보면 글자를 크게 보느냐, 작게 보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앱 이용 환경에 영향을 끼칩니다.

표준은 화면의 표시 밀도를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아이폰 XS의 5.8인치를 기준 해상도로 두고, 화면 픽셀이 늘어나는데에 따라 텍스트 정보를 더 많이 표현하는 겁니다. 화면이 커진 것 뿐 아니라 스크린 공간을 더 넓게 쓰는 효과도 있지요. 웹 페이지나 PDF, 전자책 등을 많이 읽는 입장에서는 한 화면에 더 많은 정보가 보이는 게 편합니다. 이게 애플의 기본적인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사용법이기도 하지요.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해상도 높은 화면이 아니라 화면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른 소프트웨어적 정책도 녹아 있습니다.

[왼쪽이 아이폰XS 오른쪽이 아이폰XR]

어쨌든 이 때문에 5.8인치의 아이폰 XS는 표준 모드의 디스플레이만 이용할 수 있고 그보다 화면이 큰 아이폰 XR, 아이폰 XS 맥스는 이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드를 고를 수 있습니다. 아이폰 XS는 나머지 두 아이폰보다 상대적으로 화면에 표시되는 텍스트 양이 적으니 조금 큰 걸 써보기로 했습니다. 아이폰 XR은 6.1인치, 아이폰 XS 맥스는 6.5인치이고 두 기기의 화면에 뜨는 정보량은 거의 똑같습니다. 아이폰 XR과 아이폰 XS 맥스를 디스플레이 관점에서 보면 크기만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아이폰 XR의 6.1인치가 손에 쥐었을 때 크기나 글자 크기 등에서도 적절해 보였지요.


‘테두리, 해상도 때문에…’, 놉!


여기에서 아이폰 XR을 써보지 않으신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해상도, 그리고 다른 하나는 테두리죠. 테두리는 처음에는 꽤 신경이 쓰이는 부분입니다. 특히 색깔이 있는 기기는 더 크게 느껴지죠. 저는 그래서 테두리가 덜 보이는 검은색으로 골랐는데 지금은 거의 신경 쓰이지 않습니다. 노란색처럼 밝은 기기에서는 조금 도드라져 보이긴 하지만 그게 아이폰을 쓰는 데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기술적으로는 마이크로 콘트롤러와 백라이트 등을 품어야 하는 LCD로 전면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넣은 것도 대단한 일이지요. 특히 테두리는 케이스를 씌우면 거의 보이지도 않습니다.

[왼쪽이 아이폰XS 오른쪽이 아이폰XR]

해상도는 좀 묘한 부분인데 아이폰 XR의 해상도는 1792×828입니다. 풀HD도 안된다니 요즘 세상에 말도 안되는 해상도죠. 아이폰 XS는 2436×1125, 아이폰 XS 맥스는 2688 x 1242입니다. 그래서 선뜻 손이 안 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전의 아이폰들이 그랬던 것처럼 픽셀이 도드라져보이거나 딱히 해상도가 떨어져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폰 XS의 OLED가 펜타일 방식이기도 하지만, 이미 300ppi가 넘어가는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서는 논란거리가 되지도 않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아이폰 XR의 LCD에서 날카로운 픽셀이 보일 수도 있고, 거슬릴 수도 있지만 해상도 때문에 아이폰 XR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한 번 쯤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거에요.

저도 이 해상도 부분은 알다가도 모를 부분이지만 한 번도 해상도 때문에 디스플레이가 거슬린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네요. 오히려 이 해상도와 LCD의 특성 때문에 배터리가 더 오래 가는 효과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 하지만 밤에 불 끄고 어두침침한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때는 아무래도 희끗희끗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요. 물론 아이폰 XR의 디스플레이도 디더링 방식이긴 하지만 돌비 비전이나 HDR10같은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아이폰 XR을 쓰시는 분들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하는 게 배터리 부분이지요. 사실 아이폰 X을 쓸 때도, 아이폰 XS도 배터리 문제는 별로 없었습니다. 하루를 쓰는 데 큰 불편이 없었지요. 아이폰 XR 배터리가 더 오래 가는 건 사실이지만 다른 아이폰도 배터리에 신경 써야 할 만큼 짧지 않습니다. 저는 종종 스마트 배터리 케이스를 꽂아서 쓰는데 이 때는 배터리 게이지는 거의 쳐다볼 이유가 없지요.

카메라는 아이폰 XR을 가장 고민스럽게 했던 부분이에요. 아무래도 큰 아이폰들에 들어있는 망원 렌즈로 찍는 사진이 꽤 좋았고, 자연스러운 인물 사진 모드는 더 말 할 것도 없지요. 그래도 아이폰 XR은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비전 컴퓨팅 기술로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사람과 배경을 구분해내는 것이지요. 화각이나 렌즈 특성은 표준 모드와 같아서 왜곡이 있긴 하지만 가까이에서도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람을 잡고 찍어내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왼쪽이 아이폰 XR, 오른쪽이 아이폰 XS MAX로 찍은 사진]

내 아이폰은 ‘아이폰 XR’


쓰다 보니 아이폰 XR에 대한 변명 아닌 변명이 되어버렸네요. “아이폰 XR이 안 좋은 건 아니에요, 여러분”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냥 아이폰 XR은 세 가지 아이폰 중에서 제게 가장 괜찮은 선택지였어요. 잠깐 써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아이폰 XS로 바꾸어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여덟 달 가까이 제 손에는 아이폰 XR이 들려 있네요.

물론 이 이야기로 아직도 제품을 고민하는 누군가를 설득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폰 XR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하나 풀었으면 합니다. 바로 ‘보급형’이라는 주홍글씨죠. 아이폰 XR은 보급형 모델이 아니라 같은 라인업에 있는 선택지 중 하나일 뿐입니다.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쓴 세 기기의 성능은 똑같고, 크기를 제외하고 기기를 쓰면서 겪는 사용자 경험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는 디스플레이 크기, 화면 밀도, 내구성 같은 부분에서 아이폰 XR이 최적이라고 판단했고, 여전히 OLED의 검은 화면, 아이폰 XS의 듀얼 카메라, 그리고 어딘가 시크한 것 같은 디자인 소재 등은 갈증으로 남긴 합니다. 이건 상위모델과 하위모델의 구분이 아니라 기기간의 차이에 가깝지요.


가끔은 애플이 아이폰을 한 가지만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은 매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만큼 혼란스러운 질문을 던집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아이폰 6, 6s, 7, 8을 두고도 매년 작은 거, 큰 거를 오가면서 변덕을 부릴 수밖에 없었는데, 아이폰 XR은 갑자기 사탕을 들고 나타난 이모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올 겨울에는 또 어떤 변덕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2018~2019년의 제 아이폰은 ‘아이폰 X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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